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균의 그림 이야기] '심심하게 쓴 아트 토크1'
[권도균의 그림 이야기] '심심하게 쓴 아트 토크1'
  • 권도균
  • 승인 2017.11.21 1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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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아트스페이스 H]일상의 대화 속 예술 이야기나, 다루어볼 만한 예술 소재가 생기면, 재미없더라도 틈틈이 써보려고 한다. 그래서 정한 제목이 심심하게 쓴 아트 토크다. 재미있게 쓸 자신이 없어서다. 다만 예술 비평가나 미학자의 관점이 아닌, 분석적이고 추론적인 시각을 바탕으로 조금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 예술 이야기다.​

2017년 크리스티 뉴욕 'Post-War & Contemporary Art Evening Sale에서 $450,312,500에 낙찰된 레오나르도 다 빈치(1452-1519)의 'Salvator da Mundi'. (사진=크리스티 뉴욕)
2017년 크리스티 뉴욕 'Post-War & Contemporary Art Evening Sale에서 $450,312,500에 낙찰된 레오나르도 다 빈치(1452-1519)의 'Salvator da Mundi'. (사진=크리스티 뉴욕)

토요일 아침 찬바람을 맞으며 북한산을 오른다. 오늘의 멤버는 미대 교수 두 분, 뉴욕에서 미술을 공부한 갤러리 여자 대표, 독일에서 헤겔 철학으로 박사를 한 대학 동기. 산으로 둘러싸인 서울은 도시로서 좋은 환경을 가진 것 같다. 산에 오르면 기관지가 좋아지는 것을 금세 느낀다. 공기가 참 신선한다.​

산을 함께 오르면서 주고받는 대화는 술 마시면서 하는 대화랑은 사뭇 다르고 좀 더 진지한 것 같다. 재벌가 아들이었던 철학박사 친구랑 대화를 나눈다. 우리들 집안이 지금도 과거처럼 경제적으로 풍족하다면, 남을 위해 돈을 쓰면서 살았을까? 그리고 진정으로 행복했을까?​

남에게 베풀기는 아까워했을 것이고, 물려받은 많은 재산을 움켜쥐고 지키려는 욕구 때문에 걱정만 많아지지 않았을까? 돈 걱정, 건강 걱정, 다 써보지 못하는 재산을 남겨 놓고 죽기 싫은 걱정 등등. 친구야, 지금 우리는 가진 것이 별로 없어서, 잃을 것이 별로 없게 되었네. 남은 생을 소박하게 살아갈 걱정밖에 없어서, 현재의 삶이 오히려 행복하지 않을까?​

난 시골에 내려가서 텃밭이나 일구며 담담하게 살고 싶네. 가끔 놀러 오시게. 만일 지금도 부유하다면, 난 딸들보다는 예술가들을 위해 멋지게 돈을 다 썼을 텐데. 아쉽다네. 쓰고 싶은 곳은 많은데, 아이러니하게도 가진 돈이 별로 없네. 산을 오르며, 거친 숨을 내쉬며, 우리 둘은 지나간 과거에 의존해서 불가능한 상상을 해본다.​

하산하여 순댓국과 마시는 막걸리 한 잔은 등산의 피로감을 말끔히 씻어준다. 커피와 디저트를 먹으며 대화는 자연스럽게 미술 이야기로 옮겨 간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살바토르 문디 작품에 대한 대화를 시작한다. 실제로 본 적이 없는 이 그림이 우리에게는 작품 그 자체보다, 작품값이 주목을 끌게 만든다.​

살바토르 문디란 무슨 뜻일까? 문디라는 단어는 경상도 분들에게는 참 친근할 듯하다. 라틴어로 살바토르는 '구원자'를 뜻하고, 문디는 '세상의'를 의미한다고 한다. 두 단어를 합하면 세상의 구원자, 즉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를 지칭하는 것이란다. 그렇다면 이 작품은 무슨 의미와 가치가 있을까?​

2017년 11월 15일 저녁, 뉴욕 크리스티 경매장에서는 작품 한 점이 세상에서 가장 비싼 가격으로 낙찰되는 순간이 연출된다. 작품 가격 4억 달러에 수수료 5030만 달러를 얹으니, 실제 구입가는 4억 5030만 달러(약 5000억 원)이다.

여기에서 궁금증이 생긴다. 이 작품의 출처와 과거의 가격은 어떠했는지? 그리고 현재의 구매자는 누구일까라는 추측도 재미있을 것 같다. 그래서 네이버에 떠다니는 여러 가지 자료를 비교 분석해보았다. 이 작품은 1500년경 그렸다고 추정하는데, 1958년 런던 소더비 경매에 처음 등장해서 45파운드에 낙찰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낙찰의 결과는 이 작품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짝퉁 작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의 관심에서 사라졌던 이 작품은 2005년 미국 아트 딜러 협회 컨소시엄에서 1만 달러에 구입한다.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떠나서, 일단 진품이라고 생각하고 구입을 했으니, 본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마케팅을 위한 사전 작업으로 작품의 복원과 2011년 영국 내셔널 갤러리 전시가 이루어진다. 이 정도면 작품값 상승과 판매는 어렵지 않게 된다. 마침내 2013년 러시아 컬렉터 드미트리 리볼로블레프는 이 작품을 1억 2천7백만 달러에 산다. 지금 환율로 1400억 원 정도다. 천백만 원에 사서 1400억 원에 팔았으니, 역시 예술 작품은 화끈한 한방이 있는 것 같다. 1400억 원에 작품을 산 컬렉터도 베짱이 두둑한 것 같다. 

이번 경매에서 작품을 판 러시아 컬렉터는 10퍼센트 수수료를 빼도 3900억 원 정도를 받게 될 듯하다. 놀랍게도 불과 4년 만에 2500억 원을 벌은 것이다. 돈은 이렇게 벌어야 하는 것인데 말이다. 부러우면 지는 건데 부럽긴 하다.

국보 83호 반가사유상이나 고려불화가 크리스티 경매에 나온다면 어떤 낙찰가가 나올까? 문화 약소국 한국의 유물이 비싼 가격에 거래될 확률은 무척 희박하다고 생각한다. 5천억 원의 십 분의 일, 즉 500억 원이 맥시멈 아닐까? 그 정도라도 평가받으면 좋을 것 같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본 적이 있다. 관람객들은 그 작품 앞에만 몰려있었다. 개인적으로 그 작품을 보면서, 어떤 감응도 받지 못했다. 비싼 입장료 내고 들어와서, 남들이 보니까 따라서 본 것뿐이다. 오히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났던 고려불화가 훨씬 신비롭게 다가왔다. 그렇다면 우리는 서양의 예술 작품들을 왜 명화라고 생각하게 된 것일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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