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가 '데이비드 호크니'...대규모 기획전 개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가 '데이비드 호크니'...대규모 기획전 개최
  • 이예진 기자
  • 승인 2019.03.22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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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이예진 기자] 전 세계 생존 작가 중 최고 작품가를 기록하고 있는 영국 출신의 현대 미술가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 82)의 대작들이 ‘아시아 최초’ 중국도 일본도 아닌 한국에 상륙했다. 

21일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공개된 데이비드 호크니의 '클라크 부부와 퍼시'. 이 작품의 모델은 오시 클라크와 셀리아 버트웰로 호크니의 절친한 친구이자 1960~70년대 런던 패션 산업을 선도한 디자이너 부부이다.(사진=이예진 기자)
21일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공개된 데이비드 호크니의 '클라크 부부와 퍼시'. 이 작품의 모델은 오시 클라크와 셀리아 버트웰로 호크니의 절친한 친구이자 1960~70년대 런던 패션 산업을 선도한 디자이너 부부이다.(사진=이예진 기자)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고 대중들로부터 사랑받는 예술가 데이비드 호크니는 2018년 11월 15일(현지시간) 뉴욕 크리스티에서 1972년작 '예술가의 초상(수영장의 두 사람), Portrait of an Artist(Pool with Two Figures)’이 9030만달러 (1천 19억 원)에 낙찰 돼 폭발적인 이슈가 되었다.

서울시립미술관(관장 백지숙)은 영국 테이트미술관과 공동 기획한 데이비드 호크니의 아시아 첫 대규모 개인전을 3월 22일부터 8월 4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영국 테이트미술관을 비롯한 총 8개의 해외 주요 기관(영국문화원 소장품, 영국 왕립예술아카데미, 영국 솔츠밀, 영국 리버풀대학교 등)에서 대여한 회화, 드로잉, 판화, 사진 등 133점을 선보인다.

특히 호크니의 대표작인 ‘더 큰 첨벙’, ‘클라크 부부와 퍼시’, ‘움직이는 초점’ 시리즈, ‘더 큰 그랜드 캐니언’과 최근작인 ‘2017년 12월, 스튜디오에서’와 같은 시기별 주요작을 보여준다.

'데이비드 호크니, '더 큰 첨벙'. 1967.(사진=서울시립미술관)
'데이비드 호크니, '더 큰 첨벙'. 1967.(사진=서울시립미술관)

지난 21일 ‘데이비드 호크니’전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영국 테이트미술관 주디스 네스빗 디렉터는 “데이비드 호크니는 20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아티스트이며, 파노라믹하고 아이코닉한 작품들로 가득하다”라며 “1960년대에 호크니는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며 그 곳의 풍경과 그 도시에 완전히 매료되어 그림을 그렸다”고 말했다.

이어 “수영장 시리즈에 나오는 물이 떨어지는 속도를 세밀하고 다양하게 표현했고, 액션페인팅(action painting)이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호크니는 80세 생일에 맞춰 2017년부터 1년간 영국 테이트미술관, 프랑스 퐁피두센터,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을 순회한 회고전에서 백만 명의 관객이 관람했다. 

전시는 초기 영국 왕립예술학교 시절에 주목받은 작품부터 오늘날까지도 대중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1960~70년대 로스앤젤레스 시기의 작품과 자연주의 시기의 2인 초상화, 피카소의 입체주의와 중국 회권(두루마리 회화)에 영향을 받은 다시점 구도의 작품, 다양한 판화 기법을 실험적으로 시도한 시리즈 작품, 대규모의 풍경화 및 최근 디지털 매체를 활용한 작품을 총망라한다. 

'21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공개된 데이비드 호크니의 '와터 근처의 더 큰나무들 또는 새로운 포스트_사진 시대를 위한 야외에서 그린 회화'. 이 작품은 가로 12미터, 세로 4.6미터로 호크니 작품 중 가장 큰 규모의 작품이다. 인상주의 화가들이 그랬던 것처럼 야외에서 그린 이 작품은 50개의 패널로 구성되어 있으며, 완성하는데 6주가 걸렸다고 한다.(사진=이예진 기자)
'21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공개된 데이비드 호크니의 '와터 근처의 더 큰나무들 또는 새로운 포스트_사진 시대를 위한 야외에서 그린 회화'. 이 작품은 가로 12미터, 세로 4.6미터로 호크니 작품 중 가장 큰 규모의 작품이다. 인상주의 화가들이 그랬던 것처럼 야외에서 그린 이 작품은 50개의 패널로 구성되어 있으며, 완성하는데 6주가 걸렸다고 한다.(사진=이예진 기자)

데이비드 호크니는 브래드퍼드 예술학교 학생 시절 호크니는 실물 드로잉과 외부 세계에 대한 충실한 관찰에 입각한 전통적인 교육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음산한 색과 환영적 공간을 특징으로 하는 회화와 석판화를 제작했다.

당시 미국의 추상표현주의가 한창 각광을 받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호크니는 추상과 재현적 이미지를 구분하는 경계를 흐려가면서, 도식화된 인물의 형태, 그라피티 등을 사용해 성(性)과 사랑에 관한 주제를 전달했다.

이 시기에 호크니는 무엇이든 작품의 주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피카소처럼 다양한 양식과 여러 그림 제작 방식을 의도적으로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는 영국왕립예술학교를 졸업한 후 성숙한 예술가로서 작품에 자신만의 특성을 부여하고, 양식상의 자유를 발전시켜나갔다.

1964년부터 호크니는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유리의 투명성, 계속해서 움직이는 물의 특성을 포착하는 방식 등에 천착하며 기술적인 문제들을 극복하고자 했던 호크니의 작품들을 소개한다.

데이비드 호크니, '호텔 우물의 경관 Ⅲ'. 1984 – 5, 석판화 에디션 80, 123.2ⅹ97.8 cm.(사진=서울시립미술관)
데이비드 호크니, '호텔 우물의 경관 Ⅲ'. 1984 – 5, 석판화 에디션 80, 123.2ⅹ97.8 cm.(사진=서울시립미술관)

대표 작품인 ‘더 큰 첨벙’(1967)에서 그는 단순화된 형태와 평면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통해 당시에 유행하던 추상회화, 그리고 회화적 장면의 인공성을 부각시키는 작품 둘레의 경계를 풍자했다.

호크니가 공들여 그린 물살은 우연성에 대한 탐구로 볼 수 있다. 또한 사실적으로 묘사한 배경의 낮은 건물은 미니멀리즘 미술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근대적 그리드에 대한 유희적 풍자이기도 하다.

1960년대 후반과 1970년대에 호크니는 자신의 주변 사람들과 세계에 상당히 감성적으로 반응하며 이미지를 제작했다. ‘자연주의를 향하여’에서는 그가 오랜 시간 관찰을 통해 느낀 빛과 그림자, 인물, 그리고 공간과 깊이를 표현하는 데 보다 집중한 작품들을 소개한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 전시된 데이비드 호크니의 '더 큰 그랜드캐니언' 1998.(사진=이예진 기자)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 전시된 데이비드 호크니의 '더 큰 그랜드캐니언' 1998.(사진=이예진 기자)

이 시기에 그려진 2인 초상화 시리즈는 영국 테이트미술관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들이다. 이 작품들은 오랫동안 주변 인물들을 모델로 면밀히 관찰하고 다수의 습작 드로잉을 거듭한 끝에 탄생했다.

특히 ‘클라크 부부와 퍼시’(1970~1)의 등장인물들은 거의 실물 크기로 제작되어 마치 관객이 서 있는 실제 공간에 대상이 존재하는 것 같은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1973년 피카소가 사망한 이후 그의 화풍과 예술 세계가 호크니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다. ‘푸른 기타’(1976~7) 시리즈에서는 피카소에 대한 호크니의 경외심과 탐구 정신을 엿볼 수 있다.

이 시기, ‘자연주의의 덫’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던 호크니에게 피카소와의 유대감은 위안을 주었고, 양식의 엄격함에서 벗어나 세상을 새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었다.

본인은 판화가가 아니며 단지 약간의 판화 작업을 일삼는 화가일 뿐이라고 말하기는 했지만, 이 판화를 통해 호크니는 20세기 후반 판화사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한 중요 작가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1980년대 호크니는 작품 스타일과 매체 면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꾀하며 계속해 다작을 이어간다. 사진, 연극 무대 디자인, 중국의 회권(두루마리 회화)에 대한 연구에 집중하면서 일시적으로는 판화로 관심을 돌려 입체주의, 회화 공간, 3차원 공간에서 일어나는 여러 다른 실재들을 2차원 평면에 어떻게 재현하는가 하는 문제에 집중하게 된다.

'서울시립미술관 데이비드 호크니 전시 작품 모습'.(사진=이예진 기자)
'서울시립미술관 데이비드 호크니 전시 작품 모습'.(사진=이예진 기자)

호크니가 ‘움직이는 초점’이라고 지칭하는 이 시기의 아이디어는 원근, 기억, 공간에 대한 해석이며, 이 섹션에서는 작가에게 중요한 모델들을 대상으로 그린 여러 점의 초상화, 강렬한 색으로 표현한 정물화, 새로운 공간을 제안하는 복합적인 실내 풍경 작품들을 소개한다.

1990년대 초, 카메라가 세상을 동질화하고 능동적으로 보는 행위를 퇴화시킨다고 결론을 내린 호크니는 세계를 묘사할 수 있는 실험적인 방식들을 계속해서 모색했다.

‘추상’ 섹션의 작품 ‘다른쪽’(1990~3)에서 볼 수 있듯 이 시기에 호크니는 추상적 패턴과 형태가 조합된 이미지로 회귀했다. 선명한 색감과 다양한 패턴의 면, 춤을 추는 것과 같은 기하학적 형태의 조합은 생경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한 새로운 공간 표현과 인상적인 색의 사용은 이후 작업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으며, 여러 영역에서의 활동과 다양한 매체에 대한 적극적인 연구가 이 시기의 작품에 잘 반영되어 있다.

‘호크니가 본 세상’에서는 21세기 전환기에 제작된 그랜드 캐니언 풍경화와 고향 요크셔로 돌아가 탄생시킨 거대 규모의 요크셔 풍경화 작품을 소개한다.

'서울시립미술관 데이비드 호크니 전을 관람하고 있는 관객들'.(사진=이예진 기자)
'서울시립미술관 데이비드 호크니 전을 관람하고 있는 관객들'.(사진=이예진 기자)

최근작인 ‘2017년 12월, 스튜디오에서’(2017)는 3,000장의 사진을 디지털 기술을 통해 이어 붙여 제작한 하나의 사진 드로잉 작품으로, 지금까지의 호크니의 작업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며 최근 호크니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시간과 공간의 확장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데이비드 호크니는 우리가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동성애, 인물, 풍경 등을 주제로 다양한 방식의 ‘그림 그리기’를 시도하며 동시대 “존재 자체가 하나의 장르인 이 시대의 예술가”로 발돋움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80세가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전통성과 현대성을 아우르는 도전을 지속하는 현대 미술의 거장 데이비드 호크니의 삶과 작품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작품들은 한국 전시 이후 베이징, 함부르크로 순회전이 예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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