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파정 품은 서울미술관…신관 통해 제2의 도약
석파정 품은 서울미술관…신관 통해 제2의 도약
  • 이예진 기자
  • 승인 2019.01.23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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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이예진 기자] 한국의 대표 컬렉터 중 한 명인 유니온 약품 안병광(62)회장은 지난 30년간 우리 미술사에서도 중점적으로 평가받는 근현대 회화를 다수 수집하며 단순히 작품을 모으고 소장하는 차원을 넘어, 미술품이 가진 공공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노력해왔다.

'서울미술관 신관 개관전 '거인'에 공개된 김환기의 '십만 개의 점' 설치 모습'.(사진=이예진 기자)
'서울미술관 신관 개관전 '거인'에 공개된 김환기의 '십만 개의 점' 설치 모습'.(사진=이예진 기자)

서울미술관은 2010년 ‘석파정 문화재 복원사업’을 시작으로 2012년에 본관을 설립, 올해 신관 M2를 개관하고 현재까지 문화재를 보존하고 연구하는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석파정(石坡亭)은 조선 말기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별장으로 사용됐던 곳이다. 현재는 서울시 유형문화재 26호로 지정되어 있다.

서울미술관 신관 개관전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안병관 회장은 “서울미술관이 부암동의 명물이 되고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미술관이 7년 세월 속에서 거듭났다” 라며 “재 작년에 이곳에 별관을 짓기로 하고 본관 뒷쪽의 1200평 가량의 땅을 매입해 ‘석파정’의 옛 모습을 찾아서 지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땅을 사려고 하니 땅값이 2배나 올랐다. 세상의 물가는 두배나 뛰었는데… 결국 4배가 오른셈이다” 라고 말했다. 

'서울미술관 신관 개관 설명회에 함께한 안병광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이예진 기자)
'서울미술관 신관 개관 설명회에 함께한 안병광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이예진 기자)

이어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감정적인 것들을 이곳을 통해 감성적, 감흥적으로 느끼는 곳으로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크다. 그들의 놀이터가 되었으면 한다. 또한 여러가지 우여곡절 속에서도 초심을 잃지 않고 꿋꿋하게 미술관을 건립하고 운영하게 되어 감회가 남다르다”고 덧붙였다.

서울미술관은 신관 M2 개관전 ’거인; Walking Man’展을 마련했다. 이번 전시는 서울미술관 설립자인 안병광 회장이 직접 기획한 전시로 서울미술관 최고의 소장품을 엄선해 서울미술관의 설립이념과 비전을 보여준다. 

전시 제목인 ‘거인(去人)’은 ‘묵묵히 꿈을 향해 걸어가는 사람’의 뜻을 담고 있다. 더불어 전통과 현대, 미래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문화예술 환경인 서울미술관을 착실하고 굳건한 걸음으로 지켜내고자 하는 안회장의 의지가 오롯이 담겨있다.

본 전시에는 김환기, 서세옥, 정상화, 곽인식, 이우환, 김창열, 박서보 화백의 대형 회화 작품과 권영배(도예명장)의 달항아리 작품을 선보인다.

'서울미술관 신관에서 진행 중인 '거인'전에 설치된 달항아리와 작품들'.(사진=이예진 기자)
'서울미술관 신관에서 진행 중인 '거인'전에 설치된 달항아리와 작품들'.(사진=이예진 기자)

우리 미술의 우수한 정신성과 기품 있는 멋을 그려낸 대가들의 예술세계를 느껴보는 동시에 꾸밈없는 색상과 당당한 기형미, 소박한 자연스러움의 극치인 달항아리를 통해 전통과 동시대의 미학이 우리 미술에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표현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

한국적인 미의 정수를 서정적인 추상으로 화면에 응축시켜 한국 모더니즘 미술의 선구자라고 불리는 김환기의 최고의 걸작 ‘십만 개의 점 04-VI-73 #316’(1973)이 개관 이래 처음으로 공개된다.

한국 회화사에 기념비적인 작품이라 평가받는 이 작품에는 일생을 바쳐 서구의 실험적 형태에 우리 문화에 대한 강한 의식을 관통시키는 독창적인 조형언어를 실현해내고자 한 작가의 드높은 성취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두 번째 기획 전시로는 ’다색조선:폴 자쿨레(Paul Jacoulet)’展을 개최한다. 한국을 주제로 한 대표작 20여점을 선보인다. 폴 자쿨레(Paul Jacoulet, 1896~1960)는 프랑스 태생의 서양화가로 아시아에서 평생을 보내며 아시아인들의 문화에 관심과 애정을 갖고 이를 화폭에 담아냈다.

'서울미술관 신관 개관 전시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는 '다색조선: 폴 자쿨레'전에 공개된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류임상 학예연구실장'.(사진=이예진 기자)
'서울미술관 신관 개관 전시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는 '다색조선: 폴 자쿨레'전에 공개된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류임상 학예연구실장'.(사진=이예진 기자)

유럽적 감수성의 조화와 균형 속에서 동양의 전통기법으로 다색판화를 제작, 그 중 그가 그려낸 한국의 모습은 조선 후기 시대적 배경을 기반으로 흥미로운 미학적 실현을 보인다. 

한편, 올해 서울미술관 전시의 기조는 ‘생활의 발견’이다. 서울미술관 설립 이념인 ‘일상의 모든 것이 예술이다’ 를 기반으로 회화, 사진, 영상, 일러스트 등 현대미술 전 장르를 통해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왔던 일상 속 예술의 순간들을 조명하고자 한다.

올 상반기에는 대형 기획전 ‘안봐도사는데 지장없는전시;Unnecessary Exhibition In Life’가 본관 M1에서 예정됐고, 하반기에는 ’보통의 거짓말’展, 그 밖에 신진 작가 발굴 프로젝트 ‘2019 Borderless Artist’가 진행된다. 

서울미술관은 왕이 사랑한 정원 ‘석파정’의 프로그램 다각화로 ‘스탬프 투어 프로그램’, ‘석파정 문화재 해설 프로그램 강화’, ‘석파정 프리미엄 프로그램 - 왕이 걷는 아침’, ‘음악이 있는 석파정 – 사계절 콘서트’ 등 다양하게 기획해 진행한다.

'서울미술관 신관 개관전 '거인'에 공개된 곽인식 작가의 작품 설치 모습'.(사진=이예진 기자)
'서울미술관 신관 개관전 '거인'에 공개된 곽인식 작가의 작품 설치 모습'.(사진=이예진 기자)

특히 ’석파정 프리미엄 프로그램 - 왕이 걷는 아침’은 3월부터 11월로 진행 예정이다. 사전에 예약한 관람객 10인 한정으로 오전 10시~12시까지 석파정을 사색하며 산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미술관에서 제공하는 차와 함께 프라이빗한 산책을 즐기며 한양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정원 석파정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

‘음악이 있는 석파정 – 사계절 콘서트’는 국내 대형 음원업계와 협업을 통해 음악과 자연, 역사를 동시에 느껴볼 수 있도록 사계절 콘서트를 기획했다. 큐레이션으로 구성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산책로와 아티스트들의 라이브 공연 등을 통해 사계절 내내 음악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석파정을 만나볼 수 있다. 

'서울미술관 신관에서 바라본 석파정의 모습'.(사진=이예진 기자)
'서울미술관 신관에서 바라본 석파정의 모습'.(사진=이예진 기자)

서울미술관은 국내 장애인 복지단체와 협력해 수어 도슨트 프로그램을 개발 및 도입할 예정이다. 또한 미술관의 대표 소장품을 촉각 명화로 제작해 보다 풍부한 문화 예술 감상 경험을 제공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서울미술관 측은 앞으로도 관람의 행위를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한계적 범주’에서 벗어나 다양한 방법을 통해 미술을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관람객에게 한발 먼저 다가가는 미술관으로 발돋음하겠다는 포부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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