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풍경 속에 감춰진 방사능 유출의 '속삭임'
아름다운 풍경 속에 감춰진 방사능 유출의 '속삭임'
  • 이예진 기자
  • 승인 2019.02.26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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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이예진 기자] 대구광역시 남구에 위치한  Art Space LUMOS(루모스) 에서 일본의 중견 사진가 도요다 나오미가 3월 11일부터 8년간 후쿠시마를 기록한 사진전을 갖는다.

지난 2012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1년의 기록을 한국에 알렸던 그가, 8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끈질기게 취재한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다큐멘터리 작업을 가지고 다시 한국을 찾았다.

후타바 군, 2016년 3월 11일.

도요다 나오미의 작품들은 너무도 사실적이며 때론 아이러니하기도하고 예술적이기도 하다. 그는 사실의 기록과 전달 그리고 사진가의 예술관과 세계관을 표현하는 다큐멘터리 작업이 무엇인가를 이번 전시를 통해 보여준다.

2011년 3월 11일, 그는 모든 일을 제쳐 놓고 후쿠시마로 향했다. 평화롭던 도시와 마을은 아비규환의 지옥이 되어 있었다. 제대로 된 정보나 통제도 이루어지지 않았던 그곳으로 들어갈 수 있었던 단 8명의 저널리스트, 도요다 나오미는 그 중 한 사람이었다.

2011년, 그는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 우크라이나에 세워진 체르노빌 원전사고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준비하던 중이었다. 체르노빌에서의 현장 취재를 마치고 번역작업에 한창 매진하던 그 때 대지진과 대형 쓰나미가 후쿠시마 원전을 휩쓸고 지나갔다는 소식을 접했다.

나오미의 작품들을 보고 있자면 너무도 평화로운 풍경에 방사능 유출 걱정은 접어둬야 한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전시를 위한 사전 미팅에서 그의 설명을 들으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 

도요다 나오미, '이타테 마을'.  2016년 4월 15일.
도요다 나오미, '이타테 마을'. 2016년 4월 15일.

아름다운 풍경은 ‘사실’이 아니라 ‘사실처럼’ 보이게 하려는 설정이란 것이 놀랍다. 해바라기는 해바라기씨유가 될 수 없고, 주홍빛으로 영근 감은 곶감이 될 수 없었다. 달콤한 향기에 취해 꽃 위에 앉은 나비가 먹은 것은 세슘덩어리 꿀이었다. 

그곳, 후쿠시마에는 아직도 엄청난 방사능의 후유증이 존재하고 있었다. 8년이라는 짧지 않은 세월 속에 우리의 기억도, 우리의 경각심도 옅어져만 가지만 여전히 그곳에는 지구환경을 위협하는 ‘사실’들이 살아 숨 쉬고 있다. 

2011년 3월 11일, 일본 지진 관측 사상 가장 강력한 진도 9의 강진이 일본 동북부 해안을 강타했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명명된 이 지진으로 땅이 6분 동안 흔들렸고,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다이치 원전)의 전원 공급이 끊겼다. 

지진의 여파로 발생한 15m 높이의 쓰나미가 다이치 원전의 방파제를 넘어와 백업용 디젤 발전기들이 모두 침수된 탓이었다. 이로 인해 다이치 원전의 원자로 6기 가운데 4기의 동력이 완전히 소실됐고, 4기 중 3기에서 노심용융이 일어나 엄청난 양의 방사능이 대기와 바다로 유출됐다. 

1990 후타바 군, 2016년 3월 11일.
1990 후타바 군, 2016년 3월 11일.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래 최악의 원자력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구소련은 체르노빌 원전을 포기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아니었다. 방사능에 오염된 지역을 정화하겠다는 초유의 결정을 내렸다.

도요다 나오미 작가는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아시아, 발칸, 아프리카 등 세계 곳곳의 분쟁지역에서 치열한 다큐멘터리 작업을 해온 사진가이다.

그는 분쟁지역에서 열화 우라늄탄(원전연료 제조과정에서 생기는 열화우라늄을 사용해 탱크 등의 두꺼운 장갑을 뚫을 수 있도록 고안된 포탄)의 피해를 목격하면서부터 분쟁의 실상 중에서도 핵무기, 원전 등의 문제에 주목하게 됐다. 전시는 4월 2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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