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캇 갤러리 소장 60여 유리기 컬렉션 소개...'여림의 미학'展
바라캇 갤러리 소장 60여 유리기 컬렉션 소개...'여림의 미학'展
  • 김재현
  • 승인 2019.04.24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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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김재현 기자] 바라캇 서울이 4월 17일부터 7월 31일까지 삼청동에 위치한 바라캇 서울 전시장에서 '여림의 미학: 19세기 유럽 명품 유리기'전시를 개최한다.

프랑스왕실 장식접시, 프랑스, 41 x 50 x 25cm, 유리와 오물루(Omulu), 19세기.(사진=바라캇서울)
프랑스왕실 장식접시, 프랑스, 41 x 50 x 25cm, 유리와 오물루(Omulu), 19세기.(사진=바라캇서울)

이번 전시에서는 125여 년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바라캇 갤러리 소장품 중 60여 점의 유리기 컬렉션을 소개한다. 유럽 전역 왕가의 사랑을 받았던 모저(Moser) 컬렉션, 인도 시장을 타깃으로 제작된 보헤미아-인디아 유리기, 이슬람 문양을 선호하던 유럽 시장과 이슬람 시장 모두를 고려한 프랑스 모스크 램프, 스페인과 북아프리카의 문화적 요소를 결합한 이스파노 모레스크(Hispano Moresque) 보헤미아 등의 최고급 유리기다.

유리기의 가치는 19세기 유럽의 역사, 경제, 문화적 조건과 함께 더욱 선명한데, 유럽 상류층의 사치품으로서 로마, 르네상스, 바로크 시대에 전성기를 누렸다.

로마 장인들은 반투명 녹색과 푸른색의 유리기를 주로 생산했고, 귀족들은 이를 값비싼 액체를 담는 용도로 애용했다. 15세기에는 베네치아의 무라노섬이 유리 생산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우윳빛 색감과 도자기 같은 표면이 특징인 무라노 유리기는 유럽 전역과 이슬람권의 상류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무라노 양식을 답습하던 보헤미아 왕국은 기술, 과학, 광업의 발달을 토대로 투명도와 광택이 뛰어난 보헤미아 유리기를 탄생시켰고, 이는 17세기 이후 최고급 유리기로 손꼽히고 있다.

제국주의와 교통의 발달로 국내외 시장이 확장하던 19세기 유럽에서는 시장 점유를 둘러싼 국가간 경쟁이 심했는데, 유리기 시장 또한 마찬가지였다. 넘치는 수요에 따라 각국에서 수많은 유리기 제조사가 등장했다.

오스만제국의 술탄부터 바티칸의 교황, 포르투갈 왕실에 이르는 최상류층을 사로잡았던 유리기 제조사, 모저의 설립 시기 또한 이때다. 유리기 제조업자들은 국제 박람회에서 수상해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 동시에, 국내외 시장을 공략할 획기적인 유리기를 생산에 몰두했다.

이 시기는 이전의 어떤 시기보다도 고급문화를 향유하려는 의지와 이국적인 것을 갈망하는 엑조티시즘(exoticism)이 절정으로 치닫던 시대이기도 하다.

산업혁명으로 탄생한 막강한 경제력의 중산층은, 신분체계가 와해되던 시대상에 힘입어 이전에는 귀족만이 누릴 수 있었던 문화를 경험하고자 했다. 낭만주의 이후에 나타난 극대화된 엑조티시즘이 부유한 지식인의 유희로 급부상하는 현상까지 더해져 제작자들은 앞다퉈 이국적인 고급 유리기 생산에 열을 올렸다.

반짝임과 유려함이 보석과 닮아 있는 유리는 제조와 가공에서도 섬세함을 요구한다. 그 여림과 아름다운 형태 덕분에 예술품과 실용품의 경계에서 오랫동안 귀하게 다뤄져온 유리기다.

이번 전시는 고급문화를 선도하던 상류층과 이들을 모방하는 중산층이 선호하던 최고급 유리기와 더불어, 유럽에서 제작된 것이라고는 믿기 힘들 만큼 이국적인 유리기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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