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작가들이 선보이는 네 가지 명상 수행법...'멈춤과 통찰'
현대작가들이 선보이는 네 가지 명상 수행법...'멈춤과 통찰'
  • 이예진 기자
  • 승인 2019.05.17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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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이예진 기자] 오늘날 현대인들은 보통 흔하게 걸리는 감기처럼, 우울증과 공황장애 및 극심한 스트레스를 앓고 있다. 각자 이 질병들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병원이나 각기 다른 개인의 치유법을 찾아 떠난다.

그 한가지 해결책으로 ‘명상(meditation)’을 선택한 수요자들이 많아져, 세계적인 주요 일간지에서 연재 기획으로 채택될 만큼 전 세계적으로 그 관심과 인구도 늘고 있는 추세이다.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갤러리 수에서는 불교 용어에서 차용된 ‘멈춤과 통찰(Samantha & Vipassana)’이란 전시 타이틀로 김용호, 서고운, 이피, 최선 작가의 4인전을 개최한다.

멈춤(지: 止)과 통찰(관: 觀), 이 둘은 명상 수행의 양 날개로 명상은 힌두에서 시작해 유불선 모두 사용한 수행과 근본적인 깨달음의 방법이다. 

방법론을 차지하는 명상 수행자는 이 둘의 힘과 균형을 통해 지혜와 진리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 많은 이견과 논쟁이 있지만 천주교와 기독교의 묵상과 관상기도 또한 이와 근본 이치가 다르지 않다. 

'최선 작가가 설치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이예진 기자)
'2016년에 제작된 '멍든침'에 대한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최선 작가'.(사진=이예진 기자)

이번 전시 준비한 변홍철 기획자는 “1년전 우연한 계기로 명상을 접한 후, 수행 중 경험에 끌려 다양한 리서치를 하게 됐고, 많은 명상법과 이론 중 불교의 명상 수행에 관한 말씀과 기록들이 개인적 경험을 가장 명확히 설명하고 있음을 깨닫고 이를 공부하며 수행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던 어느 날 세상을 바라보는 시점, 그리고 작가와 작품을 바라보는 관점에 변화가 생겼음을 발견했다”덧붙였다. 

 ‘명상 수행의 길’은 ‘자신을 들여다 봄’으로 스스로를 더 이해하고 치유하는 것에서 시작해, 연기(緣起)와 무아(無我)를 깨닫고, 인타라의 그물(인타라망, 因陀羅網)처럼 너와 나, 온 우주가 연기의 법 속에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아가는 것이다. 

‘시각예술’ 역시 어떤 대상이나 생각에 대한 몰입과 들여다 봄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표현 방법과 만듦의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때론 수없이 반복되는 제작 과정 자체가 작가를 ‘무념무상’의 삼매로 이끌기도 한다. 관객은 그 작품을 들여다 봄으로써 자신의 경험과 작가의 상념사이에서 교감하고 영감을 얻는다. 

서고운, '눈물의 요새'. Oil on Canvas, 72.7 x 60.6 cm, 2013.
서고운, '눈물의 요새'. Oil on Canvas, 72.7 x 60.6 cm, 2013.

작가와 관람자가 인지하건 아니건 간에 이미 시각예술 안에서는 ‘멈춤과 통찰의 명상 수행’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전시에 참여한 최선(46)작가는 자신의 호흡과 오물, 오염된 폐수 등을 이용해 추상적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그가 만드는 원색의 추상적 패턴은 폴락이나 드쿠닝처럼 우연에 기반을 두고 있으나 사실은 실제로 만들어진 오염이나 배설 등의 흔적을 그대로 캔버스로 옮겨 만들어 낸 것이다. 

그의 작품 ‘나비’는 잉크를 입으로 불어 만들어내는 우연의 패턴을 반복해 만들어 진다. 호흡은 지수화풍(地水火風) 4대 중 하나로 생명의 시작이자 명상의 첫 번째 열쇠이다. 작가는 화폭에 수 많은 이들의 숨을 담는다. 그 숨 하나하나에 그들의 삶이 담겨 있다. 

이피(38)의 작업은 조각과 퍼포먼스, 회화의 다양한 경계를 넘나든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작가 스스로 크리스천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불화를 공부해 그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때로는 자신에게 불화를 가르쳐준 스승의 탱화작업을 돕기도 한다. 

그녀의 모든 작업을 관통하는 큰 주제는 자신을 들여다 보는 것이다. 타자의 시선과 거울, 그리고 지관(止觀) 명상을 통해 자신의 오온(五蘊, 생각, 감정, 오감)과 몸을 들여다보고 파편화하며, 초현실적 재조합 과정을 거쳐 작품을 만들어낸다. 

이피의 작업 ‘난 자의 난자( Egg of Ego)’는 스스로의 몸을 들여다보며 작가는 여성으로서 겪는 사회적 억압 속에 또 다른 자아(自我)로 조건 지어지지 못한 채 지워진 생명의 씨앗의 모습들을 제단에 그려 기억하려 한다. 그러나 모든 조건이 지어진 것들은 변하고 멸(滅)하기 마련으로 무상(無常)하니 원망하거나 슬퍼할 필요는 없다.

이피, '난자의 난자'. ink, Watercolor, Korean Gold Pigment on Korean paper, 389.5 x 191.5 cm, 2018.
이피, '난자의 난자'. ink, Watercolor, Korean Gold Pigment on Korean paper, 389.5 x 191.5 cm, 2018.

타락한 현실에 대한 해답을 상상 속 공포와 죽음의 이미지에서 찾고자 했던 프란시스 고야와 19세기 낭만파 화가들처럼 서고운(36)의 작품 안에는 매달린 고기, 해골과 시신이 가득하다. 불안의 에너지, 고딕이나 오컬트라 불릴만한 죽음의 이미지들로 그녀는 아름다움을 전복시켜 그 이면의 상념을 들여다 본다. 

그녀의 작품 ‘사상도’는 백골관(白骨觀) 수행을 바탕으로 시신의 부패 아홉 단계를 묘사한 일본 불화 구상도(九相圖)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다.

“수행자들이여, 수행자는 마치 공동묘지에 버려진 시체가 피와 살에 묻어 있는 채로 힘줄에 얽히어 해골로 변해 있음을 보고, 이 몸을 주시하되 이 몸도 이와 같은 현상에 의해 이와 같이 되어서, 그것을 벗어나지 못하리라.”

백골관 수행을 통해 몸과 자아(自我)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무상(無常), 고(苦), 무아(無我)의 깨달음에 다가가는 길이 그녀의 작품 속에 녹아 있다.

김용호, 'Pian 2011-001'. Print on Matte Paper, Face Mount, 120x70cm, 2017.
김용호, 'Pian 2011-001'. Print on Matte Paper, Face Mount, 120x70cm, 2017.

사진작가 김용호는 상업사진과 작품사진의 경계를 넘나들며 동시대를 관통하는 감각의 예리함으로 실험적인 전시를 만들어 왔다. 

시대를 가로 지른 명사들, 기업과 브랜드, 문화유산 등의 다양한 피사체들이 그의 렌즈를 통해 새로운 이미지와 각도로 대중과 소통해온 것이다.

그의 사진 시리즈 중 ‘피안(彼岸)’은 산스크리트 ‘파람(param)’의 의역어로 ‘강 건너 저쪽 언덕, 완전한 소망이 이룩된 땅, 깨달음의 세계’를 말한다.

김용호의 작품 ‘피안’은 수면 위 소금쟁이의 시선으로 커다란 연 잎들을 올려다본다. 그 연 숲 넘어 ‘피안’에 우리가 살고 있는 ‘차안(此岸)’, 고뇌와 불안, 불만 가득한 중생들의 세상이 있다.

갤러리 수 김수현 대표는 "부처님이 오신 5월을 맞아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몇 가지 수행법과 세계관을 가지고 네 명의 작가들과 함께 전시를 통한 '명상 수행'의 이야기들을 만들기 위해 기획했다"고 한다. 전시는 5월 15일부터 6월 1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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