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원, 서양 물감으로 그려낸 한국적 동양화
이대원, 서양 물감으로 그려낸 한국적 동양화
  • 왕진오
  • 승인 2017.11.22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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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자연을 사랑했던 이대원 3주기 회고전

[아트인포=왕진오 기자] 1950∼60년대 한국 화단에 일고 있던 모노크롬이나 미니멀리즘 경향을 띤 추상회화의 바람을 뒤로 하고 이대원(1921∼2005) 작가는 산과 나무, 못과 풀섶 등 자연 풍경을 그리는 구상주의를 고집하며 자신만의 독자적인 조형세계를 굳건히 지켜왔다.

'이대원 화백'.(사진=갤러리현대)
'이대원 화백'.(사진=갤러리현대)

그의 소재는 한 평생 농원, 과수원, 산, 들, 연못 등 우리네 주변의 자연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친숙한 풍경이었고, 이 소재를 통해 한국적인 멋과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동시에 인간이 이상적으로 추구하는 풍요로운 이상향을 그리고자 했다. 

우리의 자연을 사랑한 국민작가 이대원 3주기를 맞이해 대규모 회고전이 2008년 11월 18일부터 12월 14일까지 갤러리 현대 강남 점에서 개최된다.

이대원, '대추나무'. Oil on Canvas, 97 X 162.2 cm, 1995.(사진=갤러리현대)
이대원, '대추나무'. Oil on Canvas, 97 X 162.2 cm, 1995.(사진=갤러리현대)

그의 작품은 특이하게 한국적인 소박한 맛과 색채의 화려한 아름다움이 공존한다. 정적이고 소박해 보이는 소재지만 밝은 원색의 점과 선으로 리듬감 있게 표현되어 생동감과 역동성이 넘쳐 보는 이를 깊이 매료시킨다.

원근법에서 자유롭게 벗어난 간결하고 황홀한 색의 향연, 불규칙한 듯 자유롭게 그어진 거침없는 색 점은 이대원 만의 트레이드마크이다. 한국 수묵화의 거장인 청전 이상범은 그의 작품을 두고 ‘서양물감으로 그린 동양화’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대원, '농원'. Oil on Canvas, 112X 324 cm, 1994.(사진=갤러리현대)
이대원, '농원'. Oil on Canvas, 112X 324 cm, 1994.(사진=갤러리현대)

 작가의 자유롭고 힘찬 붓질이 이루어낸 점과 선들은 종종 고흐나 인상파의 점묘법을, 에너지로 충만한 원색의 화면들은 야수파를 떠올리기도 하나, 그의 작품은 유채화라는 양식적인 특징에도 불구하고 동양적인 필법을 구사하며 한국적인 정서를 풍기고 있다.

작가는  전통적 미의식과 미의 유산의 본질을 현대적 화면에 도입하려고 시도했는데, 1950년대부터 이미 양화와 유채화에 동양화의 기법을 도입하는 것을 고려했고, 1960년대 서예와 이조의 수묵화, 중국 청 초에 간행된 '개자원화전(芥子園畵傳)' 등의 묘화법 등을 배우기도 했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작품에 녹여 독자적인 화풍을 수립한 이 화백은 실제 홍대 교수시절 논문 <동양미술론>을 발표하는 등 동양화 기법을 연구한바 있다.

이대원, '농원'. Oil on Canvas, 97 X 162.2 cm, 1979.(사진=갤러리현대)
이대원, '농원'. Oil on Canvas, 97 X 162.2 cm, 1979.(사진=갤러리현대)

한국화단을 대표하는 ‘국민작가’ 이대원
“늘 같은 것을 보아도 화가의 눈에는 항상 다르게 보입니다.”

작가 이대원은  이중섭, 박수근, 장욱진과 함께 한국적 구상의 명맥을 잇는 매우 중요한 작가이며, 1930년대부터 2005년 눈을 감는 순간까지 70여년간 쉼 없는 작품활동으로 한국 현대미술사에 길이 남을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그는  작가로서 뿐만 아니라,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여 한국미술의 역사 속에서 다방면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 미술인이다. ‘화단의 신사’라고 불리웠던 그는 경성제국대학(서울대의 전신) 법대 출신으로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않은 특이한 이력을 지녔지만, 누구나 존경했던 인품과 해박한 지식, 앞선 안목과 끊임없는 작품 활동 때문에 후배 작가들에게 존경받는 인물로 기억되고 있다.

1950년대 당시 5개 국어에 능통한 유일무이한 지식인으로서 해외에 한국 미술을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고, 대한민국 외교통상부 문화홍보 대사로서 활동, 말년에는 한국대사관 내 한국미술 알리기에 힘썼다.

이대원, '언덕위의 파밭'. Oil on Canvas 38x45cm, 1938.(사진=갤러리현대)
이대원, '언덕위의 파밭'. Oil on Canvas 38x45cm, 1938.(사진=갤러리현대)

미술인으로서의 이대원, 50년대 박수근, 장욱진 등 한국작가 해외 적극 알린 장본인

작가로서의 왕성한 활동 외에도 이 화백은 탁월한 안목과 지식을 바탕으로 우리 나라 최초의 근대적 화랑이며 상업 화랑의 효시인 반도화랑을 초대 운영했다.

전후 아시아 재단의 지원 하에 운영되던 반도화랑은 주한 외국인과 귀빈 그리고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국 미술을 알렸던 곳으로, 이 화백이 운영하는 동안 박수근, 장욱진, 변관식, 김기창, 장우성, 도상봉, 윤중식, 김환기, 유영국, 문학진, 손응성 등 수많은 한국 작가들을 해외에 적극적으로 알려 왔다.

이대원, '사과나무'. Oil on Canvas 130x90cm, 1961.(사진=갤러리현대)
이대원, '사과나무'. Oil on Canvas 130x90cm, 1961.(사진=갤러리현대)

작가 이대원 은 홍익대 교수(1967~86/ 1986~2005 명예교수)와 총장직(1980~82)을 역임하며 학계에서 미술교육과 작가 양성에 힘을 쏟아왔다.

이 화백은 1971년 반도화랑에서의 개인전을 비롯해 1975년부터 갤러리현대에서 총 11회의 전시를 가졌다. 국민훈장 목련장과 대한민국예술원상, 오지호 미술상 등을 수상했으며, 대한민국금관문화훈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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