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증으로 꽃피운 조선시대 명품 서화, '손세기·손창근 기증 명품 서화전 2'
기증으로 꽃피운 조선시대 명품 서화, '손세기·손창근 기증 명품 서화전 2'
  • 강옥선
  • 승인 2019.03.26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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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강옥선 기자] 겸재(謙齋) 정선(鄭敾,1676~1754)의 '북원수회도(北園壽會圖)1716년', '비로봉도'를 비롯해 심사정, 김득신, 이인문, 김수철 등 조선 후기에 활동한 서화가들의 대표작을 선보이는 전시 '손세기·손창근 기증 명품 서화전 2'가 3월 26일부터 국립중앙박물관 2층 서화실에서 막을 올린다.

정선의 북원수회도= 정선, '북원수회도(北園壽會圖)'. '북원수회첩' 중 제1-2면, 조선, 1716년 이후, 종이에 엷은 색, 2018년 손창근 기증.(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정선, '북원수회도(北園壽會圖)'. '북원수회첩' 중 제1-2면, 조선, 1716년 이후, 종이에 엷은 색, 2018년 손창근 기증.(사진=국립중앙박물관)

이번 전시는 손창근 님이 부친 고(故) 손세기 님과 대를 이어 수집한 문화재를 2018년 11월 21일 기증(총 202건 304점)받아 이를 기념하는 첫 특별전'손세기, 손창근 기증 명품 서화전'(2018.11.23.~2019.3.24, 16건 25점)에 이은 두 번째 전시다.

*18세기 양반 풍속과 조선 산천을 그린 화가, 겸재 정선*

'북원수회도'는 1716년, 서울 장동(壯洞,지금의 서울특별시 종로구 청운동 일대) 이광적(李光迪,1618~1727년)의 기와집에서 열린 마을 원로들의 장수를 축하하고 그 모임을 기념하는 그림이다.

정선이 41세에 제작한 기록화로, 커다란 마당이 있는 이광적의 자택 건물을 비롯해 참석자와 시종 등 다양한 인물들의 모습을 충실하게 표현하며 당시 현장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그림 뒷부분에 수록된 참석자들의 축하 시와 함께 당시 양반의 생활 풍속을 보여주고 있어 매우 중요하다.

꼼꼼하게 잔치 장면을 그린 '북원수회도'와는 달리, '비로봉도'에서는 금강산의 봉우리를 과감하게 그린 정선의 개성적인 화법을 확인할 수 있다.

뭉게구름이 솟아오르는 것처럼 비로봉을 그리고, 그 아래 중향성 암봉(岩峰)들은 줄지어 배치해 비로봉을 부각했다. 비로봉은 피마준(披麻皴,그림에서 약간 물결짓는 필선으로 베(麻, 마)를 푼 것 같이 꺼칠꺼칠하게 그리는  표현)으로 그린 반면, 암봉들은 수직준(垂直皴,그림에서 수직으로 내려 긋는 예리하고 강한 표현)으로 표현해 실제 경물의 특징을 효과적으로 나타냈다.

김득신, '출문간월도'. 조선, 18~19세기, 종이에 먹, 2018년 손창근 기증.(사진=국립중앙박물관)
김득신, '출문간월도'. 조선, 18~19세기, 종이에 먹, 2018년 손창근 기증.(사진=국립중앙박물관)

이번 전시에서는 조선시대 서예가들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17세기 문인인 조문수(曺文秀,1590~1647)의 '이군산방기'는 북송 최고의 문장가인 소식의 글을 행서의 기운이 도는 해서체로 쓴 작품으로, 작은 글씨가 명쾌하고 힘이 있다.

또한 우리나라 역대서법과 중국서법을 익혀 한국적 서풍을 일으킨 백하(白下) 운순(尹淳,1680~1741)의 초서 편지와 글씨를 쓰는 이의 서권기(書卷氣)를 강조한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1786~1856)의 서첩도 함께 전시된다. 

심사정(沈師正,1707~1769)의 '선유도(船遊圖)'와 김득신(金得臣,1754~ 1822)의 '출문간월(出門看月)'에서는 각 화가의 개성적인 화법과 운치를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다.

심사정, '선유도'. 조선, 1764년, 종이에 엷은 색, 2018년 손창근 기증.(사진=국립중앙박물관)
심사정, '선유도'. 조선, 1764년, 종이에 엷은 색, 2018년 손창근 기증.(사진=국립중앙박물관)

아름다운 담채로 그린 '선유도'는 거친 파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유유자적 뱃놀이를 즐기는 인물들의 모습이 신선 놀이처럼 느껴진다. 반면, 김득신의 능숙한 수묵 표현이 돋보이는 '출문간월'에서는 한밤중 개가 짖자 밖으로 나와 보름달을 바라보고 있는 동자가 친근하게 다가온다.

한편, 김수철(金秀哲,?~1862 이후)의 '산수도' 2점과 '백합도'는 눈여겨 볼 만하다. 김수철은 대상을 간략하게 표현하거나 과감하게 생략했으며, 산뜻한 채색을 더해 세련된 느낌을 살렸다.

19세기 당대 화단의 주류인 남종문인화에 기반을 두면서도 참신한 조형감각을 살려 이색화풍을 구축했던 김수철의 역량을 확인할 수 있다. 전시는 7월 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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