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비갤러리, 미니멀 기하추상회화 이교준의 '무제'展
피비갤러리, 미니멀 기하추상회화 이교준의 '무제'展
  • 김재현
  • 승인 2019.03.11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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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김재현 기자] 미니멀한 기하추상회화(Geometrical Abstract painting) 작가로 알려진 이교준(64)이 1970~80년대에 집중했던 개념적 설치와 사진작업을 재구성한 작품을 전시장에 펼쳐 놓는다.

'2017년 5월 19일 서울 성수동 더페이지갤러리에서 이교준 작가'.(사진=아트인포DB)
'2017년 5월 19일 서울 성수동 더페이지갤러리에서 이교준 작가'.(사진=아트인포DB)

서울 종로구 북촌로 피비갤러리에서 2월 28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이교준의 'Untitled'전에는 90년대 이후 시작되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공간 분할을 바탕으로 한 기하학적 평면 회화를 볼 수 있다.

이교준 작가는 1979년 대구현대미술제를 기점으로 70년대와 80년대에 걸쳐 실험적인 설치미술을 전개하면서 한국현대미술의 주요 전시에 참여했다.

1980년대 초부터 평면작업을 선보이기 시작한 작가는 석판화, 목탄, 아크릴, 수채 등 다양한 재료를 결합하고 이를 '분할'하는 시도를 했다.

90년대 후반에부터 플렉시글라스와 알루미늄, 납판과 같은 금속 재료와 캔버스를 이용한 기하학적 작업을 통해 자신의 회화적 독법을 이어오고 잇다.

피비갤러리에서 진행하는 'Untitled'전에는 1970~80년대에 한국 개념미술의 대표적인 유형을 이루었던 '설치'와 '행위' 예술이 이교준 작업에서 행해졌던 바를 사진작업과 함께 되짚는다.

이교준, 'Untitled'., black and white photographs, 80 X 120 cm, 1981.(사진=피비갤러리)
이교준, 'Untitled'., black and white photographs, 80 X 120 cm, 1981.(사진=피비갤러리)

이교준은 70년대 중반에 시작된 대구현대미술제(1974~79)에서 집약적으로 드러난 개념으로서의 미술을 국내 작가들뿐 아니라 대구를 방문한 일본의 현대미술가들과 교류하고 영향을 받으며 작가로서의 행보를 이어갔다.

당시 그의 '신체작업'은 기존 미술의 방식을 충족되지 않는 지점을 신체와 일상의 행위를 작품의 구성요소 혹은 대상으로 삼으면서 표현한다.

이교준, 'Untitled'. black and white photographs, 40 X 45 cm, 1980 (each).(사진=피비갤러리)
이교준, 'Untitled'. black and white photographs, 40 X 45 cm, 1980 (each).(사진=피비갤러리)

신체와 행위를 나타내는 언어들을 목록화해 사진이나 영상에 담거나 때론 녹음된 음성으로 발성하기도 한다. 신체작업은 필연적으로 시간의 흐름에 따른 작업과정이 드러나고, 주체와 객체와 재설정되는 상황을 맞이한다.

이교준의 '사진작업'은 신체작업과 직접적 연관이 있다. 신체/퍼포먼스를 기록하기 위해 사진이 이용됐고, 이때 프레임의 바깥에 여백을 남겨 인화하는 방식은 대상이 놓여지는 장소에 대한 우리의 감각을 흐트러뜨린다.

이교준, 'Untitled'. photographs on paper, 75 X 108 cm, 1997.(사진=피비갤러리)
이교준, 'Untitled'. photographs on paper, 75 X 108 cm, 1997.(사진=피비갤러리)

또한 의자, 나뭇가지 등의 오브제를 사진으로 찍은 후 실제의 대상과 사진을 병치해 실재와 개념, 프레임의 안과 밖, 그 경계에 대한 기존의 인식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의 '텍스트작업'은 개념미술에서 언어는 가장 보편적인 형식으로 언급되는데, 이교준은 언어에 있어 인식의 영역과 지각의 영역을 분리하고 이들 사시의 상호작용을 실험하는 작업을 했다.

'BLACK', 'WHITE'등의 텍스트를 문자와 의미가 일치하게 하거나 반대되게 하여 인식과 지각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차이를 일깨운다.

2009~2012년에 집중된 'Void'연작 시리즈에서는 면으로 구성된 층과 선으로 구성된 층이 겹쳐지면서 각 층마다 공간을 내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교준, 'Untitled'. acrylic on canvas, 60 X 60 cm, 2018.(사진=피비갤러리)
이교준, 'Untitled'. acrylic on canvas, 60 X 60 cm, 2018.(사진=피비갤러리)

면과 선 그 자체가 독립된 요소로 화면 안에서 균일하게 공간성을 보여주는 이교준의 작품은 평면이라는 프레임 자체를 새롭게 인식시키려했다.

'Untitled' 시리즈는 2차원의 평면 안에서 기본적인 면의 구획과 이를 통한 선의 구축을 통해 그 표면이 함의할 수 있는 3차원적 공간을 제시함으로써 회화의 입체적인 효율성을 가시화한다.

이교준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평면 안에서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다. 비어있는 것처럼 보이는 그의 캔버스는 오히려 무언가 꽉 채워질 듯한 무한한 가능성의 빈 공간(Void space)을 담고 있다. 전시는 4월 2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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