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속 세상에 펼쳐내는 삶의 이야기, 조각가 김근배
동화 속 세상에 펼쳐내는 삶의 이야기, 조각가 김근배
  • 김재현
  • 승인 2019.04.21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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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김재현 기자] 조각가 김근배의 작품 속에는 동화 같은 이야기가 들어있다. 달구지에 보따리를 싫고 길을 떠나는 다람쥐, 그 달구지를 끄는 사람보다 더 커다란 토끼. 때로는 커다란 가방속에, 때론 커다란 책속에다 동화속 세상을 펼쳐 보이는 정경이 마치 어린아이의 눈에 비친 우리 삶의 우화이자, 삶의 축소판 처럼 이야기 되고 있다.

'조각가 김근배'.(사진=artinfo DB.)
'조각가 김근배'.(사진=artinfo DB.)

신화적이고 우화적인 삶

김근배의 조각에 대해 평론가 고충환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다. "정장을 차려 입은 사내의 몸통 위로 마치 달팽이와도 같은, 나선형으로 돌돌 말린 고깔과도 같은 기묘하게 생긴 머리를 이고 있는 특이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이목구비가 생략된 그 머리는 현대인이 앓고 있는 질병인 집단무의식과 맹목적 주체 그리고 익명적 주체를 떠올리게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그 생긴 모습이 웃음을 자아내게도 한다. 일상 속에서 마주칠 법한 보통 사내의 모습을 닮은 그는 아마도 작가 자신의 자화상일 것이다. 작가는 조각 속에서 작가 자신을 대변하면서, 동시에 고도로 문명화 된 현대사회 속에서의 소외된 삶을 사는 보통 사람들의 초상을 대변하고 있다.

김근배, '달려라 달구지' 동,대리석에 채색, 120 x 48 x 50cm, 2007.
김근배, '달려라 달구지' 동,대리석에 채색, 120 x 48 x 50cm, 2007.

그의 삶은 비록 비극적이지만, 작가는 이를 희극적으로 각색한다. 마치 웃음 속에 삶에 대한 풍자를 숨기고 있는 블랙코미디처럼 비극적인 삶을 희화화한 것이다. 여기서 비극은 삶의 실제로서 나타나고, 희극은 그 삶에 대한 작가의 해석으로 나타난다. 이로부터 삶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나 신뢰가 전해져 온다.

비판보다는 풍자에,풍자보다는 해학에 가까운 삶에 대한 작가의 태도는 그대로 삶을 긍정하고자 하는 웃음의 형태로 현상한다. 이로써 캐릭터의 익명적인 머리는 몽상적인 머리로 전이되고, 보통 사람의 초상은 그 속에 웃음과 유머 그리고 여유가 배여 있는 꿈꾸는 자의 초상으로 변화된다. 달팽이처럼 생긴 그 머리는 사실 이처럼 지리한 삶을 견디게 해주는 꿈의 계기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던 것이다.

김근배, '날아라 토끼'. 동, 대리석, 80 x 20 x 50cm, 2008.
김근배, '날아라 토끼'. 동, 대리석, 80 x 20 x 50cm, 2008.

작가의 상상력이 복원된 삶의 이야기

그는 한 곳에 정주하지 못한다. 그는 주어진 삶에 정박하지 못한 채 삶의 궤도인 길 위에 엉거주춤하게 서 있다. 그는 뭔가를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도 같고, 그저 막연하게 서성거리고 있는 것도 같다.

보기에 따라서 그는 인명인지 지명인지 이도 저도 아니면 장차 도래할 어떤 날인지도 모를 고도를 막연하게 기다리는 사무엘 베케트의 희곡 속 주인공을 떠올리게도 한다. 그에게서는 일방적으로 주어진 삶을 낯설어 하며 대면해야 하는 존재의 당혹스러움과 부조리한 삶에 대한 인식이 느껴진다.

그는 이처럼 길 위에 서성거리고 서 있거나, 어딘가를 향해 이동 중이다. 즉 그는 자동차나 비행기 그리고 배를 타고 여행 중이며, 때로는 낙하산을 타고 이제 막 하늘로부터 땅 위로 착륙하려 하고 있다. 이 이동 수단들은 말할 것도 없이 삶의 메타포에 해당하는 것들로서, 그 가운데 특히 배는 망망대해의 바다 위에 저 홀로 떠 있는 부표와도 같은 고독한 존재를 상징한다.

김근배, '여정1'. 동,혼합재료, 50x40x35cm, 2006.
김근배, '여정1'. 동,혼합재료, 50x40x35cm, 2006.

작가의 조각 속에서 이 이동 수단들은 그 자체가 목적 지향적이기보다는, 이동이라는 과정 자체, 이동이 갖는 의미 자체를 강조하는 형태로 나타나며, 이는 재차 삶의 속성을 목적보다는 과정으로 보는 삶의 메타포를 강화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작가는 전시를 통해서 그가 그려내고 있는 책 속에 토끼, 자동차, 우산, TV와 함께 꿈속의 여정과 같은 대장정을 떠난다. 마치 이사와 이주 여행과 여정 등 이동을 암시하는 김근배의 조각은 삶의 속성을 끊임 없는 이동과 유목에 바쳐진 것으로 유추 하고 이를 조각으로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조각가 김근배는 서울시립대학교 환경 조각과를 졸업하고 이탈리아 까라라 국립아카데미아에서 졸업한 이후 1997년 이탈리아 피에트라산타 에서 개인전을 전개한 이후 2002년 성곡미술관과 미국 L.A에서의 기념 초대전을 진행했다.

김근배, '여정'. 대리석,동, 30 x 15 x 25cm, 2007.
김근배, '여정'. 대리석,동, 30 x 15 x 25cm, 2007.

2008년 5월 장은선 갤러리에서 초대전을 통해 그간의 작품을 우리에게 펼쳐 보이고 있다. 1992년 제10회 청년미술대전 입선과 2000년 토리노 공모전,2001년 단원미술대전 특선과 제11회 이탈리아 국제조각심포지움 '난토 피에르타 2001' 1등상을 수상해 그의 작품에 대한 작품성을 인정 받았다.

그의 작품은 이탈리아 피에트라산타시 모형미술관과 난토시청,카마이오레시립미술관에 소장이 됐고 국내에는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볼 수 있다. 현재, 서울시립대학교,충남대학교,강원대학교에 출강하며 시립조각가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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