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적으로 해석되고, 서사로 푸는 것에 집중" 베니스 비엔날레에 선보이는 강서경 작업은?
"공간적으로 해석되고, 서사로 푸는 것에 집중" 베니스 비엔날레에 선보이는 강서경 작업은?
  • 이예진 기자
  • 승인 2019.05.09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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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이예진 기자] 작가 강서경(42)이 5월 8일부터 10일까지 프리뷰를 시작으로 5월 11일부터 11월 24일까지 이탈리아 베니스 쟈르디니(Giardini)에 위치한 센트럴 파빌리온과 아르세날레(Arsenale)에서 약 200일간 개최되는 제58회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 'May You Live in Interesting Times'에 참가한다.

'종로구 누하동 작업실에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강서경 작가'.(사진=이예진 기자)
'종로구 누하동 작업실에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강서경 작가'.(사진=이예진 기자)

베니스 비엔날레에 참가하기 전 만난 강서경 작가는 해맑고 따스한 미소를 띠며 마치 순정만화 속 캐릭터처럼 내게 다가왔다. 그녀의 작업실에 들어서자 작품들은 제각기 자리 잡고 즐비하게 서 있었다.

어릴 시절 친할머니와의 오랜 추억을 떠올리며 ‘그랜드 마더 타워(Grandmother Tower)’를 만들게 되었다는 그녀는 할머니와 보낸 많은 시간들을 떠올렸고, “한 사람의 풍경을 작품으로 남기고 싶었다”고 이야기 했다.

친할머니는 나에게 늘 “현재를 잘 살고 멋지게 살아라”라고 말씀해 주셨다고 한다. 그녀는 할머니가 베풀어주신 사랑과 많은 이야기들을 혼신을 다해 ‘그랜드 마더 타워’ 작품에 쏟아 부은듯 하다.

2018년부터 '그랜드 마더 타워'에 토우를 달아 만들게 된 작품. '토우(tow)는 의지'라고 표현한 강 작가는 토우를 부착하게 된 계기에 대해 " '그랜드 마더 타워'가 쓰러지거나, 넘어지지 않는 순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한다. 

강서경, 'Land Sand Strand'. 제58회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 'May You Live in Interesting Times' 설치전경, 아르세날레, 2019.(사진=강서경 스튜디오, 제공=국제갤러리)
강서경, 'Land Sand Strand'. 제58회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 'May You Live in Interesting Times' 설치전경, 아르세날레, 2019.(사진=강서경 스튜디오, 제공=국제갤러리)

할머니의 보행기를 만들어 드리기 위해 시작한 것, 할머니가 계단을 오르실때 발가락을 다치시는 것을 보고 만들게 됐다는 것. 할머니가 돌아가 신 후 내 키만해졌다고 서로 안 넘어지는 하나 하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쟈르디니에 설치하는 '그랜드마더 타워'는 강서경의 가장 오래된 연작 중 하나다. 그녀가 구축하는 시공간에 대한 시각적 논리의 원형으로 기능하기도 하는 본 연작은 작가가 할머니의 초상을 조각으로 구현하는 데서 시작됐다.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 주제는 ‘흥미로운 시대를 살아가길’ 이다. 랄프 루고프 총감독(베니스 비엔날레 총감독)이 처음 2018년 작가의 작업실에 찾아왔다고 설명했다.

강서경, 'GRANDMOTHER TOWERS'. 제58회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 'May You Live in Interesting Times' 설치전경, 쟈르디니, 2019.(사진=강서경 스튜디오, 제공=국제갤러리)
강서경, 'GRANDMOTHER TOWERS'. 제58회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 'May You Live in Interesting Times' 설치전경, 쟈르디니, 2019.(사진=강서경 스튜디오, 제공=국제갤러리)

강 작가는 "2018년 리버풀 비엔날레에서 내 설치 작품을 처음 보고 내 스튜디오를 방문 했다. 자신이 바라 볼때는 회화라는 방법 안에서 계속 다른 방식의 언어를  만들어 내는 것이 흥미로웠다"며 "출발점이 다르지만 그림을 이해하고 그려내는 방법, 현대미술안에서 새롭게 만나는 것, 출발점이 다르지만 전통을 이해하고 새로운 현대미술을 알아가는 흥미로운 작업이다"고 말했다.

이어 "정간보라는 악보가 재밌는 상태로 나에게 다가왔다. 전통안에서 현대미술을 하고 있어서 더욱 이것들을 만들게 됐다"며 "엑티베이션은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신체가 움직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땅 모래 지류(Land Sand Strand)’는 모두의 개인이 모래 알갱이처럼 이렇게 서 있으면서 그 안에서 관객들이 풍경을 음미하는 동안, 서로의 모습을 바라보며 있게 하고 싶은 작가의 마음이 작품에 그대로 담길 예정이다.

이 작품은 두 명의 엑티베이터가 작가가 만든 무보에 따라 화문석 위에서 신체 움직임을 보여줄 예정이다.

'강서경 스튜디오 실내 모습'.(사진=이예진 기자)
'강서경 스튜디오 실내 모습'.(사진=이예진 기자)

조선시대 궁중무인 ‘춘앵무(春鶯舞)’와 역시 조선시대에 발명된 전통 악보 체계인 ‘정간보(井間譜)’의 그리드 시스템을 그 개념적 기반으로 삼아 오늘날 개인이 사회와 맺는 관계 속 여러 조건들을 고찰한다. 춘앵무는 한국 궁중무용 중 극히 드문 형식의 1인무로, ‘화문석’이라는 자리 위에서 이루어지는 춤을 일컫는다.

강서경 작가는 "퍼포먼스이지만 ‘엑티베이션’이라는 단어를 쓰고 싶다. 그림이 공간적으로 해석되고, 어떤 서사를 풀어낼 수 있을까, 자신의 몸을 생각하고 싶었다"며  "동시 진행 악보나 무보를 보면 따라 할 수 있고 자신의 몸을 생각하고 엑티베이션 하는 시간동안 관람객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강서경, 'GRANDMOTHER TOWER — tow #19-03'. 2013–2019. Thread on painted steel, aluminum wire, brass bolts, leather scraps, wheel, 34 x 47 x 117 cm.(사진=안천호, 제공=국제갤러리)
강서경, 'GRANDMOTHER TOWER — tow #19-03'. 2013–2019. Thread on painted steel, aluminum wire, brass bolts, leather scraps, wheel, 34 x 47 x 117 cm.(사진=안천호, 제공=국제갤러리)

특히 ‘진정한 경치(眞境)’에 대한 현대적 표현방식을 실험하며 현재 사회 속 개인의 자리를 고찰한다. 이렇듯 전통이라는 과거의 시간을 현재의 시점으로 소환해 구축해낸 새로운 시공간 속에서 각 작품군은 서로 유기적으로 해쳐 모이며 오늘날 개인이 뿌리내릴 수 있는 역사적 축으로서의 공간적 서사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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