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영, 한지를 통한 현대 사회의 정서적 치유
전광영, 한지를 통한 현대 사회의 정서적 치유
  • 진오성
  • 승인 2017.11.28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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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질감과 공간 개념을 선보인 우주적 결과

[아트인포=진오성 기자] 동양적 미니멀리즘이라고 평가 받는 집합 시리즈는 모두 한지로 싼 삼각형모양의 조각들을 한지를 꼬아 만든 끈으로 묶어 캔버스에 차곡차곡 붙여 만든 추상화로 고서의 한지를 자르는 것부터 종이를 꼬고, 또 삼각형을 싸고 하는 과정을 거쳐 화면에 집적되기까지 엄청난 노동력과 손실을 거쳐야 한다.

'전광영 작가'.
'전광영 작가'.

100호 짜리 작품 하나에 약 7000개의 한지 조각이 들어가며 삼각형의 스티로폼을 한지에 싸서 붙이는 과정에서 최소 2만 번 이상의 손길이 간다.

그의 작품 속에 집적되는 각각의 삼각형 모양의 오브제 조각들은 작가가 어릴 때 보았던 큰 아버지의 한약방 천정에 매달려 있던 약봉지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작가는 자신의 집합 시리즈 작품에 대해 “서양의 문화가 박스문화라면 우리의 문화는 보자기 문화예요.” 즉, 한국 전통의 보자기 문화가 한지로 싸놓은 삼각형 하나에 집약된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작품의 주재료인 한지는 보통의 한지가 아니라 오랜 고서가 사용되는데, 작가가 굳이 고서를 고집하는 이유는 2천 년이라는 전통과 역사, 그리고 우리민족의 애환과 혼이 깃든 것이기 때문이다.

전광영, 'Aggregation 08-N043'. 229cm x 183cm Mixed Media with Korean Mulberry paper.
전광영, 'Aggregation 08-N043'. 229cm x 183cm Mixed Media with Korean Mulberry paper.

우리의 할아버지, 또 그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보던 책장 하나하나에 무수히 쌓인 지문과 흔적들이 쌓인 고서의 책장 한 장, 한 장은 작가의 손을 빌어 그 오랜 세월의 전통과 정신을 그의 화면 속에 고스란히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작가는 오래된 시간의 흔적인 고서를 사용하고 작은 삼각형과 사각형의 입방체들을 화면 가득히 붙임으로써 사각 평면에 무한의 시간과 공간을 담아낸다.

무채색의 화면에 작은 면들이 엄격한 기하학적 구조물처럼 긴밀하게 짜여있는 느낌을 주는 그의 작품들은 미니멀한 평면 작품이면서도 외부 조명에 의한 그림자 효과 때문에 강한 입체성을 띤다.

 인간문명이 가능성과 희망의 메시지

전통적인 한지를 소재로 한 현대적인 작품으로 국내외적으로 잘 알려진 전광영의 해외 전시가 지속되고 있다 .2월14일부터 3월15일까지 일본 도쿄모리아트센터를 필두로 월드투어 일정으로 한국 현대 미술의 위상을 일본을 비롯한 전세계에 알리는 중요성을 가지고 진행 중이다.

전광영,  'Aggregation 08-OC034RED'.  200cm x 293cm, Mixed Media with Korean Mulberry.
전광영, 'Aggregation 08-OC034RED'. 200cm x 293cm, Mixed Media with Korean Mulberry.

뉴욕타임스는 08’ 12월 28일자로 '특이한 공간에 완벽한 형태'라는 제목의 전시 리뷰 기사를 통해 얼드리치 현대미술관 초대로 현지 전시 중인 전광영의 3m 높이 입체 작품인 '집합 08-AU022'를 조명했다.

뉴욕타임스는 이 기사를 통해 "얼드리치 현대미술관 뒤쪽의 전시공간은 벽의 폭보다 높이가 더 길쭉한 특이한 구조인데 이번에 딱 맞는 작품을 찾았다"며 "이 작품은 뉴욕 미술계에서도 잘 알려진 한국 작가 전광영의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뉴욕타임스는 "이 작품은 멀리서 보면 생명체 같은 인상을 주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고밀도의 대도시 같다"면서 "관람객들이 생명체인지 혹은 무생물인지 잠시 혼동을 느낄 만큼 자연과 문화 사이의 긴장감이 있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시간의 흐름을 떠올리게 한다"고도 평했다. 특히 뉴욕타임스는 "인스턴트 시대에 너무나 자주 간과되는 위대한 예술의 근본을 느끼게 한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전광영, 'Aggregation06-MY020'. 290cmx210cmx175cm, Mixed Media with Korean Mulberry Paper, 2006.
전광영, 'Aggregation06-MY020'. 290cmx210cmx175cm, Mixed Media with Korean Mulberry Paper, 2006.

시간과 함께 진화해온 그의 작품 성향이 그의 작업의 역사에 획을 더해가고 있다. 지난 작업에서 보여준 인류 문명의 쓸쓸함을 상징하는 모노톤 위주의 ‘집합 시리즈’ 작업을 거쳐 이제는 화면에 푸른 혹은 빨간 웅덩이 모양을 만들어 넣고 있는데,”창문을 통해 보이는 푸른 창공을 연상 시킴으로써 인간 문명의 가능성과 희망을 표현하려 했다”는 그의 설명으로 작품에 대한 이해를 일소하게 된다.

작가 전광영은  홍익대학교 졸업후  필라델피아 예술대학원에의  학업후 66년 신상회공모전특선,67년 한국현대작가전특선,68년 제17회 대한민국국전입선,69년제18회 대한민국 국전 특선,74년 제27회 첼튼헴 현대미술작품상은상의 수상 경력을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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