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옥션 3월 경매 출품, 추사 김정희 '진짜 vs 가짜' 논란
K옥션 3월 경매 출품, 추사 김정희 '진짜 vs 가짜' 논란
  • 아트인포(artinfo)
  • 승인 2017.11.03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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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왕진오 기자] 미술품 경매회사 K옥션(대표 이상규)이 2016년 3월 9일 진행하는 3월 메이저 경매에 나온 추사 김정희와 자하 신위의 글씨가 ‘진짜냐 가짜냐’ 하는 진위공방에 휩싸였다.

K옥션 2016년 3월 경매에 출품되어 진위 논란을 겪은 추사 김정희의 '대련'.(사진=왕진오 기자)
K옥션 2016년 3월 경매에 출품되어 진위 논란을 겪은 추사 김정희의 '대련'.(사진=왕진오 기자)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화랑관계자들은 7일 “추사의 글씨치고는 장법이 어설프고, 본연의 글씨라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 드러났다”며 진품에 합리적 의심이 있음을 감추지 않은데 이어 “작품을 내놓은 위탁자와 경매사, 감정위원 그리고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은 진품이라고 주장하는 객관적인 자료를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추사와 자하 작품 등 서예와 고미술품을 전문으로 거래하는 화랑관계자들이다.

이에 대해 K옥션 고위 관계자는 "우리가 그 작품들 팔아서 얼마나 남긴다고 위작을 팔겠냐. 글씨를 쓰는 것을 본 것도 아니고 해서 확정을 할 수는 없다. 자체 감정에서 문제가 없는 작품이기 때문에 출품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 진위 논란의 추사와 자하 작품은 ?

논란의 작품은 추사 김정희(1786∼1856)가 40대에 썼던 것으로 추정하는 붓글씨 대련으로서 K옥션은 추정가 6000만∼1억 원으로 경매에 출품했다.

우리나라 대련 글씨를 자하 신위(1769∼1845)와 함께 꽃피운 추사의 대련은 그가 1810년 중국을 다녀온 후 부터 제주도로 귀양 간 1840년 전까지 스승인 담계 옹방강(1733∼1818)의 글씨를 모범으로 해 쓴 대련이다.

이와 관련, 경매사 측은 “추사의 노숙한 맛은 덜하지만 40대 추사 글씨의 깔끔한 맛이 느껴지는 작품이고, 내용에 따라 글씨에 약간의 변화를 준 것이 특징”이라고 돌려 말했다.

대련(對聯)은 청나라 초기부터 유행한 격식 중 하나이다. 가로 글씨는 현액(그림이나 글자를 판에 새기거나 액자에 넣어 문 위나 벽에 달아 놓은 것)과 세로글씨를 내려 쓴 한 쌍의 대련을 누가 어떤 글씨로 썼는지가 가문의 품격을 나타내곤 했다.

또, 추정가 1억 2000만∼2억 원에 나온 자하의 대련은 그의 대형 작품 가운데 희귀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한 당시 대련 작품이 대부분 중국의 운룡지나 옥판선지에 쓴 것에 반해 한지에 쓴 글씨인 것도 드문 경우로 판단하고 있다.

◇낙관 감정은 제외... 왜?

특히, K옥션 내부 인사로 경매 출품작 감정에 참여한 한 인사는 “추사 젊은 시절의 낙관은 우리도 정확히 알 수 없다”며 “그곳에서 나온 작품들은 국립중앙박물관으로 들어가 시장에 나오지 않는다. 낙관의 문제라기보다는 글씨의 문제로 본다”고 말했다.

낙관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감정자체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인사는 “감정평가원의 감정서도 있고, 서예 작품을 오래 거래한 화랑 대표와 서예전문전시관의 인사가 어울려 봤고, 큰 하자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면서도 “자하의 작품은 글씨가 좀 크다. 획이 굵은 것도, 예쁘지 않은 것도 있을 수 있다. 대형 컬렉터가 소장한 첩에서 경매에 내놓기 위해서 나눠서 내놓은 것이다. 작은 사이즈의 자하 글씨와는 다른 느낌이 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추사 김정희 대련 작품 감정서.
추사 김정희 대련 작품 감정서.

◇숨겨진 감정평가위원들, 감정결과서 어떻게 신뢰하나

문제는 진위 논란에 판단 잣대로 사용되는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이하 감정평가원)의 감정결과서가 신뢰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국화랑협회와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는 감정평가원에서 작품 감정을 진행할 때 10여명의 위원이 참가한다. 하지만 이들의 명단은 공개되지 않는다.

화랑협회 측도 “감정 위원들이 누구인지는 공개할 수 없다. 또한 위탁자가 누구인지도 감정위원들도 모르게 감정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힐 뿐이다.

경매사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진위감정에서도 동일한 논리를 내세워, 누가 감정에 참여했는지 밝히지 않는다. 단지 “해당 분야에서 오랜 거래와 많이 본 인사들이다”라는 답변뿐이다.

감정평가원이 가장 중요시 하는 것은 작품의 진위 감정이다.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먼저 판단하지 못하면 그림 값 산정은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대형화랑 주인들의 모임인 화랑협회와 각별한 관계를 가진 감정평가원의 그림 ‘진위-값’ 산정 기능에 대해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비아냥거림도 있다.

감정평가원 측은 “감정을 진행할 때 해당 작품과 관련 있는 화랑주의 참여는 엄격히 제한한다. 또한 평론가, 미술사가, 기획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감정을 진행하기 때문에 어느 개인의 이득을 위한 감정의 여지는 없다”고 말했다.

한국 미술 시장에서 ‘그림 값을 결정하는 신의 손’이 되고자 하는 양대 기관들(감정평가원과 감정협회)이 경합하고 있고, 여기에 경매업체들이 “우리가 진짜”라며 도전장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공신력을 갖춘 가격 산정 기준 또는 기관의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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