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파 "300만개 침으로 고통의 치유 형상화 했죠"
손파 "300만개 침으로 고통의 치유 형상화 했죠"
  • 아트인포(artinfo)
  • 승인 2017.11.05 13: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트인포=왕진오 기자] "침은 아프지만, 병을 낫게 해주는 것이지요. 극과 극이 서로 만나서 하나가 되는 것 바로 고통을 통해서 고통을 치유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가 아닌 듯 합니다."

손파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손파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예술가에게 자신의 창작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하지 못할 재료는 없을 것이다. 마크 퀸(Marc Quinn)은 자신의 혈액을 이용해 작품을 만들었고, 비누나, 불 에탄 재 등등 그 가짓수는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무한한 재료 중에 최소 단위로서 가장 조형성과 뭉쳤을 때의 강력한 힘에 매료되어 선택한 침(침술에 사용되는 바늘)을 대량으로 사용해 작품을 표현하는 손파 작가의 작품이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글로벌 관객들과의 만남의 자리를 갖는다.

오는 5월 13일부터 11월 26일까지 베니스 팔라조 벰보와 팔라조 모라 두 곳에서 열리는 특별전 '퍼스널 스트럭쳐'를 통해 손파 작가의 대형 의자 작품이 선보이게 된다.

특히 팔라조 모라에 설치되는 한방침을 소재로 한 입체작품은 300만개의 침이 합쳐서 대형 조형물의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어 그 공력에 경외감마저 느끼게 한다.

손파 작가는 "침은 아프지만 치유를 하는 소재죠. 극과 극이 만나서 하나가 되듯, 작은 고통을 통해서 큰 고통을 치유할 수 있다는 것에 매료되어 한방침을 작품의 주요 소재로 사용하게 됐습니다. 또한 침은 아주 직선적이고 심플해서 조형적으로 매력적인 것 같았습니다"라고 설명한다.

손파, '무제'. 2009.(사진=갤러리 팔조)
손파, '무제'. 2009.(사진=갤러리 팔조)

2017년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전에 선보이는 작품은 '몸'이라는 물리적 한계를 지니고 태어난 인간의 불안을 다양한 재료로 표현하는 작가에게 불안과 고통을 표현함과 동시에 치유에 대한 고민의 결과물로 드러난 수백만 개의 한방침 덩어리 작업이다.

인류 역사에서 발견되는 유물의 형상을 만드는 것에 집중했던 작업 과정에서 동서양 유물의 결합을 통해 인간 몸을 치유하는 것에 집중한 결과 나타난 작업인 것이다.

이 뮤지엄시리즈는 보호와 위협의 이중적 의미를 포함하고, 지식의 유용함을 드러내면서 동시에 맹목적인 믿음의 오류를 경계한다. 손 작가는 "두려움과 공포는 무지의 산물인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무서운 것에 관심이 많았고, 한방 침등에 두려움과 두려움을 느낀 상태에서 칼, 뿔, 등 뾰족한 것들에 관심이 많았습니다"고 말한다.

3년여 간의 시간을 들여 완성한 작품은 큰 의자를 형상화 한 것이다. 의자는 사회적 지위를 포함한 책임감을 표현하는데, 그것을 우리는 망각하고 살지 않았는지 의문으로 남긴다. 또한 이 의자가 원래는 교황의 의자를 표현하려 했는데, 너무 진부한 내용을 담는 것 같아서 심플하게 형상으로 만들어 냈다고 이야기 한다.

베니스로 떠나기에 앞서 손파 작가는 "저는 거친 스타일 같아요. 억누르면서 작업하는 모양새는 나에게 맞지 않더라고요. 과감하게 큰 덩어리를 만들거나 뿌리는 것. 남이 할 수 없는 것을 감각적으로 찾아보고 싶죠. 그렇게 작업하는 것이 즐겁고 나만의 창작의 길이 아닐까 합니다"고 설명한다.

한편, 팔라조 모라 전시장에서 열리는 오프닝 행사에는 인체를 대상으로 침을 놓는 행위에 의해 물감으로 채워진 장치에서 흘러내리는 먹물의 형태와 스피커에 설치된 한방침의 떨림으로 인간의 근원과 고통과 걱정을 치유하는 퍼포먼스를 펼칠 예정이다.

현대음악예술창작그룹 'empty note'(김중희, 김지혜, 오영지)와 현지 아티스트의 컬래버레이션으로 진행되는 퍼포먼스에는 한국의 민요인 '액맥이타령'의 일부와 즉흥연주 그리고 연주자의 퍼포먼스가 더해진다.

'액맥이타령'과 연주자의 퍼포먼스는 액을 풀고 보호해주며, 복을 주고 닦아주고 치유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퍼포먼스로 육체와 정신이 하나이듯 동과 서가 하나이고, 서로의 고통을 이해하고, 존재를 인정하는 현장을 보여주고자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