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인포=왕진오 기자] 위대한 발명품들이 우연한 발견에서부터 시작됐다는 이야기가 미술 작업에도 구현된 것 같은 작품들이 전시장을 따뜻하게 밝히고 있어 눈길을 모은다.
2010년 독일 유학 시절 작업실 책상에 올려놓은 유리판에 비친 햇빛의 변화 순간을 포착한 후 지금까지 유리판위에 선과 빛을 이용한 독특한 작업을 펼치는 황선태(45) 작가의 신작이 세상 나들이를 갖는다.
'빛, 시간, 공간'이란 타이틀을 내걸고 11월 24일부터 종로구 통의동 아트사이드 갤러리에서 진행되는 전시에는 처음으로 실내 공간 뿐 아니라 가로등 불빛이 비추는 골목길 모습 등 실외로 시선을 돌린 작업을 볼 수 있다.
황선태 작가는 "따뜻한 빛의 느낌은 시간의 흐름을 채집한 것처럼 보입니다. 사물을 해석하는 방법으로 선과 빛을 기본 요소에서 시작한 후 감정이 사라진 중립적인 선과 실제 빛을 유리판 뒤에서 보이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드로잉 작업 후 컴퓨터 작업으로 빛의 밝기와 공간의 균형을 잡은 뒤에 강하 유리 뒷면에 이미지를 전사하는 방식으로 빛과 그림자를 배치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황 작가의 작품은 스위치를 켜는 순간 온전히 감상할 수 있다. 은은한 빛을 발산하는 화면은 강화유리에 샌딩 기법으로 반투명 상태를 만들었기에 더욱 빛의 파장이 부드럽게 전달된다.
그가 만들어낸 빛은 시간성을 담고 있다. 또한 찰나의 순간에 주목한 작가의 세심한 관찰력도 한 몫 했다. 화면에는 이른 아침 거실로 들어오는 햇살이나, 해가 질 무렵의 붉고 노란 기운이 감도는 노을빛이 은은하게 퍼진다.
황 작가가 사용하는 빛의 원천은 LED 조명이다. 최근에는 LG디스플레이의 제작 지원으로 휘어지는 OLED 적용해 일기를 써 놓은 듯 한 책과 도화지 작품도 선보인다. 뜨겁지 않고 태양빛과 유사한 밝기를 오랜 기간 유지해서 작품에 사용하기 적절하다고 설명한다.
황 작가는 "제가 손을 사용하지 않고 컴퓨터를 활용하는 것은 사물의 아웃라인이 존재하기에 모든 공간과 시간을 표현해주는 것 같다. 텍스트는 기호일 뿐, 읽으면서 공간을 상상하는데, 저는 선을 기호로 생각하고 있다"며 "컴퓨터 선을 통해 텍스트를 쓴다고 여겨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빛이라는 것은 우리가 사물을 인지할 때, 반드시 필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또 사물을 해석할 때 선이 있어야 하죠, 저는 사물의 해석 정보를 줄이고 빛과 선 두 가지만 갖고 공간을 해석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일상속의 따듯한 공간을 보는 듯 한 황선태 작가의 디지털 회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작가도 현재 선보이는 작업들이 시간이 멈춘 듯 보인다고 설명한다.
스스로도 배경에 사물이 움직이는 영상이나, 시간에 따라 빛의 움직임을 담아 보려 했지만 너무 과하면 싸구려가 될 것 같아 절제하면서 현재의 작업을 더욱 정교하게 만들어 내는 것이 자신의 작품을 아껴주는 분들에 대한 작가로서의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라고 이야기한다. 전시는 12월 17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