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기자의 아트&컴퍼니] ① 신세계백화점 ‘문화투자 빌미로 자산축적?’
[왕기자의 아트&컴퍼니] ① 신세계백화점 ‘문화투자 빌미로 자산축적?’
  • 왕진오
  • 승인 2017.11.15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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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왕진오 기자] "기업인들은 가난한 예술가를 돕겠다는 식의 태도를 버려라. 현대 사회에서 문화 없는 경제는 더 이상 생각할 수 없다. 문화와 기업은 파트너 관계이다. 오늘날 문화는 중요한 마케팅 수단이라는 사실을 정부와 기업은 잊지 말아야 한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명품관 옥상에 놓인 제프 쿤스의 세이크리드 하트 작품.(사진=왕진오 기자)
신세계백화점 본점 명품관 옥상에 놓인 제프 쿤스의 세이크리드 하트 작품.(사진=왕진오 기자)

프랑스의 세계적인 미래학자이며 문명비평가 '기 소르망(70, Guy Sorman)'의 유명한 표현을 뒤로 하더라도 최근 국내 기업들은 문화, 특히 예술로 고객과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기업을 홍보하는 '아트마케팅'에 전사적인 힘을 쏟고 있다.

제품을 팔아 이윤을 챙기는 기업이 광고나 프로모션이 아닌 예술을 매개로 자사의 기업 이미지와 제품 판매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마디로 기업 이윤의 극대화라고 할 수 있다. 최근 국내에서 진행됐던 기업들의 아트마케팅 사례를 통해 그들이 추구하는 궁극의 목적과 예술계에 끼친 영향에 대해 조명한다.

2011년 5월 신세계백화점은 미국의 현대 미술작가 제프 쿤스(Jeft Koons)의 보라색 사탕봉지를 연상케 하는 1.7톤짜리 '세이크리드 하트'를 380억 대에 구입하고 백화점 고객을 상대로 대대적인 아트마케팅을 펼쳤다.

당시 이 작품은 제프 쿤스의 에이전트 역할을 했던 서미갤러리가 2010년 신세계 이명희 회장에게 판매를 타진했고, 신세계측이 전격 인수를 결정하면서 신세계백화점 본점 옥상에 작품이 놓이게 된다.

범 삼성계인 신세계가 대기업과 미술품을 전문적으로 거래하며 비자금 조성의 통로 역할을 했다고 지목되는 서미갤러리와의 거래가 상당기간에 걸쳐 진행됐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신세계백화점 트리니티가든에 놓여진 조각품들.(사진=왕진오 기자)
신세계백화점 트리니티가든에 놓여진 조각품들.(사진=왕진오 기자)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의 막내딸이 이명희(72) 신세계 회장은 지난 2007년 김용철변호사가 "비자금으로 미술품을 구입했고, 2004년 서미갤러리 홍송원 대표에게 자신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장모 박○○씨 소유의 미술품 50점을 2000만 달러에 해외에 팔아달라는 의뢰를 했다"는 폭로로 인해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2007년 신세계백화점 본점 명품관을 개장하면서 이명희 회장이 200억 대의 미술품을 구입해 백화점 곳곳에 설치한 것과 연관성이 강한 대목이다. 당시 구입한 그림들은 대다수가 이명희 회장의 취향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회현동 본점 옥상에 조성한 트리니티가든에 700억 원대 규모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이곳에는 알렌산더 칼더(1898∼1976)의 200억 원대 ‘Le Cepe tmxlf(1963)', 호안 미로(1893∼1983)의 15억 대 ’Personnage(1974)', 헨리 무어(1898∼1986)의 59억 원대 ‘Recling Figure: Arch Leg(1969∼70), 루이즈 부르주아(1911∼2010)의 120억 원대 ’Eye Bench Ⅲ(1996∼1997) 그리고 제프 쿤스의 380억 대 ‘세이크리드 하트’가 놓이면서 국내에서 가장 비싼 옥상 정원이 됐다.

건축업계 관계자는 “700억 원이면 고급전원주택 300채를 지을 수 있고,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14∼18개 층을 세울 수 있으며 대구 오페라하우스의 2배 규모를 세울 수 있다”고 말할 정도의 엄청난 금액이다.

여기에 신세계 본점 명품관 곳곳에 교체되며 걸리는 소장품들까지 합치면 백화점이라기보다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 보다 많은 미술품을 보유한 미술관이라고 보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최근 대구에 문을 연 대구신세계백화점 5층 로비에는 루이스부르주아의 '마망'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맥락을 같이한다.

신세계백화점 회현동 본점 10층 문화홀에서 열렸던 베어브릭 전시장 모습.(사진=왕진오 기자)
신세계백화점 회현동 본점 10층 문화홀에서 열렸던 베어브릭 전시장 모습.(사진=왕진오 기자)

신세계 측은 “트리니티가든은 고객제일과 고객만족이라는 본연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해 단순한 쇼핑공간만이 아니라 고객의 풍요로운 문화적 삶에 기여하는 패션과 생활, 예술이 어우러진 복합 생활문화를 지향한 결과”라며 “미술품을 수집한 것이 아니라 문화적 시각에서 조성된 것일 뿐이다”고 밝혔다.

백화점 속 미술품, 문화 향유보다는 이윤 추구의 도구로 전락 우려

신세계는 공개된 작품들의 규모만 1000억 원대 이상의 미술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여기에 이 회장이 과거부터 주요 화랑을 통해 구입한 작품까지 계산될 경우 그 금액은 가히 천문학적인 금액에 다다를 것이라는 것이 화랑가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들은 “신세계가 아트마케팅 차원에서 수백억 원대 작품을 구입하고 전시하기보다는 문화투자를 빌미로 자산 축적을 하려는 의도가 강하게 드리운다.”고 전했다.

1966년 본점에 전시공간을 마련하고 운영하는 신세계백화점은 외부에 적극 알리는 아트 마케팅을 펼치며 자사의 충성을 보이는 소수 고객과 미래 잠재 고객 발굴을 위해 은밀하지만 이름바 ‘한방’이 있는 행보를 펼치고 있어 롯데와는 대조를 이룬다.

호안 미로, 헨리 무어, 루이즈 부르주아, 이우환, 김환기 등 백화점 곳곳에 설치된 예술품들은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던 국내외 유명작가들의 작품들을 컬렉션하고 있으며, VVIP고객을 전용 공간을 꾸미기 위한 행보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화랑가에서는 “신세계 측의 미술품 컬렉션을 살펴 볼 때 명성이 높은 작가의 경우 희귀하고 고가인 경우에도 과감히 구입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여러 가지 반사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 투자에 비해 20년 정도 소장 기간이 경과하면 엄청난 수익이 보장되는 미술품을 구입해 투자도 하고 평판도 좋아지는 미술품 구입에 힘을 쏟는 것 같다”고 평했다.

'자신의 작품이 설치된 신세계백화점 본관을 찾은 제프 쿤스'.(사진=왕진오 기자)
'자신의 작품이 설치된 신세계백화점 본관을 찾은 제프 쿤스'.(사진=왕진오 기자)

은밀하게 소수 고객 중심

2014년 연말부터 신세계백화점이 눈길을 돌리는 분야는 키덜트이다. 7000억 규모의 국내 키덜트(Kidult, 키드(kid)와 어른을 의미하는 어덜트(Adult)의 합성어로 아이들 같은 감성과 취향을 가진 어른을 지칭) 시장을 잡기 위해 백화점 본점 10층 문화홀에서 ‘베어브릭’(곰과 벽돌의 합성어로 성인들의 수집 목적으로 탄생한 장난감) 전시를 펼치며 지갑이 두둑한 어른들을 공략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전시는 고객들을 상대로 공개를 한다는 전제를 앞세웠지만, 판매는 사전예약을 통해서만 진행했다. 현장을 찾은 가족단위의 관람객들은 베어브릭을 사고 싶어도, 선착순 으로 진행된 판매로 인해 눈으로만 보고 돌아가는 결과를 가져왔다.

눈에 드러나지 않지만 우량고객(VVIP)전용 문화공간을 건립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대지면적 8719㎡(2640평) 규모의 부지를 2010년 구매했다. 이곳은 원래 풍림산업이 고급빌라형 실버타운을 세우려고 마련한 땅이었다.

당시 각종 규제와 내부 사정으로 인해 사업을 중단하고 매각을 추진했던 대로변의 큰 땅이 700억에 팔린 것이다. 현재는 구매당시 그대로 방치되어 있는 상태이다.

신세계측은 "문화시설을 만들기 위해 구매한 부지이다. 아직은 정확히 어떠한 시설이 들어갈지 확정된 것은 없다"며 "초우량고객(VVIP)만을 위해서 마련한 공간은 아니다. 누구라도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라며 정확한 일정과 규모 등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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