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과 ‘빛’으로 일상에 생명력 불어넣어... 황선태 '빛, 시간, 공간' 展
‘선’과 ‘빛’으로 일상에 생명력 불어넣어... 황선태 '빛, 시간, 공간' 展
  • 왕진오
  • 승인 2017.11.24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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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왕진오 기자] 위대한 발명품들이 우연한 발견에서부터 시작됐다는 이야기가 미술 작업에도 구현된 것 같은 작품들이 전시장을 따뜻하게 밝히고 있어 눈길을 모은다.

통의동 아트사이드 갤러리에 설치된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황선태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통의동 아트사이드 갤러리에 설치된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황선태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2010년 독일 유학 시절 작업실 책상에 올려놓은 유리판에 비친 햇빛의 변화 순간을 포착한 후 지금까지 유리판위에 선과 빛을 이용한 독특한 작업을 펼치는 황선태(45) 작가의 신작이 세상 나들이를 갖는다.

'빛, 시간, 공간'이란 타이틀을 내걸고 11월 24일부터 종로구 통의동 아트사이드 갤러리에서 진행되는 전시에는 처음으로 실내 공간 뿐 아니라 가로등 불빛이 비추는 골목길 모습 등 실외로 시선을 돌린 작업을 볼 수 있다.

황선태,  '빛이 드는 공간'. 강화유리에 샌딩, 유리전사, LED, 124x246x4cm, 2017.(사진=아트사이드 갤러리)
황선태, '빛이 드는 공간'. 강화유리에 샌딩, 유리전사, LED, 124x246x4cm, 2017.(사진=아트사이드 갤러리)

황선태 작가는 "따뜻한 빛의 느낌은 시간의 흐름을 채집한 것처럼 보입니다. 사물을 해석하는 방법으로 선과 빛을 기본 요소에서 시작한 후 감정이 사라진 중립적인 선과 실제 빛을 유리판 뒤에서 보이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드로잉 작업 후 컴퓨터 작업으로 빛의 밝기와 공간의 균형을 잡은 뒤에 강하 유리 뒷면에 이미지를 전사하는 방식으로 빛과 그림자를 배치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황 작가의 작품은 스위치를 켜는 순간 온전히 감상할 수 있다. 은은한 빛을 발산하는 화면은 강화유리에 샌딩 기법으로 반투명 상태를 만들었기에 더욱 빛의 파장이 부드럽게 전달된다.

황선태, '빛이 드는 공간'. 강화유리에 샌딩, 유리전사, LED, 112x152x4cm, 2017.
황선태, '빛이 드는 공간'. 강화유리에 샌딩, 유리전사, LED, 112x152x4cm, 2017.

그가 만들어낸 빛은 시간성을 담고 있다. 또한 찰나의 순간에 주목한 작가의 세심한 관찰력도 한 몫 했다. 화면에는 이른 아침 거실로 들어오는 햇살이나, 해가 질 무렵의 붉고 노란 기운이 감도는 노을빛이 은은하게 퍼진다.

황 작가가 사용하는 빛의 원천은 LED 조명이다. 최근에는 LG디스플레이의 제작 지원으로 휘어지는 OLED 적용해 일기를 써 놓은 듯 한 책과 도화지 작품도 선보인다. 뜨겁지 않고 태양빛과 유사한 밝기를 오랜 기간 유지해서 작품에 사용하기 적절하다고 설명한다.

황 작가는 "제가 손을 사용하지 않고 컴퓨터를 활용하는 것은 사물의 아웃라인이 존재하기에 모든 공간과 시간을 표현해주는 것 같다. 텍스트는 기호일 뿐, 읽으면서 공간을 상상하는데, 저는 선을 기호로 생각하고 있다"며 "컴퓨터 선을 통해 텍스트를 쓴다고 여겨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선태, '빛이 드는 공간'. 강화유리에 샌딩, 유리전사, LED, 87x202x4cm, 2017.
황선태, '빛이 드는 공간'. 강화유리에 샌딩, 유리전사, LED, 87x202x4cm, 2017.

이어 "빛이라는 것은 우리가 사물을 인지할 때, 반드시 필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또 사물을 해석할 때 선이 있어야 하죠, 저는 사물의 해석 정보를 줄이고 빛과 선 두 가지만 갖고 공간을 해석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일상속의 따듯한 공간을 보는 듯 한 황선태 작가의 디지털 회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작가도 현재 선보이는 작업들이 시간이 멈춘 듯 보인다고 설명한다.

황선태, '빛이 드는 공간'.강화유리에 샌딩, 유리전사, LED, 102x80x4cm, 2017.(사진=아트사이드 갤러리)
황선태, '빛이 드는 공간'.강화유리에 샌딩, 유리전사, LED, 102x80x4cm, 2017.(사진=아트사이드 갤러리)

스스로도 배경에 사물이 움직이는 영상이나, 시간에 따라 빛의 움직임을 담아 보려 했지만 너무 과하면 싸구려가 될 것 같아 절제하면서 현재의 작업을 더욱 정교하게 만들어 내는 것이 자신의 작품을 아껴주는 분들에 대한 작가로서의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라고 이야기한다. 전시는 12월 1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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