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록, 수묵으로 그린 욕망의 풍경
장재록, 수묵으로 그린 욕망의 풍경
  • 진오성
  • 승인 2017.11.27 16: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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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왕진오 기자] 세오갤러리의 2008년 다섯 번째 영아티스트인 장재록은 먹의 농담을 화려하게 구사하며 전통 수묵화를 현대인의 가장 대표적이고 화려한 욕망의 대상인 자동차와 샹들리에라는 물성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장재록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장재록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2008년 8월 7일부터 21일까지 진행한 전시에 선보인 작품을 보면 언뜻 광고의 한 장면처럼 화면을 압도하는 자동차가  화면 가득 등장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것은 천 위에 전통 수묵기법을 그대로 살린 수묵화이다.

작가 자신이 강렬히 소유하고 싶은 욕망의 대상인 자동차 시리즈를 시작으로, 화려하게 빛나는 인공의 빛이 번뜩이는 샹들리에는 인간의 정신성을 감춘 채 그들이 생산한 물질에 지배되어 살아가는 현대인의 욕망 그 자체를 대변하고 있다.


그가 자동차와 샹들리에라는 화려한 욕망의 대표적인 물성과 그 오브제의 외관에 비친 외부풍경을 함께 그려내어 보여주는 이 시대의 삶은  평범한 골목길이나 한적한 눈 덮인 길 한가운데 서 있는 검은 아우디 스포츠카는 일상 풍경과 극한 대조를 만들며 화려한 모습을 보여준다.

상반된 이미지의 혼합으로 이루어낸 초현실의 느낌

장재록은 자동차나 샹들리에가 확대된 하나의 사물로서 눈에 보이는 비춰진 풍경과 비가시적 형태를 동시에 보여주며 현실을 넘나드는 욕망과 정신성을 함께 탐구하고 있다.

장재록, 'ANOTHER LANDSCAPE'. 180x122cm, 천에 먹 아크릴, 2008.
장재록, 'ANOTHER LANDSCAPE'. 180x122cm, 천에 먹 아크릴, 2008.

그는 정신적으로 추구 해야 할 부분은 숨겨놓거나 비중을 적게 가지며 인간이 생산한 물질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그 가운데 살고 있는 현대인의 욕망 그 자체를 그린 것이다. 그리고 대담한 검은 터치와 다양한 농담의 선들이 만들어낸 흑백 톤의 풍경은 그 어느 색채로 묘사한 작품보다 화려하다.

장재록은 정신적이며 형이상학적인 것을 추구하는 동양화에서 문명이 지배하는 현실의 삶을 그리고자 한다. 그는 자신을 벗어나 관조하는 방식보다는 자신을 파헤치며 들여다보면서 세계를 접근하려는 것이다. 자동차외관에 반영된 자연이나 샹들리에 비친 빛은 사유의 부분이다. 그 반영은 우리는 물질의 세계에서 거리를 두며 자연을 비롯한 타자에 심층적으로 접근하게 되는 부분이다.   

물성과 자연은 서로 소통되지 않는 부분이지만 장재록의 작업에서는 자연스럽게 공존 된다. 그리고 자연과 물성의 접목과 함께 동양화의 수묵농담에 대한 지속적인 실험적 탐구를 하는 장재록의 작업은  동양화를 현대화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 하는 것으로 기대 되고 있다.

장재록, 'ANOTHER LANDSCAPE'. 180x122cm, 천에 먹, 아크릴, 2008.
장재록, 'ANOTHER LANDSCAPE'. 180x122cm, 천에 먹, 아크릴, 2008.

또,다른 풍경 속으로…

그는 전통을 계승하고 보존하는 것이 자신의  첫 번째 의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발전시키고 대중들에게 보다 친숙하게 다가가는 것 역시 그의 첫 번째 의무가 되어야 한다. 동양화(한국화)의 뛰어난 미적 표현과 깊이 감을 언제나 고집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도 봐주지 않는 그림을 그리는 것 보다는 모두가 함께 공유하고 대화 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면서 새로운 것을 찾아가려는 노력이 미술 뿐만이 아니라 예술 전반에 있어서 두드러진 특징이 아닐 수 없는 현실에서  우리만의 훈훈한 멋을 이어 가려는 의지는 퇴색되지 않았으면 한다.

장재록, 'ANOTHER LANDSCAPE'.227.5x140cm, 천에 먹, 아크릴, 2008.
장재록, 'ANOTHER LANDSCAPE'.227.5x140cm, 천에 먹, 아크릴, 2008.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한한 에너지가 보는 이의 마음속에 전해지는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려는 그의 의지를 통해 가끔은 도심을 벗어나 여유를 갈망하는 현대인들에게 특별히 시간을 내지 않고도, 이동할 필요도 없이 지금 당신이 서있는 그곳에서 달콤한 여유를 맛볼 수 있었으면 한다.

마음의 여유는 환경이 주는 공간이라기보다는 마음에서 만들어 지는 공간임을, 그가 그려내는 소박한 시도가 대중들의 삶에 또 다른 활력소가 되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작가 장재록은 2005년 개인전 이후 ANOTHER LANDSCAPE 라는 주제로 예술의 전당과 인사아트센터에서 개인전을 진행했으며, 2006년 한국화 만남과 교류전,2007년 한중현대미술교류전,2008년 튀는 상상력 수묵의 신언어전 등의 기획 전시를 통해 그만의 감성을 표출하고 있다. 2006년 경향하우징 아트페어 대상,단원미술대전 특선과 2007년에는 단원미술대전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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