미술관으로 변신한 담배 제조창, 미술품 보존의 새 지평을 열다
미술관으로 변신한 담배 제조창, 미술품 보존의 새 지평을 열다
  • 이예진 기자
  • 승인 2018.12.28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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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아트인포 이예진 기자] 1986년 과천, 1998년 덕수궁, 2013년 서울, 올해 청주 개관을 통해 4관의 유기적인 활동 체계를 확립하고 한국 미술문화에 발전을 기여하는 국립현대미술관은 1969년 창설되어 한국 현대미술 역사와 자취를 함께하고 대한민국의 대표 문화예술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MMCA Cheongju 외관 전경 사진. (사진=MMCA)
MMCA Cheongju 외관 전경 사진. (사진=MMCA)

지난 12월 27일 개관된 MMCA 청주는 2017년 3월 옛 연초제조창에 대한 재건축 공사를 시작으로  그동안 약 2년 간의 건축과정을 거쳐 성사됐다. 공사비 총 577억원을 투입해 약 연면적 19,855㎡, 지상5층 규모로 건립됐고, 수장공간(10개), 보존과학공간(15개), 기획전시실(1개), 교육공간(2개), 라키비움 및 관람객 편의시설 등을 갖춘 복합 문화공간으로 조성됐다.     

청주관은 옛 연초제조창의 문화재생 의의와 ‘수장형 미술관’ 취지를 살려 ‘개방·소통· 재생’ 개념의 중심축으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국가 미술자산의 전문적인 수장·보존과 전시·교육 기능을 갖추는 한편, ‘개방 수장고’, '보이는 수장고’와 ‘보이는 보존과학실’을 운영해 국민들에게 한발 더 가까이 다가서는 미술관으로 구축할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전시 모습'.(사진=이예진 기자)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전시 모습'.(사진=이예진 기자)

◆ 개관 계기 국립현대미술관 주요 소장품 대거 청주관 이전, 소장품과 연계한 전시-교육-연구사업 적극 추진 

중부권에서는 처음으로 개관되는 청주관에 대한 지역사회의 기대가 매우 크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지역주민의 높은 기대와 문화적 수요에 부응, 국립현대미술관이 자랑하는 명품 소장품 1,300여점을 대거 청주관으로 이전하고 이를 용한 전시․교육․연구 사업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MMCA 청주 개관을 계기로 이전한 대표 소장품들은 관람객이 직접 들어가 작품들을 둘러볼 수 있는 ‘개방 수장고’와 시창(window)을 통해 소장품들을 볼 수 있는 ‘보이는 수장고’ 등에 수장 전시되어 관람객들에게 공개된다. 

개방형 수장고의 대표적인 곳은 스위스의 샤울 라거(Schaulager), 영국의 V&A(Victoria & Albert)박물관과  프랑스 루브르-랑스 (Louvre-Lens) 박물관 등이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에 운영 중인 작품 보존 센터'.(사진=이예진 기자)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에 운영 중인 작품 보존 센터'.(사진=이예진 기자)

청주관 1층 ‘개방 수장고에는 백남준 ‘데카르트’, 서도호 ‘바닥’, 이불 ‘사이보그 W5’, 니키 드 생팔 ‘검은 나나’, 김복진 ‘미륵불’, 김종영 ‘작품58-8’, 송영수 ‘생의 형태’,  권진규 ‘선자’ 등 한국 근·현대 조각과 공예 작품이 수장 배치됐다.

또 다른 보이는 수장고에는 이중섭의 ‘호박’, 김기창의 ‘아악의 리듬’, 박래현의 ‘영광’, 김환기의 ‘초가집’ 등이 배치되어 관람객들이 시창을 통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한편, 2019년 하반기에는 ‘현대회화의 모험’ 전시가, 2020년 상반기에는 이중섭, 김환기 등을 선보이는 근대미술 걸작 전시가 각각 열릴 예정이다. 

아울러 지역 연계를 강화하기 위해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및 지역미술관, 작가 레지던시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공동 추진할 계획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에 공개된 소장품'.(사진=이예진 기자)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에 공개된 소장품'.(사진=이예진 기자)

전시와 함께 청주관에 특화된 미술관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어린이, 청소년, 성인 등 다양한 관람객 대상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 운영은 물론, 개방 수장고, 보존과학실 등의 특색있는 공간과 첨단장비, 전문 인력을 활용해 미술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지역 대학 등과 함께 공동 추진 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조사연구를 위한 라키비움(Larchiveum, 라이브러리+아카이브+뮤지엄) 공간을 마련, 국립현대미술관이 수집한 역대 출판물부터 작가 파일, 싱글채널 영상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도서와 자료를 갖추고, 청주 지역 작가들은 물론 동시대 주요 작가들의 자료를 수집·정리·기술해 내년 하반기부터 일반인들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 수장고·보존과학실 개방과 ‘미술품종합병원’ 운영으로 공공성 강화

청주관의 차별화된 특징 중의 하나는 그동안 출입제한 구역이였던 수장고와 보존과학실을 일반인에게 개방하는 것이다. 국내 최초 수장형 미술관으로서 누구나 직접 들어가 볼 수 있는 개방 수장고(open storage), 시창(window)을 통해 관람할 수 있는 보이는 수장고(visible storage)를 각각 운영해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미적 체험을 제공한다. 

전문가들의 공간인 보존처리실도 개방해 ‘보이는 보존과학실’로 운영한다. 그동안 관람객에게 공개되지 않았던 유화 보존처리실, 유기·무기 분석실 등 보존전문 공간과 수복 과정을 공개해 전문가들의 미술품 보존처리과정에 대한 관람객의 이해를 높일 계획이다.

또한 국내 유일의 미술품종합병원으로서 공적 기능도 강화해 나간다. 보존과학실 청주관 이전을 계기로 2019년부터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뿐만 아니라, 타 공공·민간 미술관 소장품에 대한 보존처리 서비스도 확대·시행해 명실공히 미술품종합병원이자 보존과학 허브기관으로서의 역할도 강화한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전시 소장품 모습'.(사진=이예진 기자)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전시 소장품 모습'.(사진=이예진 기자)

◆ 옛 연초제조창의 미술관 변신 성공적인 문화재생사업으로 지역의 문화 균형발전에도 기여 

국립현대미술관은 2012년 청주시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옛 연초제조창을 미술관으로 재건축했다. 연초제조창은 광복직후인 1946년 설립 이후 2004년 가동 중단되기까지 청주시민의 삶의 터전이자 지역경제를 견인했던 청주의 대표 산업시설이었다.

14년간 폐산업시설로 방치되었던 이곳이 약 2년간의 재건축과정을 거쳐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로 탈바꿈하고 국립현대미술관의 주요 소장품을 수장·전시할 수 있는 미술관으로 재탄생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에 공개된 소장품'.(사진=이예진 기자)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에 공개된 소장품'.(사진=이예진 기자)

더불어 청주관의 재건축 사례는 중앙-지자체의 성공적인 협업사례로, 주목 받는 문화재생의 사례가 될 것이다. 옛 청주연초제조창 공장은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의거, 전국 최초로 지방자치단체 재산을 국가에 무상 양여하여 활용한 사례로 꼽힌다.

프랑스의 옛 기차역이 ‘오르세미술관’이 되고 영국의 화력발전소가 ‘테이트모던 미술관’으로 탈바꿈하면서 문화명소가 되었듯이, 옛 담배공장의 미술관으로의 새로운 변신은 세계가 주목할 만한 사례로 주목받아 문화명소로 발전해갈 것이다. 

한편, 국립현대미술관(관장 직무대리 박위진)은 “청주 개관은 2019년 개관 50주년을 맞게 되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수도권을 넘어 전국적인 미술관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새롭게 단장하여 개관한 청주관은 지역민과 소통하는 미술관이자 청주를 비롯한 인근 지역사회의 문화생활을 책임지는 중심적 기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외관 모습'.(사진=이예진 기자)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외관 모습'.(사진=이예진 기자)

앞서 개방형 수장고를 국내 최초 시도하는 국가기관의 미술관으로서 일반 관람객들에게 오픈되어지는 상황인 만큼 고가의 작품들의 각별한 보안체제가 성립되어야 한다며, 제시되는 방안이 무엇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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