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붙든 시간의 틈새…신수혁의 '블루노트'
그림으로 붙든 시간의 틈새…신수혁의 '블루노트'
  • 김재현
  • 승인 2019.03.26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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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김재현 기자] 작가 신수혁은 회화 미술가 중 주목 받는 히든 카드로 분류되고 있다. 홍익대 회화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한 후 이미 2000년대 초반 유수 단체에 초대되는 등 호평 일색의 달콤한 등단을 했다가 돌연 일본 유학길을 택했기 때문이다.

신수혁, 'An overbridge'. 91 x 116cm, oil on canvas, 2010.
신수혁, 'An overbridge'. 91 x 116cm, oil on canvas, 2010.

도쿄예대 회화과 박사과정에서 학위를 받은 작가는 2009년 귀국,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 해 원앤제이 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연 신씨는 서울 종로구 통의동 아트사이트 갤러리에 3월6일까지 두 번째 개인전을 통해 작품을 선보인다

첫 개인전에서 흰색 젯소를 펴서 바른 후 샌딩한 화면 위에 연필로 철학적 풍경을 그렸다면, 이번 전시는 전반적으로 블루 톤으로 처리된 풍경이다. 최초에 유화로 얇게 칠한 후 순차적으로 물감 층을 한 겹 한 겹 쌓아 올리면서 화면에서 형상을 구현해내는 기법은 다른 화가들의 화법과 차별된다.

작가는 오래된 근 현대 건물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채집한다. 이들 건물 각각에는 고유의 맥락과 시대의 감각이 서려있다. 건축물에 내재된 고유한 시대 감각을 내밀하게 연구해 한국인으로서 살아가는 의미를 성찰한다.

신수혁, 'Billboard Building'. 162 x 131cm, oil on canvas, 2010.
신수혁, 'Billboard Building'. 162 x 131cm, oil on canvas, 2010.

그의 작품은 시간과 공간에 대한 연구이기도 하다. 하나의 풍경도 계절이나 시간대에 따라 다르게 느껴진다. 아침과 밤처럼 확연히 다른 시간은 구분할 수 있어도 오후 4시와 5시의 미묘한 차이의 분위기에 대해서는 명확히 구분하지 못한다.

작가는 이를 '시간의 틈새'라고 말한다. 그의 연구 주제가 바로 이 시간의 틈새이기도 하다. 시간의 틈새에 천착하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빛이 무엇인지, 어떤 것인지 보여주기 위해서다.

이번 전시회의 타이틀은 '블루 노트'다. 푸른색은 우울함을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노발리스의 '푸른 꽃'처럼 희망, 판타지의 저편을 암시하기도 한다. 개인사의 모든 것을 지칭하기도 하며 블루스 음악의 음계(블루 노트)를 뜻하기도 한다.

신수혁, 'School #6'. 162 x 131cm, oil on canvas, 2010.
신수혁, 'School #6'. 162 x 131cm, oil on canvas, 2010.

도시공간의 일부분을 집요하게 탐구함으로써 이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의 의미, 사회의 의미를 동시에 타진한다.

구미가 아닌 일본을 유학지로 선택한 이유도 의미심장하다. 아시아의 현대회화는 유럽과 미국의 그것에 비해 현저하게 연약하다. 구미의 회화는 기존의 미술사에 탄탄하게 쌓여있는 모든 것을 타파하고 깨뜨려 새로운 회화와 방법, 회화에 대한 새로운 태도 등을 추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시아의 회화 교육은 철저하게 재현 교육이나 서구의 답습에 제한된다.

작가는 회화에서 철저하게 자기 근원이나 정체성을 추구하도록 요청하는 첫 아시아 국가는 일본이며 여타 아시아 국가의 미술도 그렇게 되리라고 강조한다. 그의 회화는 현재 여기에서 살아가는 2011년 서울 시민들 삶의 양상에 대한 은유적 설명이자 지금 우리들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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