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남겨진 이야기’....박현신 “자투리천에서 소중함 발견”
‘옷, 남겨진 이야기’....박현신 “자투리천에서 소중함 발견”
  • 왕진오
  • 승인 2017.11.28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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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왕진오 기자] 멋진 옷을 만들기 위해 한 땀 한 땀 손바느질로 오랜 시간 완성된 원단이 디자이너의 작품을 위해 잘리고 염색이 되어 아름답게 변신한다.

'박현신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박현신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하지만 옷의 크기와 디자인에 따라 숙명적으로 잘려져 나가는 자투리 천의 소중함을 아는 이가 얼마나 있을까? 작가 박현신(덕성여대 교수)이 옷을 만들고 난 후 되돌아본 작업실에 쌓여있는 자투리 천과 레이스에 인체라는 오브제를 활용해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다.

캔버스라는 무대에 왜곡된 인체와 곡선을 활용하고 여기에 레이스와 자투리 천을 얹은 후에 수차례 붓질로 시간의 흐름을 차곡차곡 쌓아 올렸다.

그 결과물을 11월 28일부터 서울 성북구 아트스페이스 H 에 '옷, 남겨진 이야기'라는 타이틀의 개인전을 통해서 세상과 만남의 시간을 갖는다.

박 작가는 "작업실 쌓여있는 레이스를 본 후 버려지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들게 됐죠. 모아놓은 것을 갖고 그림을 그려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인체 모양을 오린 후 그림을 덧입혀 새로운 작업으로 부활시켜봤다"고 설명했다.

또한 "자투리 천에 그림으로 이야기를 나눠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흐르는 물감의 효과와 함께 나이프로 화면을 긁고 레이어를 쌓아보니 시간의 궤적을 드러내 보이는 것 같아요. 여기에 자연스러운 것이 투박해 보여 버려진 레이스와 잘 맞아 떨어지는 것 같았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박현신 작가 전시 작품'.
'박현신 작가 전시 작품'.

한복을 만드는 집에서 본 남은 천들의 색감에 매료된 박 작가는 천이 수북이 쌓여져도 은은히 배어나오는 색감의 느낌이 다른 미감보다도 더욱 생생하다고 전한다.

그래서일까 작가는 다음 작업에는 근육질의 인체를 볼 수 있는 발레리노나 과장되고 왜곡된 인체를 활용해서 작업을 넓혀 보고 싶어 한다.

박현신 작가는 "옷감이나 반려동물 그리고 살아가면서 함께했던 모든 것들이 버려지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말한다. 이는 필요에 의해 자신이 소유하다가 쓸모가 없어지면 쉽게 버리는 세태에 대한 또 다른 경종이 아닐까 한다. 전시는 12월 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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