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회화적 몸짓으로 완성한 물감의 율동... 313 아트프로젝트 제여란 展
자유로운 회화적 몸짓으로 완성한 물감의 율동... 313 아트프로젝트 제여란 展
  • 이예진 기자
  • 승인 2019.03.08 1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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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이예진 기자] 붓도 나이프도 아닌 ‘스퀴지’로 30여년 간 캔버스 위에 자신만의 시각언어를 독창적인 화법으로 풀어내는 작가 제여란의 개인전이 성북동 313 아트 프로젝트에서 열린다.

8일 오전 성북동 313아트프로젝트에 설치된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제여란 작가.(사진=이예진 기자)
8일 오전 성북동 313아트프로젝트에 설치된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제여란 작가.(사진=이예진 기자)

제여란(59) 작가는 “캔버스에 유화 물감과 스퀴지가 맞닿아 접했을때 저항적인 강한 힘이 느껴진다. 내 몸에 맡겨 몸의 움직임으로 그려내고, 수년간 작업을 해오다 보니 나만의 노하우가 생겼다. 다양하게 원의 형태를 그리면서 작업한다”며 “때론 바닥에서 작업하기도 하고 가로나 세로로  세워 놓고 하기도 하며 다양한 각도에서 작업한다. 또, 화면을 거꾸로 놓고 사진도 찍어 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작가의 작품은 5점을 동시에 깔아놓고 시작해 시리즈 형태로 만들기도 한다. 하루만에 끝나는 작업도 있지만 10년동안 이어온 작업도 있다. 

제여란은 전신의 움직임을 통해 수행적 회화 작업을 해오며 기존 추상 회화의 사조에 통합되지 않는 자신만의 예술적 흐름을 이끌어온 작가로 알려졌다. 

제여란, 'Usquam Nusquam'. Oil on canvas, 259 x 194 cm, 2016.(사진=313아트프로젝트)
제여란, 'Usquam Nusquam'. Oil on canvas, 259 x 194 cm, 2016.(사진=313아트프로젝트)

몸의 궤적을 기록한 그의 회화는 액션 페인팅에 기반하지만, 일회적인 우연성을 담아내는데 그치지 않고 작가가 감각하는 완전의 경지에 이를 때까지 행위가 반복된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Usquam Nusquam’ 시리즈는 그가 내면 에너지의 충동을 따라가며 만들어낸 움직임의 회화로 볼 수 있다.  

제 작가는  “작업을 할때, 몸의 컨디션, 계절과 날씨, 생사와 희로애락 등의 일상적 상황들이 따라 작업의 느낌이나 방향이 바뀐다”며 "이를 풀어내 무언가를 직조하는 일과 흡사하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내면에서 촉발된 감각적 자극에서부터 작업이 출발하며, 그림 안에서 생겨나는 에너지와 전체가 이끄는 방향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움직임에 집중하며 회화를 완성해 나간다. 

“내게 중요한 것은 엄격한 규칙이나 의도에 따라 작업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 예술의 형식 언어와 회화적 몸짓을 다루는 원칙이다.”   

제여란은 역동적인 신체 움직임과 더불어 독자적인 색채 운용을 통해 “끊임없이 무언가가 아닌, 처음 보는 어떤 장면”을 제시한다. 

제여란, 'Usquam Nusquam'. Oil on canvas, 110 x 110 cm, 2018.(사진=313아트프로젝트)
제여란, 'Usquam Nusquam'. Oil on canvas, 110 x 110 cm, 2018.(사진=313아트프로젝트)

그 작업에는 검은색과 흰색에서부터 붉고 푸르른 다채로운 색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색이 사용된다. “회화 작가는 색(color)을 잘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앙리 마티스(1869~1954)의 표현을 인용했다.

제 작가는 선과 색은 어느새 화면이라는 구조의 틀을 벗어나며, 순식간에 생겨난 형들은 전경과 측면에서도 융합된다 “색은 순간적인 운동 속에서 자체적인 흐름을 풀어낸다”라며  밝은 색이 상승의 기세를 이끌어갔다면, 그 다음에 사용되는 어두운 색은 하강의 흐름을 이어가는 식이라는 것이다.

작가의 호흡에 따라 펼쳐진 색채의 향연은 감정의 솟음과 가라앉음이 반복되는 인간 내면의 은유이자, 고요함 속에서도 끊임없이 움직임이 일어나는 자연 섭리의 표출이다. 색의 경계와 중첩 사이에서는 운율과 구조가 떠오르고, 평평한 캔버스의 표면에 무한한 공간감이 펼쳐진다. 

제여란, 'Usquam Nusquam'.  Oil on canvas, 117 x 91 cm, 2018.(사진=313아트프로젝트)
제여란, 'Usquam Nusquam'. Oil on canvas, 117 x 91 cm, 2018.(사진=313아트프로젝트)

그녀는 자신의 작업을 ‘사건으로서의 회화’라고 일컬으며 그림의 유래가 외부 대상이 아닌 그림 안에 있다고 말한다. 신체적 움직임의 흔적이 이루는 회화적 표현은 그 자체로 독립적이며, 특정한 의미나 구체적인 재현에 도달하지 않는다. 무질서한듯한 곡선의 얽힘과 색채의 순환 속에서 어떠한 연결 지점과 조합을 찾아내고, 형상을 떠올리는 것은 관객의 몫이 된다. 

제여란 작가는 2018년 313아트프로젝트와 함께 아트바젤 홍콩의 Insights에 참여해 개인전을 선보였다. 그 밖에,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2016), 대구 인당 미술관 (2015)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313 아트프로젝트에 설치된 제여란 작가의 전시 포스터'.(사진=이예진 기자)
'313 아트프로젝트에 설치된 제여란 작가의 전시 포스터'.(사진=이예진 기자)

또한 국립현대미술관, 도쿄 국립 근대미술관, 오사카 국립 국제 미술관, 싱가포르 현대미술관, 금호미술관 등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주요 작품 소장처로는 독일 루드비히 파운데이션, 한국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이 있다. 전시는 3월 8일부터 4월 1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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