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색화 쌍두마차 하종현,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신작 공개
단색화 쌍두마차 하종현,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신작 공개
  • 이예진 기자
  • 승인 2019.05.20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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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이예진 기자] 국제갤러리는 오는 5월 29일부터 7월 28일까지 한국 화단을 대표하는 작가 하종현(84)의 개인전 'Ha Chong-Hyun'을 부산점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2015년 국제갤러리 개인전 당시 하종현 작가'.(사진=artinfo DB.)
'2015년 국제갤러리 개인전 당시 하종현 작가'.(사진=artinfo DB.)

최근 LA, 파리, 런던, 뉴욕, 도쿄 개인전 등 국제활동에 주력해온 하종현은 국내에서 4년 만에, 부산에서의 첫 개인전을 통해 수십여 년 동안 천착해온 대표 연작 ‘접합(Conjunction)’의 근작 및 신작 10여 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 2015년 국제갤러리 서울점 개인전에서 ‘그을림(smoke)’ 기법을 비롯해 기왓장, 벽돌, 흙, 억새풀 등 자연의 색을 연상케 하는 ‘접합’ 신작을 처음 소개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국내 최초로 작가가 근래 새롭게 도입한 적색과 청색, 다홍색의 대형 크기 ‘접합’ 연작을 공개한다.

하종현은 ‘회화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바탕으로 50여 년에 걸쳐 유화를 다뤄왔다. 1962년부터 1968년까지 작가는 즉흥적인 추상예술 경향인 앵포르멜 스타일의 추상 유화 작업에 몰두했다.

이후 전위적 미술가 그룹인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를 결성한 1969년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석고, 신문지, 각목, 로프, 나무상자 등 오브제를 중심으로 한 ‘물성 탐구의 기간’을 거쳤다.

하종현, 'Conjunction 18-52'. Oil on hemp cloth, 162 x 130 cm, 2018.(사진=국제갤러리)
하종현, 'Conjunction 18-52'. Oil on hemp cloth, 162 x 130 cm, 2018.(사진=국제갤러리)

이 시기에 작가는 한국전쟁 이후 미군 군량미를 담아 보내던 마대자루를 비롯해 밀가루, 신문, 용수철, 철조망 등 비(非)미술적이고 비(非)전통적 매체로 캔버스의 양면을 모두 활용하는 실험적인 작업방식을 시도했다.

1974년부터 지금까지 마대자루를 활용한 경험에서 출발, 고유한 기법으로 자리매김한 ‘접합’ 연작을 완성해가는 중이다.

하종현은 올이 굵은 마포 뒷면에 두터운 물감을 바르고 천의 앞면으로 밀어 넣는 배압법(背押法)을 통해 독창적인 작업 방식을 구축했다.

앞면으로 배어 나온 걸쭉한 물감 알갱이들은 나이프나 붓, 나무 주걱과 같은 도구를 사용한 작가의 개입으로 다시 자유롭게 변주되고, 마침내 물질과 행위의 흔적이 결합된 결과물로 완성된다.

이번 'Ha Chong-Hyun'전에서는 작가가 새롭게 탐구한 색채의 대형 크기 ‘접합’ 연작을 중점적으로 선보인다. 하종현은 일상 속 익숙한 대상에서 색을 발견하고 이를 조형적인 언어로 치환하는 과정을 작업의 중요한 지점으로 삼고 있다.

하종현, 'Conjunction 18-12'. Oil on hemp cloth,  227 x 182 cm, 2018.(사진=국제갤러리)
하종현, 'Conjunction 18-12'. Oil on hemp cloth, 227 x 182 cm, 2018.(사진=국제갤러리)

마포 고유의 색이 완전히 없어질 정도로 검게 칠한 작품 'Conjunction 18-41'(2018)은 단순히 어둡거나 인공적인 검은 톤의 색채가 아닌, 오랫동안 비를 맞은 기와가 세월에 퇴색된 듯한 자연적인 성향의 색채라 할 수 있다.

하종현은 최근 적색과 청색, 그리고 지난해 말부터 다홍색을 ‘접합’에 도입했다. 대표적으로 작품 'Conjunction 18-12'(2018)에서 보이는 선명한 다홍색은 단청과 한국전통악기의 화려한 문양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것이다.

다홍색의 ‘접합’ 연작은 올해 초 ‘프리즈 LA’ 아트페어 국제갤러리 부스에서 처음 선보였으며, 3월 도쿄 블럼앤포 갤러리 개인전에서 작은 크기의 작품으로 소개된 데 이어 국내에서는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공개된다.
 
이번에 소개되는 'Conjunction 18-52'(2018) 역시 마포에 검은색 물감을 칠한 다음, 뒷면에서 흰색 물감을 밀어내어 앞면의 표면에 그을음을 입힌 작품이다.

작가는 검게 그을린 표면을 다시 살짝 긁어내 음각의 형태로 흰색 물감을 노출시키고, 그 위에 얇은 철사를 사용해 서체와 같은 일종의 표식을 만들어냈다.

하종현, 'Conjunction 17-95'. Oil on hemp cloth,  180 x 120 cm, 2017.(사진=국제갤러리)
하종현, 'Conjunction 17-95'. Oil on hemp cloth, 180 x 120 cm, 2017.(사진=국제갤러리)

하종현 작가는 작가는 “그을린 물감을 앞쪽에서 펴 바르거나 밀어내면 예상하지 못한 묘한 색채가 나타난다”며 “시간의 깊이를 압축해 담아내는 과정에서 불의 힘을 빌렸다”고 설명했다.

올해 하종현은 어느 때보다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오는 9월 밀라노 카디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앞두고 있으며, 2020년 2월에는 런던 알민레쉬 갤러리에서의 개인전이 예정되어 있다.

또한 오는 6월 21일부터는 미국 미시간주 크랜브룩 현대미술관에서의 그룹전 '주인의 색채: 예술, 경제 및 물성에 대해'에서 루치오 폰타나, 야니스 쿠넬리스, 한국의 박서보, 권영우, 윤형근과 함께 참가해 1972년 철조망 작품과 1979년 초기 접합 작품을 전시한다.

곧이어 7월에는 중국 베이징 소재의 송 현대미술관 그룹전 '추상'에서 한국작가 김창열과 함께 참가해 적색과 청색, 흰색의 대형 접합 연작을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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