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천문시계'혼개통헌의', 추사 소장 '이인문 필 강산무진도' 등 보물 지정 예고
조선 천문시계'혼개통헌의', 추사 소장 '이인문 필 강산무진도' 등 보물 지정 예고
  • 강옥선
  • 승인 2019.04.29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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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강옥선 기자]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은 18세기 조선에서 제작된 천체 관측 기구인 ‘혼개통헌의’를 비롯해, ‘이인문 필 강산무진도’, 고창 선운사 참당암 석조지장보살좌상‘ 등 고려~조선 시대 회화와 불상, 초기 철기 시대 거푸집과 청동거울, 통일신라 시대 도기(陶器) 등 총 7건을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왼쪽부터 '혼개통헌의(앞면 모체판과 성좌판)', '혼개통헌의(뒷면)'.(사진=문화재청)
왼쪽부터 '혼개통헌의(앞면 모체판과 성좌판)', '혼개통헌의(뒷면)'.(사진=문화재청)

'혼개통헌의(渾蓋通憲儀)'는 해시계와 별시계를 하나의 원판형 의기(儀器, 천체의 운동을 관측하는 기구)에 통합해 표현한 천문 관측 도구로, 동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알려진 제작 사례이다.
 
중국을 통해 전래된 서양의 천문시계인 아스트롤라베(Astrolabe)를 실학자 유금(柳琴, 1741~1788)이 조선식으로 해석해 1787년(정조 11년)에 만든 과학 기구로서, 이 유물은 1930년대 일본인 토기야(磨谷)가 대구에서 구입해 일본으로 반출했으나, 2007년 고(故) 전상운 교수의 노력으로 국내에 환수된 문화재다.

‘혼개통헌의’는 별의 위치와 시간을 확인하는 원반형의 모체판(母體板)과 별의 관측지점을 알려주는 여러 모양의 침을 가진 T자 모양의 ‘성좌판(聖座板)’으로 구성됐다.

모체판 앞뒷면에 걸쳐 ‘건륭 정미년에 약암 윤선생을 위해 만들다(乾隆 丁未 爲約菴 尹先生製)’라는 명문과 더불어 ‘유씨금(柳氏琴)’이라는 인장이 새겨져 있어 유금이 약암(約菴)이라는 호를 쓴 윤선생(실명 미상)을 위해 만들었음을 알 수 있다.

'이인문 필 강산무진도(李寅文 筆 江山無盡)'는 18세기 후반~19세기 초 궁중화원으로 이름을 떨친 이인문(李寅文, 1745~1821)이 그린 것으로 총 길이 8.5m에 달하는 긴 두루마리 형식이다.

'이인문 필 강산무진도'.(사진=문화재청)
'이인문 필 강산무진도'.(사진=문화재청)

이 그림은 이인문의 그림 중 처음 보물 지정이 예고된 작품으로, 조선 말기 학자 추사(秋史) 김정희(1786~1856)가 소장했던 것이다.

동아시아에서 유행한 전통적 화제(畵題)인 ‘강산무진(江山無盡)’을 주제로 끝없이 이어지는 대자연의 경관을 형상화했다.

웅장한 자연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해서 그린 것으로, 넓은 평원(平遠)에서 시작하다가 우뚝 솟아오른 절벽이 나타난 전반부와 험준한 산세가 중첩되어 광활하게 그려진 중반부, 그리고 다시 잔잔한 풍경으로 연결되는 3단계 구성은 심사정(沈師正, 1707~1769)의 '촉잔도(蜀棧圖)'(1768년, 보물 제1986호)와 많은 유사성을 보여준다.

'신편유취대동시림 권9~11, 31~39(新編類聚大東詩林 卷九~十一, 三十一~三十九)'는 총 70권 중 권9~11 및 권31~30에 해당하는 책으로, 1542년(중종 37) 경에 쓰인 금속활자인 ‘병자자(丙子字)’로 간행한 것으로 추정되는 판본이다.

'고창 선운사 참당암 석조지장보살좌상(高敞 禪雲寺 懺堂庵 石造地藏菩薩坐像)'은 고려 말~조선 초에 유행한 두건을 쓴 지장보살좌상이다.

온화한 표정과 불룩한 입술, 양쪽에서 드리워져서 여의두(如意頭) 형태로 마무리 진 띠 장식, 둥근 보주(寶珠)를 든 모습, 그리고 치마를 묶은 띠 매듭 등은 고려 말기 조각 양식을 충실하게 반영했다.

'완주 갈동 출토 정문경 일괄(完州 葛洞 出土 精文鏡 一括)'은 초기 철기 시대인 기원전 2세기경에 사용된 2점의 청동제 거울로서, 정식 발굴조사에 의해 출토된 보기 드문 사례다.

'완주 갈동 출토 정문경 일괄'.(사진=문화재청)
'완주 갈동 출토 정문경 일괄'.(사진=문화재청)

한반도에서 지금까지 출토된 정문경은 약 60점이며, 그 중 ‘전(傳) 논산 정문경’은 국보 제141호로 지정되어 있고, 화순 대곡리에서 나온 정문경은 함께 출토된 팔주령(八珠鈴), 쌍주령(雙珠鈴) 등과 함께 국보 제143로 ‘화순 대곡리 청동기 일괄’로 지정되어 있다.

'도기 연유인화문 항아리 일괄(陶器 鉛釉印花文 壺 一括)'은 통일신라 8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대호(大壺)와 소호(小壺) 총 2점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호와 소호는 제작 당시 외호(外壺)와 내호(內壺)의 용도를 염두에 두고 제작했는지 불분명하나 유사한 형태와 문양, 제작기법을 보여주고 있어 같은 공방과 장인(匠人)에 의해 조성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문화재청은 보물로 지정 예고한 '혼개통헌의' 등 총 7건에 대해 30일간의 예고 기간 동안 각계의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지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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