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국가 상징 DMZ를 바라본 민중미술 작가와 설치 작가들 한자리
분단국가 상징 DMZ를 바라본 민중미술 작가와 설치 작가들 한자리
  • 이예진 기자
  • 승인 2019.03.20 1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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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이예진 기자] 작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다. 긴장감이 한껏 맴돌던 그 순간 두 정상(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악수한 후 북으로, 남으로 함께 경계를 넘었다.

문화역서울284 디엠지 전시에 출품된 안규철 작가의 'DMZ 평화의 종'.(사진=이예진 기자)
문화역서울284 디엠지 전시에 출품된 안규철 작가의 'DMZ 평화의 종'과 전시장 윗쪽엔 백승우의 '마이 라이프 인 워' 작품이 설치되어 있다.(사진=이예진 기자)

그 광경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이목을 끌었다. 남북정상회담 이래 처음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북을 방문했던 적은 있어도 남북정상이 중간지점인 DMZ에서 만난 적은 없었다. 이토록 화제가 되었던 ‘DMZ’를 주제로 전시가 펼쳐진다.

DMZ(Demilitalized Zone)는 한반도의 중심에 위치한 DMZ는 북한과 남한 사이의 완충지대로, 38선을 따라 형성된 실질적 국경이다. 

1953년 7월 27일 북한과 남한 양측이 더이상 군사적 충돌을 막고자 UN과 북한군이 군사경계선에서 각각 2Km씩 후퇴하기로 합의해 설정했다. 

비무장지대는 40여 년간 출입통제구역이었기 때문에 자연 상태가 잘 보존되어 있어 자연생태계 연구의 학술적 대상이 되기도 한다.

'디엠지'전에 설치된 작품 전경.(사진=이예진 기자)
'디엠지'전에 설치된 작품 전경.(사진=이예진 기자)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도종환, 이하 문체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원장 최봉현, 이하 진흥원)이 주관하는 ‘디엠지(DMZ)’ 전시가 (재)광주비엔날레(대표이사 김선정)의 기획으로 3월 21일부터 문화역서울 284에서 개최된다. 

비무장지대는 한국 전쟁 이후, 무장을 가속해 온 역설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예술가, 건축가, 디자이너, 학자들과 함께 현재 진행형의 평화 과정을 그려본다. 또한 비무장지대와 접경 지역을 정치‧사회적, 문화‧예술적, 일상적인 측면에서 다각도로 살펴본다.

한편 평화의 상징으로 거듭나고 있는 휴전선 감시초소(GP: Guard Post)의 시대적 의미와 감시초소 철거에 담긴 남북 관계의 새로운 변화를 전한다.

문화역서울 284 '디엠지'전 설치 모습.(사진=이예진 기자)
문화역서울 284 '디엠지'전 문경원·전준호 작가의 작품 설치 모습.(사진=이예진 기자)

특히 비무장지대에 도착하기까지 거쳐야 하는 민간인 통제선과 통제구역, 통문, 감시초소 등의 ‘공간적 구성’과 함께 비무장지대가 만들어진 과거부터 감시초소가 없어진 미래의 비무장지대까지를 아우르는 ‘시간적 구성’을 교차하는 방식으로 전시를 구성했다.

전시의 전개는 비무장지대의 변화를 상상해보는 ‘비무장지대(DMZ), 미래에 대한 제안들’, 평화로 나아가고 있는 남과 북의 현재의 모습을 반영한 ‘전환 속의 비무장지대(DMZ): 감시초소(GP)/전방관측소(OP)’.

군인·민간인·작가들의 서로 다른 시선이 교차하는 ‘비무장지대(DMZ)와 접경지역의 삶: 군인·마을주민’, 비무장지대의 역사를 다루는 과거의 공간으로서 관련 구축 자료(아카이브)와 회화 작업을 선보이는 ‘비무장지대(DMZ)역사와 풍경’, 비무장지대(DMZ)의 현재와 미래를 접하는 공간인 ‘비무장지대(DMZ)의 생명환경’ 등 총 다섯 개의 구역으로 구성된다.

안규철, 이불, 정연두, 백승우, 김준, 노순택, 오형근, 전준호·문경원, 임민욱, 조민석, 승효상, 최재은, 민정기, 김선두, 강운 등 예술가 50여 명이 이번 전시에 참여한다. 또한 미디어, 사진, 회화, 영상, 설치미술, 아카이브 등이 전시된다.

'디엠지 전 참여작가 이불이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이예진 기자)
'디엠지 전 참여작가 이불이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이예진 기자)

‘DMZ 평화의 종’이란 작품을 내놓은 안규철 작가의 작업은 “사람들을 갈라놓던 철조망이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종소리가 된다“라는 의미 있는 설치 작품이다.

그 벽은 항상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것으로만 경험되었다고 한다. 안 작가는 “우리의 상상력은 언제나 그 앞에서 멈췄다. 우리는 벽의 뒷면을 볼 수 없었고, 벽 사이에 있는 공간을 상상할 수 없었다” 고 설명했다.

벽을 넘어서려면 우리는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에서 그것을 볼 수 있어야 하고, 벽을 부수려면 그것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알아야 한다.

DMZ에서 철거된 철조망의 잔해를 녹여서 종(鐘)을 만들고, 벙커의 감시탑의 형태를 가져와 이 종을 거는 종탑을 만든다. 감시탑들이 서있던 산봉우리들에서 종소리는 남북의 경계를 넘어 멀리까지 퍼져나갈 것이다. 상대를 향한 적의와 긴장의 공간이 평화와 치유의 메시지를 발신하는 진원지가 된다.

'문화역서울 284 디엠지 전 출품 작품'.(사진=이예진 기자)
'문화역서울 284 디엠지 전 출품 작품'.(사진=이예진 기자)

작가 백승우의 ‘마이 라이프 인 워’는 트라이비젼의 형식을 통해 보여진다. 광고판으로 주로 쓰이는 트라이비젼은, 3면이 변화하는 방식으로 이미지를 보여준다. 작업을 하면서 수년간 바라본 DMZ의 공간은 작가에게 이념과 전쟁의 장소라기보다는 홍보와 광고의 장소로 다가왔다. 

정연두 작가는 전망대라고 하는 DMZ가 내려다보이는 안보관광의 장소를 하나의 극장으로 상정해 현실 극장을 사진 속에 구현했다. 이번 전시에는 양구의 ‘을지극장'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 사진들은 연출과 기록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배우들이 천연덕스럽게 안보관광을 온 관광객들 사이에서 연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총 13개 챕터로 구성된 단막극들은 전망대에서 보이는 DMZ에 얽힌 이야기들을 소재로 하고 있다.

작가 이불이 선보이는 ‘리얼 디엠지 프로젝트를 위한 아이디어 스케치’ 작업물들은 DMZ에 설치되었으나 더 이상 본래의 목적으로 활용되지 않는 구조물들의 형태를 활용해 구상한 작품 스케치이다. ‘리얼 DMZ 프로젝트를 위한 아이디어 스케치 No. 2 - 인피티니 타입 B’는 소이산 입구에 위치한 망루형 벙커를 활용한 작품 안이다. 

'디엠지 전 아카이브 전시모습'.(사진=이예진 기자)
'디엠지 전 아카이브 전시모습'.(사진=이예진 기자)

이해반 작가는 평온해 보이는 풍경 속에 사건의 조짐, 정황, 그 이후를 연상케 하는 장치들을 함께 배치하며 분단된 한국의 현실과 심리적 불안감을 드러내 왔다.

대한민국의 분단 현실을 보여주는 민통선 지역(DMZ)근처인 강원도 철원 동송 지역에서 태어나 늘 가까이 있어도 갈 수 없는, 미지와 익명의 공간에 대해 지속적인 궁금증을 가져온 작가는 관찰자로서 그 풍경과 거리를 유지하기도 하고, 환상으로 거리감을 뒤섞기도 하면서 공간을 탐구해 왔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 'DMZ 풍경 시리즈 - 707op에서 본 금강산'은 작가 개인의 경험이 담긴 DMZ 지역의 풍경들, 지금은 사진 촬영이 제한된 풍경 등을 회화로 구현한 작업이다.

그 밖에도 비무장지대에 대한 다양한 주제의 강연과 학술행사, ‘북 콘서트’, 영화 상영, 접경 지역 특산물인 쌀을 활용한 ‘디엠지(DMZ) 장터’와 비무장지대 상품을 선보이는 ‘선물의 집’, 도라산 및 철원 지역의 ‘비무장지대 열차관광’ 등 다채로운 부대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디엠지 전에 설치된 출품작품.(사진=이예진 기자)
디엠지 전에 설치된 출품작품.(사진=이예진 기자)

이번 전시가 열리는 문화역서울 284(구 서울역사)는 남과 북을 연결했던 경의선 열차의 ‘출발점’이라는 장소적 의미를 가지고 있어, 남북 정상이 만나 새로운 관계를 형성했던 비무장지대와의 공통된 상징성으로 그 의미를 더할 것으로 기대된다.

디엠지(DMZ) 전시와 프로그램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더욱 자세한 내용은 문화역서울 284의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시는 5월 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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