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방각본 심청전·삼국지·소대성전 등 한글소설 목판 발견
조선시대 방각본 심청전·삼국지·소대성전 등 한글소설 목판 발견
  • 아트인포(artinfo)
  • 승인 2017.10.1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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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왕진오 기자] 기구한 운명으로 전락해 일본식 보석함의 장식품으로 재활용된 상태로 발굴된 한글소설 목판 다섯 장이 10월 27일부터 강원도 원주 고판화박물관에서 일반에 공개된다.

'한선학 고판화박물관 관장이 조선시대 희귀 방각본 한글 소설 목판 5장으로 만들어진 일본식 보석함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왕진오 기자)
'한선학 고판화박물관 관장이 조선시대 희귀 방각본 한글 소설 목판 5장으로 만들어진 일본식 보석함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왕진오 기자)

이 목판들은 구한말에 전북 완산(전주)에서 상업적 출판을 위한 '방각본'으로 제작한 심청전, 삼국지, 소대성전, 초한전에 사용된 한글소설 목판이다.

지금까지 발굴된 방각본 목판은 원주 고판화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유충열전을 비롯해, 삼국지, 심청전 등 3점이었다. 이번 발굴을 통해 다섯 종류의 한글 소설이 발견된 것이며, 초한전과 소대성전에 사용된 목판은 최초로 발견된 목판이다.

특히 이번에 발굴된 목판은 온전한 본래 모습이 아니라 잘리고 훼손되어, 주칠 된 일본식 보석함의 장식품으로 사용된 모습으로 발견되어 한글날을 맞이해 놀라움을 주고 있다.

한선학 명주사 고판화박물관 관장은 "최근, 일본을 왕래하는 고미술상을 통해 입수했다"며 "2005년 '오륜행실도 목판'을 비롯해, 한석봉 천자문, 유충열전 분첩을 입수해 공개한 경험이 밑바탕이 되어 이번 목판들을 발굴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보석함'.
'보석함'.

보석함 상자는 방각본 한글 소설 목판 5장을 잘라 상자 네 면과 뚜껑에 사용됐다. 보석함의 맨 위 뚜껑은 완판본 한글고전소설, 소대성전이며, 상자의 앞면은 완판본 심청전, 상자의 뒷면은 초한전으로 구성됐다.

또한 옆면의 좌측은 삼국지 목판으로, 옆면의 우측은 초한전 목판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장기간 보관을 위해 주칠이 장식됐다.

보석함을 만들기 위해 훼손된 다섯 장의 목판은 모두 조선 후기 방각본(坊刻本)한글 소설을 인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이번에 처음 나온 3장을 비롯해 희귀 자료들로 평가받는다.

방각본에 조예가 깊은 전북대 국어국문학과 이태영 교수는 "19세기 한글소설 출판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되는 완판본 한글고전소설의 목판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며 "완판본 한글고전소설 목판 500여 점이 1940년 서울로 올라간 이후, 6.25 때 불에 타 사라진 것으로 보고 있으나, 이번 보석함의 사례를 통해 일부가 일본인들이 손에 넘어가 일본으로 흘러간 것을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완판본 목판의 유통 경로를 확인하는 것과 동시에 일본에 의해 문화재가 훼손된 장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문화재 보존을 위해 교육적으로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가치를 평가했다.

'보석함 뚜껑 완판본 소대성전22'.
'보석함 뚜껑 완판본 소대성전22'.

이번에 공개되는 유물들은 평창동계올림픽성공을 기원하는 2017년 문화재청 생생문화재사업으로 고판화박물관에서 진행하는 제8차 원주 세계고판화문화제 특별전을 통해 시민들에게 10월 27일부터 2018년 2월까지 공개될 예정이다.

한선학 고판화박물관 관장은 "동양 명품고판화특별전을 통해, 훼손되기 쉬운 목판의 특징과 보존에 대해 한·중·일·베트남·대만 학자들의 국제 학술대회도 열릴 예정이며, 각국의 전통고판화시연회도 열려 세계적인 동양 고판화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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