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인포=왕진오 기자] 기억이란 존재 공간에서 사라진다는 단어는 애잔함을 너머 슬픔을 동반하고 머리에서부터 가슴까지 먹먹한 느낌을 등장시킨다.
특히 어린 시절이나 가족 그리고 연인간의 행복했던 기억은 생을 정리하는 그 순간까지 머리를 맴돌며 현실을 부정하는 반대어로 사람의 뇌 속에 살아서 움직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현대 도시 속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시각 속에서 재개발과 발전이라는 미명아래 사라지는 동네를 떠올리며, 마음속에 영원히 맴도는 따뜻한 기억을 화면에 옮겨놓은 작품들이 세상 나들이는 갖는다.
10여 년 전 뉴스를 통해 달동네로 불리는 공간이 재개발로 사라져 가는 것을 보고 사진보다는 붓질의 기억으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한 임상희(32) 작가가 7월 5일부터 서울 성북동 아트스페이스 H에 '홈스케이프(Homescape)'란 타이틀의 개인전을 진행한다.
임 작가가 주목한 공간은 서울의 대학로 이화마을, 중계동, 북아현동, 전남 광주 그리고 인천 지역에서 재개발로 구도심의 모습이 기억 속에서 지워지고 있는 장소다.
물론 동네에 거주했던 사람의 흔적은 없다. 대신 사람과 함께했을 것 같던 강아지와 고양이들이 화면 곳곳에 배치되어 흐뭇한 미소를 떠올리게 한다.
임 작가는 "없어지는 것, 사라짐에 대한 그리움이 제 작업의 모티브가 된 것 같아요. 내가 살고 있는 동네도 언젠가는 없어질 것 같다는 생각에 사진보다는 예술적 가치로 보존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라고 말한다.
'홈스케이프'전에 등장한 동네의 50%는 현재 개발과 함께 사라진 공간들이라고 전한다. 무거운 주제이지만 화면은 수묵채색화를 보는 것 같은 알록달록한 채색으로 그려져있다.
또한 어느 동네인지에 대한 직접적인 설명도 일부러 배제했다고 한다. 임 작가는 "특정 공간이라기보다는 관람객들 중 누구라도 한 번은 살아봤을 것 같은 동네의 모습을 담아보려 했죠. 지명을 넣으면 기억의 재구성을 하기 어려워 질 수 있다는 판단이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이어 "제가 사라지는 동네를 그린다고 달동네 보존이나 그런 사회운동 같은 것을 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그 동네가 가진 매력, 사람들 기억 속에 존재하고 있는 추억을 끄집어내어 회상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오늘도 도심 곳곳에는 개발이라는 타이틀을 전면에 내세우고 중장비들에 의해 오래된 주거공간과 도시를 구성하는 건축물들이 하나 둘 씩 사라지고 있다.
사라진 공간에는 옛날에 상상할 수 없는 건물들이 자리를 대신한다. 하지만 새 것 이상의 흔적으로 남는 아름다운 기억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살아서 그들을 회상할 것이다. 전시는 16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