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원, 여명을 깨우는 닭의 울음소리 표현 '촉야(燭夜)'
이상원, 여명을 깨우는 닭의 울음소리 표현 '촉야(燭夜)'
  • 왕진오
  • 승인 2017.11.01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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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왕진오 기자] 새벽의 여명을 알리는 닭의 울음소리가 가진 상징성과 연결되어 닭을 일컫는 또 다른 이름 '촉야(燭夜)'.

'이상원 화백'.(사진=왕진오 기자)
'이상원 화백'.(사진=왕진오 기자)

'대자연' 연작을 통해 호박, 순무, 소, 닭 등과 호랑이를 그린 작품들을 선보여온 이상원(81) 화백이 '대자연-닭' 연작 34점을 발표하는 자리를 15일부터 강원도 춘천시 이상원미술관에서 갖는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이상원미술관 개관 전후에 작업에 들어가 2년 여 동안 붓질로 완성한 신작이다. 2017년 정유년 닭의 해를 맞이해 닭을 그린 그림을 통해 건강하고 활기찬 기운을 나누려는 작가의 의도가 배어있다.

이 화백은 "삶에 가깝고 밀접하며 유익한 존재인 동시에 '새벽을 일깨우는' 역할을 해왔다는 상징성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현대사회에서 닭의 울음소리와 아침의 시작이 더 이상 같은 의미는 아니지만, 그 상징성은 유효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상원, '대자연 닭 02'. 한지위에 먹과 유화물감, 125x82.5cm, 2014.
이상원, '대자연 닭 02'. 한지위에 먹과 유화물감, 125x82.5cm, 2014.

이 화백이 그린 닭은 작고 유약한 존재가 아니다. 미묘한 수묵의 표현이 쾌감을 전달하는 날카로운 발톱과 작지만 매서운 눈동자는 닭의 커다란 깃털에 감싸인 몸통 전체를 지배하는 모양새를 드러낸다.

시골에서 볼 수 있는 흔한 닭을 소재로 삼아 흰 닭, 검은 토종닭, 갈색과 붉은 빛이 도는 닭이 날개를 펄럭이기도 하고 털 매무새를 벼리고 꼿꼿이 서있기도 하다.

이상원 화백의 작품은 사실주의 기법에 기초했고 한지와 먹, 유화물감의 믹스매치 기법으로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대자연'연작으로 진행될수록 전통 수묵화의 표현방식에 가까워지면서도 여전히 유화물감으로 그려내는 부분의 강렬함은 지속되고 있다.

이상원, '대자연 닭 03'. 한지위에 먹과 유화물감, 126 x 165cm, 2015.
이상원, '대자연 닭 03'. 한지위에 먹과 유화물감, 126 x 165cm, 2015.

이 화백이 독학으로 순수미술을 시작하는 시기에 사사하기 위해 유일하게 찾아간 곳이 소정 변관식 작가의 화실이라는 점도 이 화백의 이러한 경향과 맥락이 닿아있다고 볼 수 있다.

닭은 많은 화가들이 그 소재로 다루어왔다. 조선후기에는 변상벽에 의해 그려진 어미닭의 모습을 보고 정약용(1762∼1836)이 시를 짓기도 했고, 화조도 뿐 아니라 다방면의 소재의 작품을 남긴 오원 장승업(1843∼1897)의 닭 그림, 파격과 자유로움의 이미지를 구축한 황창배 화백의 독창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한 닭 그림 등이 그것이다.

이상원, '대자연 닭 06', 한지위에 먹과 유화물감, 126x165cm, 2015.
이상원, '대자연 닭 06', 한지위에 먹과 유화물감, 126x165cm, 2015.

닭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의미부여한 것들은 깊은 밤을 열어 만물이 깨어날 것을 요청하는 소리. 사악한 것을 물리쳐주기를 바라는 마음. 자자손손 평안하고 풍요롭기를 기원하는 마음들이다.

특히 평범하고 보편적인 대상 안에 알맹이처럼 자리 잡은 굳세고 강인한 생명력을 통해 닭 그림을 그리는 수년간 이상원 화백이 음미해 온 생각이 올곧이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전시는 2017년 4월 1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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