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경, 제58회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에 2 종류의 설치 작품 소개
강서경, 제58회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에 2 종류의 설치 작품 소개
  • 이예진 기자
  • 승인 2019.03.08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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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이예진 기자] 작가 강서경(Suki Seokyeong Kang, 42)이 오는 5월 11일부터 11월 24일까지 이탈리아 베니스 쟈르디니(Giardini)에 위치한 센트럴 파빌리온과 아르세날레(Arsenale)에서 약 200일간 개최되는 제58회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 'May You Live in Interesting Times'에 참가한다.

강서경, 'GRANDMOTHER TOWERS'. Installation view with activation, 2012~2019.(사진=국제갤러리)
강서경, 'GRANDMOTHER TOWERS'. Installation view with activation, 2012~2019.(사진=국제갤러리)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의 본 전시는 ‘May You Live in Interesting Times(흥미로운 시대를 살아가기를)’라는 주제 하에 꾸려진다.

이는 1930년대 후반 영국의 정치가 오스틴 체임벌린(Austen Chamberlain)이 당시 제2차 세계대전으로 치닫던 긴장관계를 논한 어느 연설에서 기인한다.

체임벌린은 ‘흥미로운 시대를 살아가기를 바란다’는 고대 중국의 저주를 소개하며, 위기와 충격이 끊이지 않는 시대의 자신들이 그 저주에 걸린 것이 틀림없다고 표현한 바 있다.

체임벌린뿐 아니라 수많은 서구 정치인들이 해당 문구를 소재로 연설해왔지만, 정작 중국에는 그러한 내용의 고대 저주가 없었다고 전해진다.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는, 다시 한번 도래한 “흥미로운 시대” 속에서 어떻게 사고하고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일종의 가이드로 기능할 수 있는 미술을 제시하고자 한다.

지난 2018년 한 해 동안 강서경은 필라델피아 현대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하고 리버풀 비엔날레와 상하이 비엔날레에 참여하는 등 활발한 해외활동을 선보였다.

특히 리버풀 비엔날레에서의 설치는 당시 관람객으로서 전시장을 방문한 랄프 루고프의 제안을 통해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의 초대 및 참여로 이어졌다.

동양화를 전공한 강서경은 꾸준히 전통을 참조하고 그 논리를 재해석해 오늘의 풍경을 분석하는 고유한 작업을 전개해오고 있다.

강서경은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에서 아르세날레와 쟈르디니, 두 개의 공간에 각기 다른 두 개의 설치 작품을 소개한다.

우선 아르세날레 전시장 안에서는 신작으로 구성된 '땅 모래 지류(Land Sand Strand)' 연작을 선보인다. 리버풀 비엔날레(2018)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이 연작은 강서경이 지난 5년 간 꾸준히 발전시켜온 '검은 자리 꾀꼬리(Black Mat Oriole)' 프로젝트의 연장선에 있다.

회화, 설치, 퍼포먼스,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는 본 프로젝트에서 작가는 조선시대 궁중무인 ‘춘앵무(春鶯舞)’와 역시 조선시대에 발명된 전통 악보 체계인 ‘정간보(井間譜)’의 그리드 시스템을 그 개념적 기반으로 삼아 오늘날 개인이 사회와 맺는 관계 속 여러 조건들을 고찰한다. 춘앵무는 한국 궁중무용 중 극히 드문 형식의 1인무로, ‘화문석’이라는 자리 위에서 이루어지는 춤을 일컫는다.

한편, 쟈르디니에 설치하는 '그랜드마더 타워(Grandmother Tower)'는 강서경의 가장 오래된 연작 중 하나다. 작가가 구축하는 시공간에 대한 시각적 논리의 원형으로 기능하기도 하는 본 연작은 작가가 할머니의 초상을 조각으로 구현하는 데서 시작됐다.

한국 근대사의 격변기를 살아낸 이 여인의 앙상하고 아름다운 마지막 순간을 시각적, 물리적으로 포착해내는 것은 작가에게 있어 역사를 잃지 않기 위해 기억술의 장치를 생산하는 일이며, 동시에 한 개인이 살아낸 시간을 물화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강서경, 'Land Sand Strand'. Partial installation view, 2012~2019.(사진=국제갤러리)
강서경, 'Land Sand Strand'. Partial installation view, 2012~2019.(사진=국제갤러리)

이번 본전시에는 강서경 작가 이외에도 한국작가 이불(Lee Bul), 아니카 이(Anicka Yi)가 명단에 올랐다. 한편 베니스 비엔날레는 도시의 남동쪽 카스텔로 공원 내 10만 평 부지 위에서 국가별로 전시를 개최한다.

김현진 예술감독이 총괄하는 올해 한국관의 주제는 ‘History Has Failed Us, but No Matter(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로, 세 명의 여성 작가 남화연(Hwayeon Nam), 정은영(siren eun young jung), 제인 진 카이젠(Jane Jin Kaisen)이 참여한다.

강서경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이후 영국 왕립 미술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하였으며 현재는 이화여자대학교 동양화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최근에는 필라델피아 현대미술관(Institute of Contemporary Art, Philadelphia, 2018)에서 개인전을 개최한 바 있으며, 상하이 비엔날레(2018), 리버풀 비엔날레(2018), 광주비엔날레(2018, 2016), '달은, 차고, 이지러진다'(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16), 'Group Mobile' (빌라바실리프 개관전, 파리, 2016), '발 과 달'(시청각, 서울, 2015), '치효치효'(갤러리팩토리, 서울, 2013), '그랜드마더타워'(오래된집, 서울, 2013) 등의 전시에 참여했다.

또한 지난해 2018 아트 바젤(Art Basel)에서 ‘발로아즈 예술상(Baloise Art Prize)’을 수상하며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한편, 베니스 비엔날레는 휘트니 비엔날레, 상파울루 비엔날레와 함께 세계 3대 비엔날레로 꼽히는 미술행사로, 세계 미술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영향력 있는 국제 미술전이다.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의 프리뷰는 5월 8일부터 10일까지 3일간 진행되며, ‘황금사자상’을 비롯한 수상자 발표와 개막식은 5월 11일에 열린다.

전 세계 총 79명의 작가가 참가하는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의 총감독은 2006년부터 런던 헤이워드 갤러리의 디렉터로 활동 중이며, 2015년 리옹비엔날레를 이끈 랄프 루고프(Ralph Rugoff)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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