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오 엘름그린 & 드라그셋, 다양한 장르를 통해 현대사회에 대한 화두 제기... 'Adaptations'展
듀오 엘름그린 & 드라그셋, 다양한 장르를 통해 현대사회에 대한 화두 제기... 'Adaptations'展
  • 김재현
  • 승인 2019.03.12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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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김재현 기자] 국제갤러리는 3월 21일부터 4월 28일까지 베를린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작가 듀오 엘름그린 & 드라그셋의 개인전 'Adaptations'를 개최한다.

엘름그린 & 드라그셋, (전) 'Looped Bar'. Corian, MDF, stainless steel, beer taps, stools, Ø 220 cm x 159.5 cm, 2018. (후) 'Color Field'. Corian, glass, Plexiglas, LED, aluminium, stainless steel, 120.6 x 180.6 x 17 cm, 2018.(사진=국제갤러리)
엘름그린 & 드라그셋, (전) 'Looped Bar'. Corian, MDF, stainless steel, beer taps, stools, Ø 220 cm x 159.5 cm, 2018. (후) 'Color Field'. Corian, glass, Plexiglas, LED, aluminium, stainless steel, 120.6 x 180.6 x 17 cm, 2018.(사진=국제갤러리)

국제갤러리에서 처음 선보이는 작가의 이번 전시는 지난 2015년 플라토에서 열린 전시 이후 국내에서 개최되는 두 번째 개인전으로, 건축, 설치, 조각,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를 관통하며 현대사회에 대한 화두를 제기하는 신작 20여 점을 K3 및 K2 1층 전시장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 1995년부터 이어져온 두 작가의 공동작업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인지하는 공간과 구조물, 그리고 이에 주어진 기능이 결코 중립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다양한 의미와 위계질서가 파생되는 현장이라는 인식과 의심에서 비롯됐다.

이번 개인전 역시 우리가 공공장소에서 친숙하게 접하는 시각 언어가 잠재의식 속에서 연상작용을 발화시키는 하나의 기표 같은 장치로 작용한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또한 작업에 공히 사용된 스테인리스 스틸, 알루미늄 등에서도 드러나듯 산업 재료를 작품 소재로 택했던 미니멀리즘 미술에 대한 경의를 표하고, 고급 재료와 일상 재료, 사유재와 공공재의 구분 짓기를 복기함과 동시에 그 경계를 흐리는 시도가 주목된다.

전시장 곳곳에 설치된 'Adaptations'(2018-2019) 연작은 전세계적으로 표준화된 상징인 교통표지판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특정 기호와 색, 또는 가시적인 표식을 통해 위기감과 각성의 상태를 일깨우는 일반적인 안전표시판과는 달리 거울 표면처럼 매끄럽게 처리된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 작품 주변의 공간과 그 안에 있는 관람객의 존재를 함께 반영한다.

이로써 특정한 방향성이나 규정을 제시하는 대신 작품을 둘러싼 환경에 순응하여 스스로를 위장함으로써 환경을 작업 일부로 흡수하고, 더 나아가 협상의 여지와 새로운 사고를 지향하는 열린 형태의 구조물로 재탄생 했다.

엘름그린 & 드라그셋, 'Adaptation, Fig. 7'. Stainless steel (feet in PVC), 270 x 45 x 40 cm, 2018.(사진=국제갤러리)
엘름그린 & 드라그셋, 'Adaptation, Fig. 7'. Stainless steel (feet in PVC), 270 x 45 x 40 cm, 2018.(사진=국제갤러리)

거대한 꼬리뼈 형상의 작품 'Tailbone'(2019)은 20세기 현대 조각가 바바라 헵워스(Barbara Hepworth)나 장 아르프(Jan Arp)의 유기적 형태의 모더니즘 조각을 연상시킴과 동시에 건축가 자하 하디드(Zaha Hadid)의 우아한 유선형의 건축물과도 궤를 같이 한다.

인종이나 성별에 상관없이 그 형태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 특징인 꼬리뼈는 결국 우리 모두가 동물계로부터 유래한 하나의 동족임을 상기시킨다. 두 개의 남성 토르소 조각 'The Influence, Fig. 1'과 'The Influence, Fig. 2'는 각각의 좌대 위에서 서로 마주보도록 전시된다.

사지가 훼손된 상태로 발굴되었던 고대 그리스-로마의 유물과 유사하게 이 작품은 의도적으로 파편화되었으며, 폭력의 상흔인지 애정의 증표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한 손자국이 각 토르소의 허리를 감싸고 있다. 작가는 이러한 로마의 전통을 의식하듯, 무광 백색과 유광 은빛으로 제작된 알루미늄 토르소 두 점을 전시에 선보인다.

특히 이번 전시의 개최를 맞이해 두 명의 남성 퍼포머가 두 조각의 위치를 바꾸는 등 퍼포먼스의 형식으로도 선보일 예정이며, 예술, 역사, 노동, 성, 그리고 신체에 통용되는 객관화에 대한 질문을 상기시키고 공유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엘름그린 & 드라그셋은 현대인의 일상을 지배하는 문화적 프레임과 우리가 물리적 도구와 맺는 신체적 관계에 대한 탐구를 지속해 왔다.

'Multiple Me'(2019)는 직사각형의 뚫린 구조물 안에 몇 개의 원형 화장 거울이 부착되어 있는 형태다. 애초에 결코 통과할 수 없도록 의도된 이 '통로'는 거울에 맺힌 관람객의 파편화된 상을 다채로운 각도에서 반영한다.

엘름그린 & 드라그셋, (좌) 'The Influence, Fig. 2', (우) 'The Influence, Fig. 1'. Aluminium, lacquer, steel, torso: 각 34 x 30 x 24cm,  plinth: 각 108 x 38 x 38cm, 2019.(사진=국제갤러리)
엘름그린 & 드라그셋, (좌) 'The Influence, Fig. 2', (우) 'The Influence, Fig. 1'. Aluminium, lacquer, steel, torso: 각 34 x 30 x 24cm, plinth: 각 108 x 38 x 38cm, 2019.(사진=국제갤러리)

이른바 셀카(selfie)의 열풍이 불고 있는 현대 사회의 증후군을 극단적으로 투영한 이 작품은 사회에 편입되기 위해 치러야 하는 일종의 통과의례로서의 셀카 행위를 상징한다.

이번 전시 'Adaptations'는 전시공간 전반을 구성하고 있는 반(反)추상적 언어와는 다소 결을 달리하는 사실적 인물 형상의 작품 'The Observer(Kappa)'(2019)로 마무리된다. 트레이닝 바지를 입은 반 나체의 남성은 발코니에 무심히 기댄 채 공허한 동공으로 발코니 아래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다.

공과 사가 공존하는 경계의 공간인 발코니에서 홀로 사색에 잠긴 인물은 이번 전시에서 제시된 전반적인 사회현상과 구조, 공공성에 대한 다양한 내러티브 이면에 근본적으로 존재하며 이 모든 양상을 ‘관찰’하는 어느 개인의 자화상을 시사한다. 전시는 4월 2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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