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간을 초월한… 우고 론디노네 작품의 여정 ‘earthing’전 개최
시공간을 초월한… 우고 론디노네 작품의 여정 ‘earthing’전 개최
  • 이예진 기자
  • 승인 2019.05.14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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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이예진 기자] “나는 마치 일기를 쓰듯 살아있는 우주를 기록한다. 지금 내가 느끼는 태양, 구름, 비, 나무, 동물, 계절, 하루, 시간, 바람, 흙, 물, 풀잎 소리, 바람 소리, 고요함 모두.” 

스위스 현대미술가 우고 론디노네(Ugo Rondinone, 55)는 지난 30여 년간 풍부한 시적 감각으로 시간의 흐름, 자연의 본질, 인간의 일상을 주조하는 애정과 상실감 그리고 해학을 다양한 작품을 통해 해석해왔다. 

우고 론디노네, ‘the sun’, gilded bronze, 500 x 65 cm courtesy of studio rondinone, 2017. ‘Voyage d’hiver’전시전경, 베르사유 궁전, 베르사유, 프랑스, 2017-2018 사진: Tadzio,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우고 론디노네, ‘the sun’, gilded bronze, 500 x 65 cm courtesy of studio rondinone, 2017. ‘Voyage d’hiver’전시전경, 베르사유 궁전, 베르사유, 프랑스, 2017-2018 사진: Tadzio,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론디노네의 조각, 회화, 드로잉 및 장소특정적 설치 작업은 광범위한 재료와 개념적 어휘들을 포괄하고 있다. 그가 태생적으로 품고 있는 깊은 인간애와 결부된 섬세한 시각 언어, 재치와 관용을 담은 철학과 절묘하고 조화롭게 연결된다. 

특히 태양, 달, 무지개, 나무, 돌 등을 소재로 삼은 대표작에서 드러나듯 자연에 대한 면밀한 관찰은 작업 전반의 주요 맥락을 형성한다.

이에 대비되는 창, 문, 벽 등 고립과 은둔을 은유하는 구조물 형태의 작업은 인간 내면의 세계에 대한 탐구를 담는다. 다층적인 주제가 혼재하는 그의 작업은 세계 유수 기관의 주요 전시들을 통해 꾸준히 소개되고 있다. 

국제갤러리는 2015년 이후 두 번째 선보이는 우고 론디노네의 개인전 ‘땅과 맞닿다(earthing)’를 5월 16일부터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인간의 경험에 깊게 관여하는 ‘자연’이라는 소재와 다양한 재료의 섬세한 물성에 대한 탐구의 결과물인 네 개의 독립된 작업군을 K2 1층과 K3에서 펼쳐보일 예정이다. 

론디노네의 기념비적 작품들은 '시공간을 초월'하며 시간의 순환적인 흐름과 내면의 공간을 은유하는 ‘심적 풍경’으로 향하는 여정을 담아낸다. 

‘태양(the sun)’(2017)은 본 전시의 중심축을 형성하는 작업으로, 시간과 자연의 상징적인 힘을 다룬다. 거대한 관문처럼 전시장 중앙부에 수직으로 놓여 균형을 이루는 이 작업은 작가의 ‘시계’ 작업과 유사한 원형의 형태를 띠며 시공간을 넘나드는 통로를 은유한다. 

시계의 시침과 분침이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궤적을 그리듯, ‘the sun’이 형상화한 거대한 원은 지구와 가장 가까운 별인 태양이 상징하는 생명의 힘과 편재성을 상기시킨다. 

그가 직접 수집한 나뭇가지를 철사로 고정해 제작한 원형은 묵직하면서도 광채를 자아내는 재료인 청동으로 캐스팅한 후 도금 처리하는 방식이고, 소재를 치환하는 세밀한 제작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이 작품은 태양의 일상적 존재감과 인류의 상상 속에 자리한 신화적 존재감 간의 대비와 모순을 의미한다. 또한 물리적 변환의 과정을 통해 태양을 변형의 상징으로 시각화하는 등 자연을 숭고의 대상으로 여긴 낭만주의적 전통과도 연결 지을 수 있다. 

국제갤러리 K2에서 마주하게 되는 장소특정적 설치는 세 개의 독립된 작업인 ‘태고의(primordial)’, ‘두 개의 서 있는 풍경(two standing landscapes)’과 ‘노랑 하양 초록 시계(yellow white green clock)’가 조화를 이루어 전시장 전반을 단일한 풍경으로 연출했다.

이 세개의 작품은 하나의 개념에 대한 관찰과 연구를 거듭해, 이를 연극적 공간으로 표현하는 작가 특유의 예술 언어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우고 론디노네, ‘primordial’ bronze, patination; 52 parts installation dimensions variable courtesy of studio rondinone , 2016.‘becoming soil’, 전시전경, 카레 다르-님 현대미술관, 님, 프랑스, 2016. 사진: Stefan Altenburger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우고 론디노네, ‘primordial’ bronze, patination; 52 parts installation dimensions variable courtesy of studio rondinone , 2016.‘becoming soil’, 전시전경, 카레 다르-님 현대미술관, 님, 프랑스, 2016. 사진: Stefan Altenburger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primordial’(2016)은 전시장 천장에 매달리듯 설치된 물고기 형상의 브론즈 조각 52점으로 구성되며, 각 조각은 가장 원시적이고 본질적인 창작 매체인 점토를 사용해 표면에 새겨진 론디노네의 지문과 함께 캐스팅된다. 

시간을 함의하지만 정작 시간은 알려주지 않는 시계와도 같은 ‘primordial’을 구성하는 52 마리의 물고기에는 ‘바위(the boulder) ’, ‘습지(the marsh)’, ‘생태계(the ecosystem)’ 등의 개별적인 이름과 독립적인 개념이 부여되는 동시에 이들이 형성하는 무리는 다른 차원으로의 경험을 가능케 하는 시적 중의성을 담고 있다. 

한편, 자연 요소인 공기, 흙, 물을 상징하는 동물군인 새, 말, 물고기 무리를 각기 형상화한 ‘primitive’, ‘primal’, ‘primordial’ 연작 일부인 이 작업은 대형 물고기 떼를 다양한 높낮이로 설치해 깊은 공간감을 생성하며, 이는 관람자에게 해저삼림을 여유롭게 산책하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우고 론디노네는 스위스 브룬넨 출신 작가이며, 현재 뉴욕에서 거주 및 활동 중이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이스호이 아르켄 현대 미술관, 마이애미 배스 미술관, 버클리 대학교 미술관(BAMPFA), 신시내티 현대미술센터, 모스코 가라지 현대 미술관(The Garage), 파리 방돔 광장, 보스턴 현대 미술관에서 개최된 바 있으며, 이 외에도 다수의 전시에 참여했다.

론디노네는 제 52회 베니스 비엔날레(2007)에서 우르스 피셔(Urs Fischer)와 함께 스위스관을 대표하는 작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전시는 6월 3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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