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헌 교수의 갤러리 스케치] 비움을 위한 소고(小考)
[정병헌 교수의 갤러리 스케치] 비움을 위한 소고(小考)
  • 정병헌
  • 승인 2019.05.30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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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정병헌 교수] 지.필.묵 이 세 가지를 제외하고, 한국화를 말할 수없듯이, 소위 서양화라 일컫는 페인팅은 하얀 캔버스 위에 색을 올리고, 덧칠해서 작품을 완성하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김연규, 'Botanical Subject-1927'. 112 x 78cm, charcoal on paper, 2019.
김연규, 'Botanical Subject-1927'. 112 x 78cm, charcoal on paper, 2019.

먹과 오일 컬러가 전혀 다른 성질을 가진 것처럼, 동양과 서양 화법의 이질적인 문제는 비움과 채움으로 정의할 수 있다. 비움은 (여백) 자연에 순응하면서 살아가는,  동양사상과 일맥이 통하는 것이며, 무언가를 받아들일 여지를 남기는 넉넉한 마음이라 할 수 있다.

서양화로 대변되는 오일 페인팅(Oil Painting)은 색칠로 여백 없이 가득 메우는 것으로, 사실적인 묘사를 기반으로 칠하고, 덧칠해서 완성되는 마티에르의 예술이다.

서양화의 기조를 이어가는 작가는, 여백이라는 공간에 무엇을 그리고, 채울지를 고민한다. 동양적 정서와 서양의 특징을 어떻게 하나의 모습으로 풀어나갈지 고민했던 결과를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고 있다.

서울 삼청로 갤러리41에서 진행된 김연규 작가의 개인전 '기억의 잔상'은 서양의 기법 위에 한국의 정서를 담아내려고, 고민했던 작가의 흔적이다. 한국(동양)의 정신적 가치 위에, 서양의 색으로 그려나갈 두 번째 그림책의 첫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작가는 비움으로, 더 많은 것을 채울 수 있다는 철학적 메시지를 전하면서, 계영배의 교훈을 다시 일깨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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