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균의 그림 이야기] 예술가 探究記, 김완 작가
[권도균의 그림 이야기] 예술가 探究記, 김완 작가
  • 권도균
  • 승인 2019.05.27 13: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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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아트스페이스 H] '골판지로 빛의 풍경을 그리는 김완 작가의 Emotellect'

​김완 작가의 전시 제목인 Emotellect는 감성(emotion)과 지성(intellect)의 합성어다. 작가에게 감성은 추상회화나 구상적 리얼리즘의 독자적 표현 방식의 연구다.

'전시장에서 작품과 함께한 김완 작가'.(사진=artinfo DB.)
'전시장에서 작품과 함께한 김완 작가'.(사진=artinfo DB.)

지성은 회화적 방법을 동원하면서, 철학적인 질문이나 현대인의 리얼리티를 보여주는 것이다. 작가가 의미하는 감성은 표현 방식이고, 지성은 작품의 메시지를 뜻하는 것이라고 해석된다.

인간의 인식은 직관 능력으로서의 감성과 사유능력으로서의 지성의 결합에 의해서만 가능하다고 임마누엘 칸트는 말한다. 오감을 통해서 감각자료를 수용하는 것이 감성이고, 자료들을 개념화하는 판단 능력이 지성이다.

그리고 판단들을 결합시켜 추론을 내리는 것이 이성이다. 김완의 작품은 감성으로 다가와서, 지성을 자극하고, 이성을 깨운다. 감성으로 형태를 만들고, 지성으로 색을 입힌다. 그리고 이성으로 빛을 새긴다.

​작품의 재료는 골판지다. 칼로 자른 골판지 단면의 선을 작품의 중심 개념으로 사용한다. 선들이 모여 면을 만들고, 면이 모여서 입체가 된다.

골판지에 색을 입혀 생명을 불어넣는다. 날카로운 칼에 베인 골판지에는 베인 상처의 흔적인 미세한 종이 가루들이 아슬아슬하게 붙어있다. 날카로운 칼로 상처를 내고, 색의 중첩으로 치유를 한다.

'성북동 아트스페이스 H에 설치된 김완 작가의 작품들'.(사진=artinfo DB.)
'성북동 아트스페이스 H에 설치된 김완 작가의 작품들'.(사진=artinfo DB.)

작품에는 어둠과 빛이 공존한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선과 선, 면과 면이 충돌하는 지점에 가녀린 빛을 숨겨놓은 것 같다. 어릴 적 본 반딧불 불빛처럼, 강렬하지 않고 은은한 빛이 선과 선, 면과 면이 만나는 경계 지점마다 빛을 발한다.

형태를 통해서 관람자의 감성을 자극하고, 색을 통해서 지성과 만나게 한다. 구상 회화가 눈에 보이는 외적 대상에 관한 서술이라면, 작가에게 추상회화는 감성으로 느끼고, 지성으로 판단하는 내면의 풍경이다. 작품이 주는 메시지는 경계와 경계의 하모니다. 감성과 지성의 하모니, 평면과 입체의 하모니, 구상과 추상의 하모니, 선과 선, 면과 면의 하모니, 그리고 밝은 색과 어두운색의 하모니다.

작품 제목은 Touch the light-Edge다. 작가는 촉각적인 선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만지다는 단어를 쓴 것이다. 빛 또한 만지다의 연장선에서 탄생된 것이고, 만지다는 존재하고 있다는 뜻이다. 엣지는 경계를 지칭하는데, 공간을 만들기 위한 경계로 출발하였지만, 여러 경계를 의미하기도 하고, 빛과 색의 경계일 수도 있다. ​

​작가는 흐르는 시간을 선으로, 정지된 공간을 색으로 만든다. 시간과 공간 속에 존재하는 작가의 실존을 빛으로 표현한다. 시간과 공간 그리고 그 안에 존재하는 인간을 단순하고 명료하게 작품으로 완성한다. 작가에게 작업은 수행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이다.

​이전의 작업이 하늘과 빛을 구상적으로 표현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완벽하게 단순하게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작가는 말한다. 평면성에서의 탈출한 엣지 시리즈는 일루전의 공간 이미지뿐 아니라, 3차원의 튀어나온 공간성을 화면에 끌고 들어온다.

'성북동 아트스페이스H에 설치된 김완 작가의 작품'.(사진=artinfo DB.)
'성북동 아트스페이스H에 설치된 김완 작가의 작품'.(사진=artinfo DB.)

나의 현존성을 더욱 리얼하게 확인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차갑고 딱딱한 논리가 아니라, 빛과 색 그리고 공간으로 만든 미술적 언어로 말이다.

​작가는 작업을 통해 자신의 실존을 이야기한다. 작업을 하면서,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고, 작품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주고 싶어 한다. 작가는 이 세상에 살고 있는 나의 존재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고민한다.

​어쩌면 작가의 생각과 칸트의 생각이 일치하는 부분인지도 모르겠다. 칸트는 말한다. 생각하면 할수록 놀라움과 경건함을 주는 두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내 위에서 항상 반짝이는 별을 보여주는 하늘이며, 다른 하나는 나를 항상 지켜주는 마음속의 도덕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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