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日모노하(物派)의 중심작가, ‘키시오 스가’ 개인전 개최
70년대 日모노하(物派)의 중심작가, ‘키시오 스가’ 개인전 개최
  • 이예진 기자
  • 승인 2019.02.14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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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이예진 기자] 대구에 위치한 갤러리신라에서는 2월 15일부터 3월 31일까지 키시오 스가 (Kishio Suga) 전을 개최한다.

키시오 스가,
키시오 스가, 'Law of Parallel Existence'. 2015.

키시오 스가(Kishio Suga, 75)는 1970년대 일본 모노하 (物派, Mono-ha)운동을 이끌었던 중심작가로 세계 현대미술계의 주요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60년대 후반부터 활동을 시작한 키시오 스가는 종래의 미술에 대한 사고와 작품 제작 방식으로부터 벗어나 거의 가공하지 않은 물(物과 事物, 자연물과 인공물)을 조합해 공간에 배치함으로 사물과 사물, 사물과 장소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나아가 ‘그것들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관념적 시각에 대한 질문’을 추가해왔다.

당시 이와 같은 작가들을 ‘모노하 (物派, mono-ha)’라 총칭해 왔으며, 일본 현대미술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동향으로 알려져 있다. 키시오 스가는 모노하의 중심적인 존재로서 현재까지 자신의 방법과 사고방식을 엄수하면서 일관되게 작업을 전개해온 유일한 작가다.

그는 서정성을 배재한 시멘트, 모래, 목재, 톱밥, 돌, 판자 등의 일상적인 사물-자연물과 인공물- 간의 조합과 배치한 작품을 통해 ‘그것’ 그리고 ‘이것’에 의문을 던지면서, 동시에 논리적인 증거를 균형 있게 배치하고, ‘物과 物’, ‘物과 장소(설치 공간)’과의 관계성을 신선하게 제시했다.

그가 다루는 관계성에 대한 문제는 그의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근간이 되어오고 있다. 나아가 90년대 들어서는 ‘사물과 ‘인간의 지각행위’마저 통합해 ‘주위성’ 또는 ‘장소의 의식화’를 지향하고 있다.

키시오 스가가 70년대에 그림을 접은 것은 ‘회화’, ‘조각’이라는 기존의 장르 속에서 우열을 가리는 ‘예술의 결정 되어진 존재 방식’이 마음에 차지 않아서였다.

‘미술이 미술로 인정받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캔버스에 물감을 바른 그림이라는 형식을 취한다면 모두 미술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와 같은 그의 고민은 “미술이란 과연 무엇인가? (What is Art?)” 라는 현대미술에 있어 가장 중요한 내용이자 화두가 되고 있으며, 이것은 또한 미술에서 최소한의 문제 설정으로 훌륭한 작품의 제작이 가능함을 시사하고 있다.

키시오 스가는 이 문제에 정면으로 게다가 독자적인 접근 방법으로 몰두한 작가이다. 돌과 나뭇가지 등 자연물과 파괴된 종이, 철, 철관 등의 일상적 소재를 가공하지 않고 비교적 비가공 상태 그대로를 이용해 그것들의 ‘관계성’과 그것에 의해 만들어진 ‘영역’을 작품화하고 있다.

결국 미술과 미술이 아닌 것의 경계에 서서 미술이 성립되는 구조를 탐구하고 나아가 그 자체를 작품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미술은 공간 예술이다’라고 하는 것처럼 역시 미술은 그 장소를 점거한 물체가 중심이 된 공간이다. 묘사를 통한 회화에서는 그러한 표현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

그러나 사물에 의한 입체 작품에서는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부수적인 사물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 그것을 표현하는 것은 쉽지 않다. 키시오 스가는 사물을 사용하면서 오히려 아무것도 없는 공간의 문제에 과감하게 몰두하고 있다.

키시오 스가, 'Latent Composition'. 2016.
키시오 스가, 'Latent Composition'. 2016.

인공물과 자연물을 조합해 쌍방을 두드러지게 하여 관람자에게 어떤 장소 전체를 의식시키는 그의 작업은 대게 눈치 채지 못하는 공간에 잠재된 풍요로운 표정과 의미를 자유자재로 보여주며, 더구나 사물의 설치 방식은 완만해 애매한 ‘경계’의 상태를 드러내고 있다.

이번 전시는 갤러리 신라의 공간에서 두 번의 소장전시를 포함해 개최되는 다섯 번째 개인전으로 90년대부터 최근작까지 한자리에서 살펴 볼 수 있는 10여점의 벽면설치 작품들을 포함한 최근작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키시오 스가는 지난 20년 동안 모노하의 철학과 관습을 꾸준히 발전시켜 온 유일한 작가이다.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반에 일본미술계와 국제미술계에서 그의 작업은 더욱더 빛났다. 1997-1998년 일본에서 구겐하임 테이트 개최 된 대규모 회고전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한 스가의 작품이 세계 미술계에서 주목을 받았다. 

해외에서는 그의 작품이 1986년 파리의 퐁피두미술관 (Centre Georges Pompidou)에서 열린 'Japon des avant grards : 1910-1970'과 1994년에 발표 된 '1945년 이후의 일본 미술 : 하늘에 대한 비명'과 같은 단체전에 전시됐다.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및 기타 기관 등의 스가에 대한 관심은 그를 세계미술계에서의 위상을 높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런던의 테이트 컬렉션 (Tate Collection)과 구겐하임 아부다비 (Guggenheim Abu Dhabi)와 같은 박물관 소장품에 그의 작품을 포함시킴으로써 최근 10년 동안 더욱 확고해졌다.

1944년 일본 모리오카에서 출생해 1968년 타마예술대학 회화대학원을 졸업하고 1967년 학생일 당시 일본신인화가의 등용문이었던 11회 세루미술상(Shell미술상)을 수상했다.

1973년 제 8회 파리비엔날레와 1978년 38회 베니스 비엔날레 (Japanese Pavilion commissioner : Yusuke Nakahara), 1986년 파리 퐁피두센터(Centre Pompidou, Paris), 요코하마 미술관(Yokohama Museum of Art, Japan), 2012년 Blum & Poe 갤러리 (Blum & Poe, Los Angleles)에서 전시했다.

최근에는 런던 블레인서던(Blain|Southern, London)과 도쿄현대미술관(Museum of Contemporary Art Tokyo), Blum & Poe, 뉴욕((Blum & Poe, New York)의 개인전 등을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2016년 갤러리 신라 개인전 이후, 밀라노의 Pirelli HangarBicocca와 DIA:Chelsea(뉴욕)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L.A, 베이징, 도쿄, 브뤼셀, 상파울로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서의 성공적인 전시와 유수의 미술관 및 개인 그룹 전시를 통해 키시오 스가만의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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