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프로젝트 '자연국가:대지의 꿈', 도쿄 하라미술관서 개막
DMZ 프로젝트 '자연국가:대지의 꿈', 도쿄 하라미술관서 개막
  • 이예진 기자
  • 승인 2019.04.16 17: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트인포=이예진 기자] 작가 최재은(63)이 일본 도쿄 소재 하라미술관(Hara Museum)에서 2014년부터 기획·진행해온 DMZ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전시 '자연국가(自然国家): 대지의 꿈'전을 7월 28일까지 진행한다.

일본 도쿄 하라미술관 '자연국가(自然国家): 대지의 꿈'. 설치전경.(사진=Hara Museum 제공=국제갤러리)
일본 도쿄 하라미술관 '자연국가(自然国家): 대지의 꿈'. 설치전경.(사진=Hara Museum 제공=국제갤러리)

지난 4년 간 최재은이 이끌어온 '대지의 꿈' 프로젝트를 미술전시로 먼저 소개하는 본 전시는 한국의 전쟁기념관 아카이브에서 리서치 및 대여한 자료들을 통해 한국전쟁과 비무장지대의 역사를 짚는 것으로 시작, 특히 본 프로젝트의 전반부를 구성하는 여타 정자와 탑 및 생명은행과 지식은행에 대한 주요 제안을 시각적으로 제시한다.

프로젝트 실현을 위한 일종의 추동력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에서는 기획자인 최재은의 작품과 일련의 작업 과정을 시사하는 자료를 포함해 시게루 반, 조민석, 정재승, 가와마다 타다시, 김태동, 이불, 이우환, 승효상, 스튜디오 뭄바이, 올라퍼 엘리아슨 & 세바스티나 베흐만 등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한 예술가들의 다채로운 작업이 공개된다.

이번 '자연국가(自然国家): 대지의 꿈'전에서 최재은 작가는 DMZ 내에 서식하는 101개의 멸종위기 종의 이름을 새긴 101개의 세라믹 조각을 거울 위에 설치한 '이름 부르기', DMZ의 철조망을 녹여 제작한 '증오는 눈처럼 녹는다' 등의 설치 작품, 텍스트 작업 그리고 여러 인사들의 인터뷰 영상 등을 처음으로 소개한다.

일본 도쿄 하라미술관 '자연국가(自然国家): 대지의 꿈'. 설치전경.(사진=Hara Museum 제공=국제갤러리)
일본 도쿄 하라미술관 '자연국가(自然国家): 대지의 꿈'. 설치전경.(사진=Hara Museum 제공=국제갤러리)

특히 '증오는 눈처럼 녹는다'는 경계선에서 철거한 철조망을 녹여 여러 개의 조각으로 바닥에 깔아 사람들이 실제 맨발로 딛고 건널 수 있도록 만든 일종의 징검다리다. 

지난 4년 간 최재은은 자신과 뜻을 함께하는 세계 각지의 작가, 건축가, 과학자 등을 초대하여 DMZ 프로젝트를 성장시켜 왔다.

이와 함께 최재은은 최근 2년 동안 프로젝트의 현실화를 가정해 실질적인 운영 매뉴얼도 정립했다. 작가는 스스로 ‘자연국가’라 명명한 이곳의 하루 방문자 수 및 방문 시간을 엄격히 제한할 뿐 아니라, 모든 방문자에게 최소한의 의식주를 제공해 쓰레기가 배출되지 않는 순환시스템을 구상했다.

이를 위한 수조(水槽) 디자인에는 미야지마 타츠오, 로니 혼, 김홍석, 홍승혜 등이 참여했고, 주변 자연환경과 색의 조화를 이룬 야외복 디자인은 크리스티나 킴이 담당했다.

일본 도쿄 하라미술관 '자연국가(自然国家): 대지의 꿈'. 설치전경.(사진=Hara Museum 제공=국제갤러리)
일본 도쿄 하라미술관 '자연국가(自然国家): 대지의 꿈'. 설치전경.(사진=Hara Museum 제공=국제갤러리)

'대지의 꿈'이라 명명된 본 프로젝트는 강원도 철원군 DMZ내에 위치한 궁예도성을 중심으로, 남북과 동서를 연결하는 약 20km 길이의 공중정원과 정자, 탑 그리고 생명을 위한 종자와 지식은행에 대한 설계안뿐 아니라 재래종의 치유에 관한 제안, 지뢰제거안 등으로 구성된다.

공중정원 구조물은 건축가 시게루 반(坂茂)이 담당했고, 그 주변에 배치될 약 12개의 탑과 정자 디자인에는 승효상, 이불, 이우환, 올라퍼 엘리아슨 & 세바스티나 베흐만, 가와마다 타다시, 스튜디오 뭄바이 등이 참여했다. 또한 중국의 건축가 장영호가 최근 합류하는 등 본 프로젝트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 모든 것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비무장지대 및 민간인 통제구역에 매설된 수많은 지뢰들의 제거가 선행되어야 한다.

특히 M-14(발목지뢰)라 불리는 플라스틱 지뢰는 소재 특성상 탐지가 어려워 제거에 난항을 겪고 있는데, 이를 해결하고자 여러 과학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지뢰 매설 위치에 대한 지도 및 매뉴얼 작성을 함께 제안한다.

일본 도쿄 하라미술관 '자연국가(自然国家): 대지의 꿈'. 설치전경.(사진=Hara Museum 제공=국제갤러리)
일본 도쿄 하라미술관 '자연국가(自然国家): 대지의 꿈'. 설치전경.(사진=Hara Museum 제공=국제갤러리)

최재은 작가는 “DMZ를 지속적으로 보존 가능한 환경으로 환원함으로써, '대지의 꿈' 프로젝트가 한반도의 통일을 앞당기는 가교 역할을 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비무장지대(DMZ, Demilitarized Zone)는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에 의해 설정된 남북한 간의 완충 지대다. 지리적으로는 군사분계선(휴전선)을 기준으로 남쪽으로 2km 떨어져 동서로 그은 남방한계선, 북쪽으로 2km 떨어져 동서로 그은 북방한계선 사이의 4km의 지대를 칭한다. 동서로는 248km의 길이로, 한반도 전체 면적의 약 250분에 1에 해당하는 공간이다.

최재은 기획 DMZ 프로젝트 '대지의 꿈', 도쿄 하라미술관 전시 설치전경.(사진=국제갤러리)
최재은 기획 DMZ 프로젝트 '대지의 꿈', 도쿄 하라미술관 전시 설치전경.(사진=국제갤러리)

전쟁과 파괴로 얼룩진 한국의 DMZ가 60여 년이 지난 지금 아름다운 자연으로 환원된 것은 바로 우주의 본성이 생명과 미래를 지향한다는 사실을 생생히 보여준다고 작가는 믿는다. DMZ와 같은 해에 태어난 최재은은 2015년부터 이곳에 대한 리서치를 진행 중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