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균의 그림 이야기] '심심하게 쓴 아트 토크 5'
[권도균의 그림 이야기] '심심하게 쓴 아트 토크 5'
  • 권도균
  • 승인 2017.11.29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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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아트스페이스 H] 지난 주에는 각기 다른 네 곳의 장소에서 아트 페어가 열렸다. 일산의 킨텍스, 대전의 무역 전시관, 강남의 도산공원, 코엑스의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어떻게 같은 기간에 네 개의 아트 페어가 동시에 열렸는지, 그것도 미술계 비수기인 11월 하순에 말이다. 무척 신기할 따름이다.​

'아트바젤 홍콩이 열린 홍콩전시컨벤션센터'.(사진=왕진오 기자)
'아트바젤 홍콩이 열린 홍콩전시컨벤션센터'.(사진=왕진오 기자)

미술 경기가 위축되어 있는데도, 아트 페어 숫자는 오히려 증가하는 기현상이 펼쳐진다. 독특함과 특별함이 없는 비슷 비슷한 아트 페어만 계속 생기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 글을 쓰는 중에도 이번 주에 열리는 모 아트 페어에 구경 와달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그렇다면 왜 아트 페어 숫자가 해마다 늘어가고 있는 것일까? 예술 작품 판매가 지지부진하니, 아트 페어 부스 판매라도 하려는 소수의 미술 관계자들의 숨은 속내 탓일지도 모른다. 경영이 힘든 중소 갤러리들과 젊은 작가들이 아트 페어 주최 측의 단골 고객이다.​

가뜩이나 주머니가 넉넉하지 않은 갤러리스트들과 작가들의 쌈짓돈만 걷어가는 형국이 되어 가는 듯해서 씁쓸할 따름이다. 아무리 컬렉터의 지갑을 다양한 방법으로 공략해봤자, 우리나라 컬렉터 숫자가 워낙 적기 때문에, 일 년에 판매되는 작품 수는 다른 문화 선진국들과 비교해서 턱없이 적은 숫자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아트 페어는 1979년에 시작된 화랑미술제다. 화랑미술제는 한국화랑협회에서 회원들의 친목도모를 위해 만든 아트 페어라서, 화랑협회 회원 화랑들만 참가를 할 수 있다. 국제 아트 페어로는 2002년에 출범한 KIAF(한국국제아트페어)다. 키아프는 아시아 최초로 글로벌 아트 페어를 표방하면서 시작했다.​

키아프 보다 앞서 만들어진 국제 아트 페어가 하나 있긴 하다. 바로 김영석 대표 개인이 1995년에 만든 마니프다. 마니프 서울 국제 아트 페어는 올해로 23회째 지속되어 오고 있다. 마니프와 키아프에는 차이가 있다. 마니프는 작가 중심이고, 키아프는 화랑 중심이다. 23회 전통의 마니프와 16회 전통의 키아프는 올해로 4회에 불과한 아트 바젤 홍콩에게 아시아 최고의 아트 페어 자리를 아주 손쉽게 물려주게 된다.​

아트 바젤 홍콩은 어떻게 홍콩에 뿌리를 내린 것일까? 아트 바젤은 스위스 바젤에서 활동하는 갤러리스트들의 주도 하에 1970년 6월 시작되었다고 한다. 아트 바젤 팀은 2002년에 미국 플로리다 주의 휴양도시인 마이매미비치에서 새로운 실험을 한다. 바로 2002년 12월에 시작된 아트 바젤 인 마이애미비치다. 아트 바젤은 미국에서도 성공을 거둔다.

2013년 아트 바젤 팀은 나날이 커지는 중국 미술 시장을 겨냥해서 홍콩으로 눈을 돌린다. 아트 바젤 팀이 호시탐탐 눈독을 들이던 홍콩에는 이미 2008년부터 시작한 아트 홍콩이 있었다.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던 아트 홍콩은 2012년 5회까지 지속되다가 결국 멈춘다. 혹시 2013년 3월에 시작된 아트 바젤 홍콩으로 흡수된 것은 아닐까?

아트 바젤의 브랜드를 입힌 아트 바젤 홍콩의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 아트 바젤이라는 브랜드의 힘일까? 브랜드가 보여주는 질적인 힘이라고 생각한다. 오랜 역사를 통한 축적된 경험에서 나오는 노하우와 일정한 질적 수준을 유지하려는 노력에서 나오는 힘일 것이다. 아트 바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갤러리와 작가에 대한 철저한 참가 심사에 있다고 생각한다.​

아트 페어의 수준은 참여 화랑의 작품성, 전시장의 시각적 효과, 홍보와 마케팅 그리고 컬렉터 초청일 것이다. 이 모든 요소들을 두루 잘 갖춘 것이 성공의 비결인 듯하다. 홍콩에 가서 직접 보게 되면, 이런 생각이 맞는지, 또 다른 비밀이 숨겨져 있는지 알 수 있게 될 것 같다. 홍콩 아트 바젤 현장의 이야기는 홍콩에 직접 가서 눈으로 보고 쓰려고 한다. 그렇다면 키아프 몰락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일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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