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천 "현실 참여는 아니라도, 세상 이야기 하려면 시대를 봐야죠"
윤동천 "현실 참여는 아니라도, 세상 이야기 하려면 시대를 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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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1.05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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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왕진오 기자] 문익환 목사의 평양 연설,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의 소떼 방북 등 시대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건들로 기억되는 장면들이다.

전시 작품과 함께한 윤동천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전시 작품과 함께한 윤동천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불과 수십 년 전 사건과 함께 세월호의 아픈 기억을 떠올리는 노란색 리본과 대한민국의 밤을 수놓았던 광화문 광장의 백만 촛불의 모습들은 일반인은 물론이거니와 예술가에게는 시대정신을 이야기할 때 우선적으로 이야기해야 할 오브제들일 것이다.

서양화가 윤동천(60)이 자신의 거주공간인 광화문과 미디어를 통해서 듣고 보고 그리고 작업실 등에서 흔히 접했던 친숙한 오브제를 작품으로 꾸린 전시회 '일상_의'전을 12일부터 서울 삼청로 금호미술관 전관에 펼쳐놓았다.

전시장 입구에 설치된 사진에 망점으로 표현한 '위대한 퍼포먼스' 연작은 1980년대에서 2000년대 사이에 신문과 인터넷 등 대중 매체를 통해 보도된 주요 사건들이 액자에 걸렸다.

윤동천, '위대한퍼포먼스' 연작 중. (사진=왕진오 기자)
윤동천, '위대한퍼포먼스' 연작 중. (사진=왕진오 기자)

또한 광화문 광장의 촛불시위를 떠올리는 검은 바탕에 호주 원주민풍(Aborigine) 점묘화로 표현된 작업은 일상이 되었던 국민들의 정치 참여에 대한 아티스트의 기록으로 강인한 인상을 준다.

윤 작가는 정형화된 미술양식을 차용해 일상의 모습들을 재현한다. 전시장에 걸린 작품들은 사실주의, 표현주의, 모노크롬 추상 등을 연상시키는 6점의 회화와 39점의 드로잉으로 채웠다.

액자에 걸린 작품들은 고급 미술의 전형을 드러내지만, 그 소재는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보도블록이나, 바닥에 눌어붙은 껌자국 등 유심히 살펴보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는 소재들이다.

3층 전시장에 놓인 사물들은 관객들의 눈을 의심케 할 정도로 일상용품들이다. 헤어롤, 밧줄, 짱돌, 변기의 물막이 볼 을 각각 또는 서로 엉켜놓았지만 작품 제목을 통해 현실에 대해 신랄하게 꼬집는 작가의 의도를 나타낸다.

윤동천, '노란방'.(사진=왕진오 기자)
윤동천, '노란방'.(사진=왕진오 기자)

특히, 최근 국정농단 최순실 사건과 관련해 유명해진 '염병하네'란 단어를 3개의 캔버스에 타이포 형식으로 설치해 눈길을 모은다. 또한 바로 옆 전시장 전체를 노란색으로 칠해놓는 공간에는 세월호를 상징하는 2미터짜리 대형 리본과 티베트 여행에서 들고 온 커다란 종을 통해 잊지 말아야 할 비극적인 사건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이번 전시는 일상 속 정치·문화적 상황에 대한 언어적 유희와 신랄한 풍자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일상이 지닌 아름다움에 초점을 맞춘 신작들이 다수 선보인다.

윤동천, '염병하네' 설치.
윤동천, '염병하네' 설치.

예술의 역사에서 '아름다움'은 정(正)의 형태이든 반(反)의 형태이든 오랜 시간 동안 다뤄져 온 주제이다. 윤 작가는 예술의 특권처럼 취급되어 왔던 이 아름다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이를 통해 윤 작가는 예술과 일상의 통합이라는 기치 아래 아름다움과 동시에 전복의 가능성을 지닌 새로운 '일상'을 제시한다. 전시는 5월 1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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