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과연 행복한가?" 영월 창령사터 오백나한 서울 첫 나들이
"우리는 과연 행복한가?" 영월 창령사터 오백나한 서울 첫 나들이
  • 김재현
  • 승인 2019.04.29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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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김재현 기자]  불교(佛敎)의 진리를 깨우친 성자 ‘나한(羅漢)’이 일상 속 평범한 모습으로 우리와 마주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국립춘천박물관의 '영월 창령사 터 오백나한-당신의 마음을 닮은 얼굴'전을 2018년의 전시로 선정해, 서울전을 더욱 새로워진 연출로 4월 29일부터 막을 올린다.

1부 성속(聖俗)을 넘나드는 오백나한 전시 전경.(사진=국립중앙박물관)
1부 성속(聖俗)을 넘나드는 오백나한 전시 전경.(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전시 1부는 '성속(聖俗)을 넘나드는 나한의 얼굴들'이라는 큰 주제 아래 국립춘천박물관의 전시의 개관(槪觀)을 유지했고, 2부 전시는 '일상 속 성찰의 나한”이라는 큰 주제 아래 중고 스피커와 창령사(蒼嶺寺) 나한상(羅漢像)으로 구성한 ‘도시 일상 속 성찰하는 나한’을 새롭게 연출했다.

1부 전시 공간은 전시실 바닥을 옛 벽돌로 채우고 그 위로 여러 개의 독립적인 좌대를 세워서 창령사 나한상 32구를 배치해 연출했다. 2부 전시 공간은 스피커 700여 개를 탑처럼 쌓아올려 그 사이에 나한상 29구를 함께 구성해 도시 빌딩숲 속에서 성찰하는 나한을 형상화했다.

1부 주제인 ‘자연 속의 나한’과 2부 주제인 ‘도시 속의 나한’의 주제가 대조적이면서도 ‘자아 성찰’이라는 일관된 메시지를 보여주도록 연출함으로써 도시의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자아성찰과 치유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

창령사 터 오백나한상은 2001년 5월 강원도 영월군 남면 창원리에서 주민이 그 일부를 발견하면서 오백여 년 잠들어있던 나한상이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강원문화재연구소가 2001~2002년에 정식으로 발굴조사하면서 완형 64점을 포함해 317점의 나한상과 불보살상을 발견했다.

'보주를 든 나한'. 고려말 조선초 강원도 영월 창령사 터 출토, 높이 37.4cm, 국립춘천박물관 소장.(사진=국립중앙박물관)
'보주를 든 나한'. 고려말 조선초 강원도 영월 창령사 터 출토, 높이 37.4cm, 국립춘천박물관 소장.(사진=국립중앙박물관)

그 터에서는 중국 송나라의 동전 숭녕중보(崇寧重寶)와 고려청자 등이 함께 출토되어 창령사가 고려 12세기 무렵에 세워졌던 사찰임을 확인했고, '蒼嶺寺' 글자가 새겨진 기와를 통해 절의 이름이 밝혀졌다.

창령사는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1481년, 1530년)'과 '동여비고(東輿備考,1682년경) 등의 기록과 발굴품이 전하여 고려 중기부터 조선 중기까지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발굴된 나한상들은 국립춘천박물관의 지속적인 조사연구와 복원작업을 거쳐 2018년 국립춘천박물관 특별전과 이번 전시에 선보이게 됐다.

나한(羅漢)은 ‘아라한(阿羅漢)’의 줄임말로,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 불·보살에 버금가는 신성함을 지닌 존재이다. 대부분이 석가모니불의 제자들이어서 나한상에는 위대한 성자의 모습과 함께 다양한 개성을 지닌 인간적인 면모도 표현된다.

특히 창령사 터 오백나한상에는 성(聖)과 속(俗)이 공존하는 나한의 성격 중 ‘세속화’된 친근한 이미지가 강하게 나타난다. 이 나한상들은 때로는 희로애락의 감정을 드러내며, 따뜻하면서도 정감이 가는 순박한 표정이 장인의 손길로 투박하게 표현됐다.

또한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기쁨에 찬 나한과 내면의 충일감을 일깨우는 명상의 나한, 산과 바위, 동굴 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수행하는 나한 등 구도자로서의 여러 모습을 구현했다.

2부 '일상 속 성찰의 나한'. 전시전경 (작품설치 김승영).(사진=국립중앙박물관)
2부 '일상 속 성찰의 나한'. 전시전경 (작품설치 김승영).(사진=국립중앙박물관)

이번 특별전시는 창령사 터 오백나한이 그 주인공이다. 왜, 지금 하필 나한일까? 현대인은 복잡한 사회구조와 관계, 산더미 같은 정보 속에서 다양한 욕망과 온갖 감정에 짓눌려 있곤 한다.

지금의 우리는 과연 자유롭고 행복한 것일까? 과거 우리 선조들이 장인의 혼과 깊은 신앙으로 빚어낸 창령사 터 오백나한상은 이 질문에 대한 우문현답을 제시한다.

감출 수 없는 기쁨에 찬 얼굴과 두건을 뒤집어쓰고 평온함에 잠겨든 얼굴, 그리고 무거운 고개를 떨구고 무언가에 몰입한 얼굴들을 보며 우리 안에 있는 수많은 감정과 그 안의 순수한 자신을 저절로 들여다보게 된다. 전시는 6월 1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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