쇳가루 김종구, 주사기 윤종석 “각자의 방식으로 내면의 풍경 선보여”
쇳가루 김종구, 주사기 윤종석 “각자의 방식으로 내면의 풍경 선보여”
  • 왕진오
  • 승인 2017.11.0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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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왕진오 기자] 쇳가루를 작업의 주요 재료로 사용하는 김종구(54) 작가와 주사기로 물감을 올리는 윤종석(47)의 작품이 '심상풍경(心像風景)'이란 이름아래 2017년 4월 28일부터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 걸린다.

(왼쪽부터) 윤종석, 김종구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왼쪽부터) 윤종석, 김종구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김종구는 통 쇠를 그라인더를 깎아서 형상을 만드는 작업에서 출발해 작품 제작과정에서 생신 쇳가루를 가지고 명상적인 풍경을 그려낸다.

작가는 쇳덩어리를 쇳가루로 변화시킴으로써 쇠가 갖고 있던 육중함과 공격성을 제거하고, 쇳가루를 이용해 붓글씨를 씀으로써 고도의 정신성을 의미하는 예술품으로 변신한다.

김 작가는 이것을 산수화라 부른다. 자기 독백의 시작이며, 인간 본성의 물음이라는 것이다. 쇳가루 서예, 즉 산수화는 흘러내림과 산화의 과정으로 참았던 호흡을 드러낸다.

주사기로 물감을 점으로 찍어내는 독창적인 작업 방식과 옷감을 개어 강아지나 고양이, 아이스크림 등 익숙한 이미지를 구현하는 윤종석 작가. 그는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방식으로 가장 정교하면서도 사실적인 그림을 완성시킨다. 점으로 완성된 형상은 우리가 매일 입는 옷이지만, 그에 의해 또 다른 사물로 변화된다.

김종구, '쇳가루 산수'. 2017, 쇳가루, 캔버스, PV 접착제, 97x145.5x7cm, 2017.(사진=가나아트)
김종구, '쇳가루 산수'. 2017, 쇳가루, 캔버스, PV 접착제, 97x145.5x7cm, 2017.(사진=가나아트)

김종구 작가가 쇳가루에 주목한 것은 1997년 영국에서 진행한 야외조각 전시에 통 쇠를 깍은 인체조각을 전시하던 중 쇠 조각이 도난당했다는 소식을 접한 후 부터였다고 전한다.

“인체 통 쇠 조각은 밑 둥만 남긴 채 사라졌고, 허탈한 마음으로 작업실에 돌아왔죠. 텅 빈 바닥에는 통 쇠에서 깎인 쇳가루가 놓여 있었습니다. 잃어버린 조각을 대신해 쇳가루를 열심히 쓸어 모았고, 쇳가루로 글씨를 쓰기 시작했죠.”

작가에게 쇳가루는 동양화의 먹처럼 사용된다. 자신이 직접 만든 다양한 쓰레받기를 가지고 붓처럼 사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캔버스 광목천에 아교성분의 용액을 뿌리고 쇳가루를 뿌린다. 이 둘이 자연스럽게 만나 녹이 슬어 번짐의 효과와 레이어를 쌓을 수 있는 독특한 질감을 드러낸 것이다.

김종구, '쇳가루 6000자의 독백'.쇳가루, 캔버스, PV 접착제, 가변크기, 2014.(사진=가나아트)
김종구, '쇳가루 6000자의 독백'.쇳가루, 캔버스, PV 접착제, 가변크기, 2014.(사진=가나아트)

쇳덩어리를 갈아서 자신만의 호흡을 담아온 김종구 작가는 “살아 숨 쉬는 과정이 들어있죠. 갈려서 떨어져 나간 작은 조각들마저 생명의 일부라 여깁니다”라며 “비바람을 맞아 녹이 슬고 그 녹이 흘러 내려 새로운 형상을 만들어 내는 것조차 생명의 또 다른 호흡 같다고”고 설명한다.

이번 전시에는 윤종석 작가의 '점'시리즈와 함께 최근 진행하고 있는 '선 그리기' 시리즈가 함께 전시된다. 물감 선들을 켜켜이 쌓아 두꺼운 층을 만들어 새로운 주름들을 만들어 내고 인물 형상을 완성한다. 여러 색으로 표현된 자유로운 선은 인물을 사실적으로 묘사할 뿐만 아니라 그 내면까지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윤종석, 'That days (20140817)'. 130x112cm, Acrylic on canvas, 2014.(사진=가나아트)
윤종석, 'That days (20140817)'. 130x112cm, Acrylic on canvas, 2014.(사진=가나아트)

윤 작가는 “선 작업은 메시지보다는 개인적인 기억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점 작업을 정리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지인들의 삶의 이별을 보게 됐고, 죽음에 대해 고민을 하던 가운데 작업 방향의 변화가 필요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또한 "작가로서의 삶을 기록하고 채집하는 것이 멀리 있는 세상에 관심을 갖기 보다는 나를 돌아보는 과정의 일환으로 선 작업에 매력을 느끼게 됐다"고 덧붙였다.

윤종석, '하루의 끝에서 아버지를 떠 올리다'. Acrylic on canvas, 130x97cm, 2006.(사진=가나아트)
윤종석, '하루의 끝에서 아버지를 떠 올리다'. Acrylic on canvas, 130x97cm, 2006.(사진=가나아트)

김종구 작가와 윤종석 작가는 쇳가루와 주사기라는 독특한 작업 방식을 통해 예술의 본질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한다. 우리 주변의 사물과 인물 내면의 순수하고 신비로운 에너지를 발견하는 이 두 작가의 작품을 통해 작가의 눈과 마음으로 그리는 심상풍경을 보고,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일깨우는 자리가 마련되기를 기원한다. 전시는 5월 2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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