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명, "그림자를 삼키다"
천성명, "그림자를 삼키다"
  • 왕진오
  • 승인 2017.11.22 17: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트인포=왕진오 기자] 공간 속에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내고 있는 작가 천성명이 자신의 연작 에피소드 1부의 완결을 세상에 공개한다.

2007년 개인전에서 시작된 ‘그림자를 삼키다’를 마감하는 이야기로, 정오 무렵 숲을 헤매다가 지독하게 ‘상처’ 받은 자아와 대면하게 되는 소년이 저녁을 지나 새벽까지 겪게 되는 이야기로 작가 천성명이 계획하고 있는 총 3부의 거대한 이야기 중 1부가 완성되는 셈이다.

'천성명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천성명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작가 천성명은 전통적인 조각 작품에 드러나는 사람들의 외형이 아닌, 자신의 얼굴이 거울에 반사되어 보여지는 모습 속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해 자신의 감성과 조우를 하는 모습을 캐스팅이 아닌, 이미지의 재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정체성 찾기’라는 다소 진부해 보이는 주제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되는 것은 관람자들로 하여금 잊혀졌던 ‘나’의 기억들을 끄집어내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끔 하는 동화작용에 불씨를 만든다는 것이다. 관람자들은 전시장으로 들어선 순간 전혀 색다른 공간과 시간으로의 이동을 경험하게 된다.

천성명, '9번지하대나무숲'.
천성명, '9번지하대나무숲'.

이번 전시는 우선 네 개의 공간으로 나누어진다. 이를 위해 작가는 공간의 특성에 충실하게 작업들의 배치와 숫자를 변형하는데, 1층 주전시장과 지하전시장으로 이어지는 공간은 최소한의 스토리라인을 형성한다.

1층 전시장에는 벽을 향해 서서 거울 속 자신을 들여다보는 소년, 숲 속에서 심장이 파헤쳐진 채 버려져 있는 소년이 들개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숲을 질주하며 탐욕스럽게 먹이를 찾아 헤맸을 들개들의 표정엔 그저 냉혹함만이 있을 뿐이다. 이야기는 지하로 이어져 자신을 방관하기만 하던 새들을 죽여 삼킨 소년이 넋 나간 표정으로 서있다.

불끈 쥔 주먹, 한 손에는 칼이, 한 손에는 죽은 새를 들고 있다. 한바탕 전쟁이 벌어졌을 터이며, 자신을 방관하는 새를 죽여 삼켰으므로 이제 승리의 기쁨을 느낄 만도 한데 표정은 여전히 어둡고, 눈은 초점을 잃고 있다. 숲은 조용하고 새들의 피비린내가 느껴진다.

천성명, '일층 입구'.
천성명, '일층 입구'.

공간 속에 풀어낸 삶의 치유의 과정

1층, 바깥공간과 소통하는  전시장에는 이야기의 에필로그처럼 상징적인 자소상들이 자리 잡고 있다.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인 모양을 한 샴쌍둥이, 나를 찾고자 하는 욕망을 끌어안고 있으면서도, 나와의 싸움에서 수없이 얻어터지고 심장마저 찢기는 아픔을 간직한 소년들이 있다.

그리고 지하 대나무 정원에는 다음 이야기를 암시라도 하듯 물고기 머리를 안고 있는 소년과 등불을 들고 있는 여자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이번 작품에서 새롭게 많은 수의 여자 아이들이 등장하게 되는데, 이들은 작가 천성명에게 있어서 중간자로서의 역할을 부여해 길도 좌표도 없는 숲 속을 무작정 헤매다가 만나게 되는 희망의 단서이다.

이번 전시의 특징은 피투성이가 되었던 작가의 분신들에서 실낱같은 치유의 흔적과 다소 얼굴표정이 밝아진 여자아이들을 통해 희망의 기미를 읽을 수 있다는 점이지만 그래도 아직 새벽은 오지 않을 것 같다.

연극을 보듯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작가는 일정한 이야기 구조 속에 관람자들을 가두어 놓기를 원치 않는다. 자신의 이야기를 강요하지도, 해답을 갖고 있지도 않다.

천성명, '일층 전시장 중앙'.
천성명, '일층 전시장 중앙'.

관람객들은 작가가 만들어낸 다양한 인물들과 대화하면서 얼마든지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하며, 또한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얼마든지 새로 쓸 수 있다.

자신이 그려내는 이야기들 속에 자신 스스로 치유 받고 새로운 이상을 사유할 수 있는 여백이 넉넉한 시간이 된다. 두 번의 전시로 연출된 이야기와 전시에서 미처 다 표현해 내지 못한 행간의 내용을 담아 책으로도 함께 출간될 예정이다.

작가 천성명은 수원대학교 조소과 졸업과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2005년 달빛아래 서성이다(갤러리 상)2007년 그림자를 삼키다(갤러리 선 컨템포러리)의 개인전 이후 2008년 10월 10일부터 11월 16일까지 갤러리 터치아트의 '그림자를 삼키다'로 자신의 첫번째 이야기를 마무리 하고 있다.

2006년 부산비엔날레,2007년 ARCO2007(스페인),아트로테르담,2008년2008 Incontri n. 1 (Palazzo Falconieri di Roma, Accademia  d'Ungheria, 로마), Micro-Narratives-Temptation of Samll Realities (Musee d'Art Moderne de Saint Etienne Metropole, 프랑스)등의 해외 아트페어와 비에날레에서 활동을 전개 중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