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집에 삶의 흔적과 기억 담아, 임상희 '홈스케이프'
사라지는 집에 삶의 흔적과 기억 담아, 임상희 '홈스케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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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1.0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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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왕진오 기자] 기억이란 존재 공간에서 사라진다는 단어는 애잔함을 너머 슬픔을 동반하고 머리에서부터 가슴까지 먹먹한 느낌을 등장시킨다.

작품과 함께한 임상희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작품과 함께한 임상희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특히 어린 시절이나 가족 그리고 연인간의 행복했던 기억은 생을 정리하는 그 순간까지 머리를 맴돌며 현실을 부정하는 반대어로 사람의 뇌 속에 살아서 움직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현대 도시 속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시각 속에서 재개발과 발전이라는 미명아래 사라지는 동네를 떠올리며, 마음속에 영원히 맴도는 따뜻한 기억을 화면에 옮겨놓은 작품들이 세상 나들이는 갖는다.

10여 년 전 뉴스를 통해 달동네로 불리는 공간이 재개발로 사라져 가는 것을 보고 사진보다는 붓질의 기억으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한 임상희(32) 작가가 7월 5일부터 서울 성북동 아트스페이스 H에 '홈스케이프(Homescape)'란 타이틀의 개인전을 진행한다.

임상희 '홈스케이프' 전시작품.
임상희 '홈스케이프' 전시작품.

임 작가가 주목한 공간은 서울의 대학로 이화마을, 중계동, 북아현동, 전남 광주 그리고 인천 지역에서 재개발로 구도심의 모습이 기억 속에서 지워지고 있는 장소다.

물론 동네에 거주했던 사람의 흔적은 없다. 대신 사람과 함께했을 것 같던 강아지와 고양이들이 화면 곳곳에 배치되어 흐뭇한 미소를 떠올리게 한다.

임 작가는 "없어지는 것, 사라짐에 대한 그리움이 제 작업의 모티브가 된 것 같아요. 내가 살고 있는 동네도 언젠가는 없어질 것 같다는 생각에 사진보다는 예술적 가치로 보존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라고 말한다.

'홈스케이프'전에 등장한 동네의 50%는 현재 개발과 함께 사라진 공간들이라고 전한다. 무거운 주제이지만 화면은 수묵채색화를 보는 것 같은 알록달록한 채색으로 그려져있다.

또한 어느 동네인지에 대한 직접적인 설명도 일부러 배제했다고 한다. 임 작가는 "특정 공간이라기보다는 관람객들 중 누구라도 한 번은 살아봤을 것 같은 동네의 모습을 담아보려 했죠. 지명을 넣으면 기억의 재구성을 하기 어려워 질 수 있다는 판단이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이어 "제가 사라지는 동네를 그린다고 달동네 보존이나 그런 사회운동 같은 것을 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그 동네가 가진 매력, 사람들 기억 속에 존재하고 있는 추억을 끄집어내어 회상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임상희 '홈스케이프' 전시 작품.
임상희 '홈스케이프' 전시 작품.

오늘도 도심 곳곳에는 개발이라는 타이틀을 전면에 내세우고 중장비들에 의해 오래된 주거공간과 도시를 구성하는 건축물들이 하나 둘 씩 사라지고 있다.

사라진 공간에는 옛날에 상상할 수 없는 건물들이 자리를 대신한다. 하지만 새 것 이상의 흔적으로 남는 아름다운 기억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살아서 그들을 회상할 것이다. 전시는 1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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