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타이틀,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개막
"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타이틀,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개막
  • 김재현
  • 승인 2019.05.11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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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김재현 기자]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ts Council Korea, 위원장 박종관)는 2019년 제58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미술전 한국관 전시를 5월 9일 현지 시간으로 15:30, 이탈 리아 베니스에서 개막했다.

정은영, '섬광, 잔상, 속도와 소음의 공연'. 비디오 사운드 설치, 멀티채널 비디오, 스테레오, 5.1입체음향, 가변크기, 2019.(사진=한국예술위원회)
정은영, '섬광, 잔상, 속도와 소음의 공연'. 비디오 사운드 설치, 멀티채널 비디오, 스테레오, 5.1입체음향, 가변크기, 2019.(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올해 한국관의 제목은 '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History Has Failed Us, but No Matter)'로 한국과 동아시아 근대화 역사와 현재를 다양한 각도에서 젠더 복합적 시각으로 선보이는 전시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커미셔너를 맡고, 김현진 예술감독(KADIST 아시아 지역 수석 큐레이터)이 전시를 총괄하며 남화연, 정은영, 제인 진 카이젠(Jane Jin Kaisen) 등 세 작가가 대표 작가로 참여했다.

2019년 제 58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미술전은 랄프 루고프(Ralph Rugoff) 영국 헤이워드갤러리 관장이 총감독을 맡았으며 '흥미로운 시대를 살아가기를(May You Live in Interesting Times)'이란 주제를 제시했다.

한국관은 '역사 서술의 규범은 누가 정의해 왔으며, 아직 그 역사의 일부가 되지 못한 이들은 누구인가? 동아시아 근대화 역사의 견고한 지층들 내부에 비판적 젠더 의식이 개입될 때 우리는 무엇을 볼 수 있는가?'란 질문을 "History Has Failed Us, but No Matter"란 전시 주제로 보여준다.

지난해 6월, 한국관 예술감독으로 선정된 김현진 예술감독은 국내외에서 충분히 검증된 활동과 역량을 보여준 기획자로, 예술감독 선정심의에서 서구적 기준의 역사와 담론에 개입하는 시도로 주목받은 바 있다.

한국관 전시는 근대성과 동아시아를 젠더라는 렌즈와 전통이라는 매개를 통해 접근한다.아시아 근대화 과정에 대한 비판적 이해를 바탕으로 근대성과 관련된 전통의 발생을 이해하고, 젠더복합적 인식을 통해 서구 근대성의 규범을 탈주하는 전통의 해방적 가능성을 탐색한다.

한국관은 리서치에 기반한 작품들을 통해 한국과 동아시아 근대화 역사의 오랜 지층을 파고드는 다양한 비디오 서사를 펼쳐내며, 참여작가 3인은 춤, 안무, 소리, 리듬, 제례의식 등 다양한 퍼포먼스적 요소들과 이를 뒷받침하는 섬세한 시청각적 구현이 돋보이는 전시를 선보인다.

작가 남화연(40)은 식민, 냉전 속 국가주의와 갈등하고 탈주하는 근대 여성 예술가 최승희의 춤과 남다른 삶의 궤적을 사유하는 신작 '반도의 무희', '이태리의 정원'(2019)을 선보인다.

정은영(45)은 생존하는 가장 탁월한 여성국극남역배우 이등우와 그 계보를 잇는 다음 세대 퍼포머들의 퀴어공연의 미학과 정치성을 보여주는 감각적인 다채널 비디오 설치 '섬광, 잔상, 속도와 소음의 공연'(2019) 마련한다.

제인 진 카이젠(39)은 바리설화를 근대화 과정의 여성 디아스포라의 원형으로 적극 해석하면서 분리와 경계를 초월하는 상징으로 해석해내는 신작 '이별의 공동체'(2019)를 선보인다.

3인의 작가가 펼치는 다양한 비디오 내러티브는 역동적인 시각성, 촉각적 사운드, 다채로운 빛과 리듬, 퍼포먼스적 요소와 결합하고, 유기적인 곡선에 기반한 건축 구조물과 만나 전시장에 펼쳐진다.

특히 비디오 작품이 주를 이루는 이 전시에서 사운드 간섭을 피하면서도 젠더 다양성을 상징하는 공간 디자인은 전시장 내부를 탐색해 들어가는 곡면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관객들은 전시 공간을 따라 들어가 오르고 내리면서 높고 낮음, 밝음과 어두움, 안과 밖이라는 다양한 요소의 공존을 경험하게 된다.

'한국관 개막식 현장'.(사진=한국예술위원회)
'한국관 개막식 현장'.(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소설'파친코'(이민진 작, 2017)의 첫 문장에서 빌려온 전시의 제목 'History Has Failed Us, but No Matter(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는 각 작품의 맥락과 더불어 '역사(History)'로부터의 억압이나 시련에 상관없이 세상과 당당히 마주하는 다양한 주체들의 자기 확신을 함축한다.

전시는 지난 한 세기 동안의 동아시아 근대화 역사를 비판적 젠더 의식에 기반해 다시 읽으면서, 감춰지거나 잊히고, 버림받거나 비난받은 이들을 새로운 역동적 주체로 조명하는 진지하고도 매혹적인 시각 서사의 장이 될 것이다.

전시를 기획한 김현진 예술감독은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에서는 시각적으로 움직이는 신체와 소리, 빛의 향연이 촉발하는 감각적인 오디오 비주얼 설치들이 매혹적으로 펼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시각예술의 언어와 상상력을 통해 근대화의 역사를 다시 읽고 쓰고 상상하는 영역이 확장되어 왔는데, 이것을 더욱 혁신적으로 견인할 주요한 동력은 바로 젠더 다양성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오늘날 끊임없이 세상에 새로운 균열을 추구하는 동시대 시각예술 활동은 지난 한 세기의 역사들을 규정해온 서구 중심, 남성 중심 등의 범주를 더욱 반성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비판적 젠더 의식을 통해 한층 역동적이고도 풍요로운 시각서사를 제공할 수 있다"고 한국관 전시 기획의 배경을 설명했다.

제58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미술전은 5월 8일부터 10일까지 프리뷰 기간을 거쳐 5월 11일 공식 개막하며, 11월 24일까지 베니스 자르디니 공원 및 아르세 날레 일대에서 개최된다.

5월 10일에는 아시아 뮤지션 키라라(한국), Cleo P(태국), IRAMAMAMA(인도네시아), DJ YESYES(한국) 공연이 한국관 전시 연계 행사로 개최된다. 2019년도 한국관 전시는 커미셔너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현대자동차, 매일유업 등 다수 기업의 후원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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