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거 욘 "'삼면축구' 제삼자 개입되어 있는 한국의 모습 닮아 있어"
아스거 욘 "'삼면축구' 제삼자 개입되어 있는 한국의 모습 닮아 있어"
  • 이예진 기자
  • 승인 2019.04.1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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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이예진 기자] 미술관과는 도통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대형 축구장이 축소되어 설치 되어 있다. 이 작품은 덴마크에서는 모든 세대를 아우르며 그의 존재와 가치를 인정받는 대표적인 예술가 ‘아스거 욘(Asger Jorn, 1914~1973)의 ‘삼면 축구’ 작품이다. 

'대안적 언어_아스거 욘' 전시장에 설치된 아스거 욘의 초상.(사진=이예진 기자)
'대안적 언어_아스거 욘' 전시장에 설치된 아스거 욘의 초상.(사진=이예진 기자)

작가 아스거 욘은 ‘ 고전적 미술 언어의 틀’을 깬 혁명적 행보를 걸은 예술가로 알려졌다. 그는 1940년대 결성된 코브라(CoBrA) 그룹의 창립 회원으로 활약했다. 코브라는 20세기 중반 중요한 추상화가 그룹을 배출한 유럽의 도시, 즉 코펜하겐, 브뤼셀, 암스테르담의 도시 이름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미술 그룹이다. 

코브라(CoBrA) 그룹과 연을 맺은 작가들은 자발성 혹은 충동성과 같이 어린 아이 같은 본능을 강조하는 작품을 그리는 데 관심을 가졌다. 

또한, 아스거 욘은 예술이 ‘나이, 지위, 인종, 지식’과 무관하게 대중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주장했다.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급진적 정치 혁명을 일으킨 상황주의 인터내셔널(Situationist International)을 결성하기도 했다. 이후 ‘북유럽 전통 예술’을 연구해 미국과 소련이 양립하는 세계 논리에 제3의 대안적 관점을 제시하고자 노력했다.

아스거 욘, '황금 돼지 전쟁의 환상'. 1950, 캔버스에 유채, 50 x 100 cm, 욘 미술관 소장.(사진=국립현대미술관)
아스거 욘, '황금 돼지 전쟁의 환상'. 1950, 캔버스에 유채, 50 x 100 cm, 욘 미술관 소장.(사진=국립현대미술관)

아시아 최초로 열리는 ‘아스거 욘의 개인전 ‘대안적 언어 – 아스거 욘, 사회운동가로서의 예술가’전이 4월 12일부터 9월 8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5전시실과 서울박스에서 개최한다.

MMCA와 덴마크 실케보르그 욘 미술관과 협력해 회화, 조각, 드로잉, 사진, 출판물, 도자, 직조, 아카이브 등 9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 타이틀 ‘대안적 언어’는 서유럽 중심 미술사에서 벗어난 대안적 미술사 쓰기를 제안한다는 의미다. 작가가 일생 동안 ‘대안적 언어’로서 추구한 예술적 실험, 정치적 참여 그리고 사회운동가로서의 면모는 주류미술사에서 제대로 조명을 받지 못했다. 미국과 서유럽을 중심으로 서술된 미술사는 아스거 욘의 회화적 표현에만 집중해왔다

이번 전시를 위해 방한한 야콥 테이(Jacob, Thage) 덴마크 실케보르그 욘 관장은 “아스거 욘은 아시아 지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이지만 유럽이나 미국 예술가들 사이이에서는 유명한 작가”라며 “'그들 사이에서는 그가 내 영감의 원천이다'라고 일컫는다”라고 말했다.

'아스거 욘 전시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박주원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사진=이예진 기자)
'아스거 욘 전시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박주원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사진=이예진 기자)

이어 “10년 전쯤부터는 그에 대해서 많이 알려진 것 같다. 20세기를 대표하는 덴마크 작가 중 한명이다”라며 “'아스거 욘의 창의성'이라는 제목의 책을 발간해 덴마크의 모든 초등학생에게 나누어 주었다”며 ”그의 창의성은 덴마크 외부나 내부에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실험정신, 새로운 물질과 형태’, ‘정치적 헌신, 구조에 대한 도전’, ‘대안적 세계관, 북유럽 전통’ 세 가지 주제로 구성된다. 

‘아스거 욘의 개인전을 준비한 국립현대미술관 박주원 학예연구사는 “욘의 작품 중 ’황금 돼지: 전쟁의 환상’은 ‘휴먼애니멀’이며 인간 사회에서 황금돼지는 자본주의를 비판한 것으로 작품 안에서 돼지가 달러를 물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형상은 인간과 동물은 다를게 없다라는 철학적인 의미도 부여한다”고 설명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서울박스에 설치된 아스거 욘의 '삼면축구'.(사진=이예진 기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서울박스에 설치된 아스거 욘의 '삼면축구'.(사진=이예진 기자)

한편 ‘삼면축구(Three Sided Football)’는 관객 참여형 작품으로 아스거 욘이 고안한 경기 방식이다. 세 팀이 동시에 경기를 진행해 실점을 가장 적게 한 팀이 승리하는 게임이다.

골 득실에 따라 승자와 패자가 결정되는 일대일의 경기와 달리, ‘삼면축구’는 세 팀의 공격과 수비가 균형을 이뤄야 승리할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아스거 욘이 ‘냉전시대 미·소 양국의 힘의 논리에서 벗어나 예술을 통해 찾고자 한 대안적 세계관이 무엇’인지 잘 표현하고 있다.

'대안적 언어_아스거 욘', 전시 전경. (사진=국립현대미술관)
'대안적 언어_아스거 욘', 전시 전경. (사진=국립현대미술관)

박주원 학예연구사는 “‘삼면축구’는 덴마크 실케보르그 욘 미술관 외부에 설치되어 시민이 직접 참여해 게임도 할 수 있다”며 “이 작품의 설치 계기는 미술관에서 미술 작품만 보고 가는 수동적인 공간만이 아닌 또 다른 관점에서 볼때 다양한 기능을 하는 곳이었으면 한다”며 ”어린이 관람객이 찾아 왔을때, 이 작품을 보며 미술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공감대를 이끌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공동체와 소통하며 사회운동가로서 예술가의 역할을 고민한 아스거 욘의 작품 세계를 통해, 국내 관객들로 하여금 삶과 예술의 관계를 사유하고 체험해보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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