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너머의 꿈, 사진가 김영갑
지평선 너머의 꿈, 사진가 김영갑
  • 진오성
  • 승인 2017.11.30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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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진오성 기자] 제주도를 사랑해, 제주도의 바람이 된 故김영갑 작가가 담아낸 제주도의 이미지들이 그의 사후 처음으로 서울 충무갤러리에서 2009년 5월 14일부터 7월 19일까지 공개된다.

'사진가 김영갑'.
'사진가 김영갑'.

그는 1985년 제주도에 정착해 2005년 루게릭병으로 사망하기 전까지 20여년 동안 제주도의 자연을 사진으로 담는데 생의 모든 열정과 영혼을바쳤다.

작가 김영갑 스스로 “흙으로 돌아갈 줄을 아는 생명은 자기 몫의 삶에 열심 이다. 만가지 생명이 씨줄로 날줄로 어우러진 세상은 참으로 아름답다. 천국보다 아름다운 세상에 살면서도 사람들은 또 다른 이어도를 꿈꾸며 살아갈 것이다.” 라고 생전에 이야기 하였을 정도로 삶의 대한 희구가 강렬 했다.

제주도의 바람이 되어 초원을 떠돌며 자연을 담아

김영갑은 끼니 채울 돈으로 필름을 사고 들판의 당근과 고구마로 허기를 달래야 했을 만큼 물질적으로 부족했다. 그렇지만, 제주도의 자연을 자신의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기에 마치 해탈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 끊임없이 수행하는 고독한 수도승처럼 제주도의 곳곳을 누비며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김영갑 작'.
'김영갑 작'.

매 계절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제주도의 자연을 김영갑은 ‘삽시간의 황홀’이라고 표현했는데, 이는 새벽녘 오롯이 들판에 서있는 나무와 황홀하게 피어 오르는 구름,원시적 건강함을 보이는 오름, 사나운 바람에도 눕지 않는 억새 등 제주도의 자연은 작가에게 온갖 시련을 이겨내고 죽음과 맞설 수 있었던 신앙과 같은 존재였다. 

찰나의 순간은 참고 기다리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운명 같은 우연이기에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사진으로 담아내기 위하여 제주도의 중산간 지대 곳곳을 누비며 쉼 없이 오르내렸다고 한다. 이처럼, 보는 자연과 몸으로 겪는 자연이 다르듯이 그는 스스로 체험한 자연을 자신의 영혼과 함께 필름에 새겨 넣었던 것이다. 

여백이 있는 자연의 정중동(靜中動)의 미학

김영갑의 사진은 정형화된 회화적 구도가 아닌 화면 중간을 과감하게 가로지르는 수평구도를 특징으로 한다. 이는 제주도의 광활한 지평선을 가장 아름답게 담아 낼 수 있는 그 만의 선택이었던 것이다.

'김영갑 작'.
'김영갑 작'.

특히, 파노라마 사진을 통해 하늘과 땅의 경계에 있는 나무나 오름 등의 주제를 더욱 더 부각 시키면서 작가의 촬영 기법의 정점을 이루게 된다. 그의 사진의 또 하나의 특징은 색책,형태, 구성의 단순화이다.

조형적으로 절제된 화면 구성은 단조로움을 불러 올 수 있으나, 그가 만들어낸 사진에는 단순화로 인한 단조로움을 찾아보기 어려운데, 이것은 주제에 따른 빛의 조절을 그의 작품에 담아 내었기 때문일 것이다.

때로는 밝게, 때로는 어둡고 무겁게 주제에 따라 빛의 양과 그에 따른 음영(陰影)을 조절 하면서 소재들 간에는 미묘한 조화가 만들어 지고, 작가의 의도는 더욱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와 같이 김영갑 사진에서 수평 구도와 주제의 단순화는 여백을 만든다. 여백의 의미는 쉼(休)이다. 논리적 설명으로 만들어진 공간이 아니라, 공기가  흐르는 호흡의 공간이다.

'김영갑 작'.
'김영갑 작'.

자연을 구성하는 사소한 요소들이 나름의 생존 의미를 부여 받고, 아름다워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즉 조용한 가운데서도 자연이 속삭이는 움직임이 느껴 지는 정중동 미학이 그의 사진에 담겨 있게 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 인 것이다.

48년 짧은 생을 살았던 김영갑이 카메라 앵글을 통해 바라 본 세상은 여전히 남아 우리들의 마음의 아로 새겨 지고 있다. 특히나 그가 자연스러움이 남아 있는 ‘용눈이 오름’ 일대에서 담아낸 작품을 유난히 좋아 했다고 한다. 하늘과 땅 사이에서 존재하면서 수만 가지 운명의 길을 가느라 분주한 우리의 일상에 그는 잃어버린 지평선 너머의 꿈을 찾아 주는 이상을 보여 주고 있다.

또 다른 이어도를 꿈꾸며 제주도의 바람이 된 작가

이번 전시는 작가가 작업을 하면서 자기 자신을 유추하며, 정리하는 과업의 여정으로 생전에 전시를 진행 하면서 작품에 따라 액자의 구성 까지도 섬세히 챙겼던 그의 열정을 그의 후계자 역할을 하는 두모악 갤러리 박훈일 관장의 지휘로 진행이 된다.

'김영갑 작'.
'김영갑 작'.

작가의 작품은 아직도 제주도 두모악에 자리잡은 그의 작업실이자, 그의 전시 공간에 수 만장에 추정 되는 작품 필름이 남아 있다고 한다. 전시를 진행하면서 그의 영혼과 삶의 흔적이 담긴 아나로그 필름들은 디지털 스캔 작업과 함께 중성화일 작업을 거치며 그의 궤적의 성과를 기록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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