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광식 "기억을 뚜렷하게 남기려 수십 차례 붓질이 갔죠"
안광식 "기억을 뚜렷하게 남기려 수십 차례 붓질이 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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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0.16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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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왕진오 기자] 누구나 그러하듯이 화가에게 기억을 떠올리고 저장하는 공간은 바로 캔버스일 것이다. 특히 어린 시절의 애틋함을 드러내기 위해서 종종 등장하는 몽환적인 아스라함은 마음 속 감정을 깊은 곳까지 인도하게 된다.

'전시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안광식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전시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안광식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이름 없는 들풀이나 꽃들을 마치 일기처럼 매일 매일 담아내는 과정의 작업을 펼쳐는 작가 안광식(45)이 8월 30일부터 종로구 인사동 선화랑(대표 원혜경)에서 25회째 개인전 '네이처-다이어리(Nature-diary)'를 진행한다.

안 작가는 2015년 선화랑이 매 해 연초에 유망한 작가를 선보이는 '예감'전을 통해 화랑가에 소개된 작가이다. 당시 작가의 작업은 일상에서 볼 수 없는 풍경, 자신을 되돌아보며 기억을 바탕으로 표현하면서 뚜렷하지 않으면서, 흐릿한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웠다.

안광식 작가는 "700여일 전에 보여드린 것과 달리 이번 전시에는 한국적인 정서에서 보이는 동양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서양화의 돌출하는 표현보다는 동양화에서 볼 수 있는 스며드는 '음'의 표현을 선보이려 했다"며 기억이라는 맥락에서 흐려지고 지워지면서 남는 자국들을 온전히 표현하기 위해 50여 차례의 반복적인 붓질을 통해 두껍지는 않지만 깊이감이 있는 느낌을 살려봤다"고 전했다.

안광식, 'Nature-diary'.  72.7 X 60.6cm,  oil,stone powder on canvas, 2017.
안광식, 'Nature-diary'. 72.7 X 60.6cm, oil,stone powder on canvas, 2017.

그의 작업에 등장하는 꽃은 기억 속의 꽃들이다. 대부분의 관람객들이 크고 화려한 것에 눈길을 줄 때, 작가는 오히려 작고 이름 없고 잊히는 것을 기억해보려는 노력이 우선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화면 속 항아리에 함께한 꽃들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잔잔하고 애잔하면서도 연민이 느껴지는 아우라를 드러낸다.

안 작가는 "동양화처럼 스며들고 자꾸 쌓아서 스밈에 대한 것을 보여주려 했죠. 10장의 한지가 쌓이듯이 색을 칠하고 스톤파우더로 지우고 다시 붓질을 할 때마다 제가 가진 마음을 버리는 것 같은 감성을 같게 됐다"며 "내 몸 속에 살아 꿈틀거리는 DNA에 동양화 감성을 지울 수 없었는지, 드리핑을 통해 그려진 화면이 마치 한지의 스미고 번지는 것 같은 느낌을 표현해 채우는 것이 아닌 지워서 비워 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풍경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실재와 기억, 그래서 몽환적인 경계가 사라지고 관람객의 감각을 통해 바라보는 시점에서, 화병시리즈에서는 사색적인 풍경을 실내로 끌어드려 더욱더 대범하고 관조적인 모습으로 기억을 끄집어 낼 수 있다.

초현실주의적인 풍경에서 항아리가 등장하는 작업의 변화는 작가 안광식이 세상에 다시 한 번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 위한 변신의 일환이다.

빛에 의해 반짝거리는 물결을 선보였던 전작이 몽환적이라면, 이번 항아리가 함께한 정물은 정물화에서는 좀처럼 사용하지 않는 정면구도를 통해 관람객과 정면으로 대치할 수 있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안광식, 'Nature-Memory'. 100.0 X 50.0cm, oil on canvas, 2016.
안광식, 'Nature-Memory'. 100.0 X 50.0cm, oil on canvas, 2016.

안 작가는 "한 가지 트렌드가 잡히면 그것만을 지속하는 것이 아닌, 내가 만들어낸 이미지가 임팩트 있는 작품으로 받아들이게끔 지속적인 변화를 추구할 것입니다. 인생의 굴곡을 거치면서 삶의 나이테가 한 줄 한 줄 쌓이듯이 작품의 모습도 조금씩 실험적으로 변신을 꾀하고 싶다"고 말한다.

하루 10시간 이상 캔버스와 마주하고 작업을 하고 있다는 작가는 "저의 삶이 고스란히 작품 속에 담기게 되는 과정을 거친 것 같네요"라는 안 작가는 하루 10시간 이상 캔버스와 마주하고 화면을 채우고 있다.

그가 전시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유년시절의 아스라한 기억들을 잊지 말고 영원히 아득한 자연의 향기를 머금고 세상에 전달되기를 희망한다. 전시는 9월 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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