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엄태정, '쇠, 그 부름과 일'
조각가 엄태정, '쇠, 그 부름과 일'
  • 진오성
  • 승인 2017.11.30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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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진오성 기자] 현대 추상조각이 아버지라 일컫는 루마니아 조각가 브랑쿠지의 작품 세계에 감동하여 평생 추상 조각을 하리라 결심한 조각가 엄태정 12년만에 국내에서 조각 40년을 정리하며 그가 새롭게 구현하는 드로잉을 통한 점의 완성을 보여주는 작품을 2009년 6월28일까지 성곡미술관에서 선보인다.

'조각가 엄태정'.(사진=왕진오 기자)
'조각가 엄태정'.(사진=왕진오 기자)

1967년 제16회 국전에서 철 용접 기법으로 제작된 ‘절규’가 국무총리상을 수상하면서 엄태정은 금속을 자유롭게 다루기 보다는 직공인과 같은 자세로 오랫동안 인내하며 기술을 체득했다.

용접 기술을 통해 금속을 녹이고,자르고, 붙이며 다양한 형태를 만들어냈다. 재료 자체의 질적인 노출을 통해 조형의 기능성을 찾으려 했다는 점에서 그를 우리 시대의 진정한 모더니스트로 규정 할 수 있다.

시간과 공간의 美_쇠는 경외로운 내집

작가 엄태정은 예술의 본질로 시공간에 대한 새로운 정립을 통해 자신의 작업 세계를 구축하였다 한다. 이 공간에서 아름다운 시처럼 살아가고 싶어하는 그는, 단순하고 자연 스러운 모양으로 마치 기학학적으로 보여지는 작품을 통해 쇠가 부르는 것과 같은 영감을 펼쳐내고 있다.

엄태정, 'Ridge-See'. 7x61x36cm, Copper, 1979.
엄태정, 'Ridge-See'. 7x61x36cm, Copper, 1979.

엄 작가가 이야기 하는 시공간은 조각이자 삶이라 이야기 하는데, 시간은 지나가는 순리의 연속이지만, 생활에 진정성이 없는 공간은 존재하지 못한다. 그럼으로 시공간은 동시에 존재한다는 작가의 지론으로 자신만의 미를 추구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쇠가 가진 물성을 배제 하지 않고 절단면 마저도 자연스럽게 보여주어 시간의 흐름과 함께 쇠가 지닌 존재적 구조 공간성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 금속은 아름다운 물성을 지녔어요, 경외로운 내집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죠.”

1970년대를 거치며 그는 기하학적인 모더니즘 경향을 보이고,1990년대에는 ‘청동+기+시대’연작에서 처럼 물성과 사물, 시간과 공간을 논리적인 조형 언어로 풀어냈다. ‘예술의 본질에 대한 고민 끝에 시간과 공간이 아름다움 세계를 추구하게 됐다”는 그는 2000년 이후 항공기 재료로 쓰이는 알루미늄 합금인 두랄루민을 작업의 주요 소재로 사용하고 있다.

'엄태정, '절규'..
'엄태정, '절규'..

조형 속에 담긴 하늘,땅, 인간의 조화

집적을 통한 점의 완성인 점 드로잉과 함께 이번 전시에서는 시각적 옵티컬을 구체화 한 자신의 드로잉 작업과 함께 평면 회화 작업도 같이 선을 보이고 있다.

그는 최근의 예술이 경향에 대해 “ 개념의 문제인 현대 미술에서 보면 많은 작가들이 독자성을 버리고 대중성을 추구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이는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지 못한 체 창작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속박이라고 비견하여 이야기 했다.

그는 이번 전시 ‘쇠, 그 부름과 일’이라는 전시 제목 처럼 40여년간을 쇠와 함께 해온 여정을 새로운 방법으로 전환하려 철이나 돌처럼 물성이 강한 물질들 대신 성질이 온순하고 부드러우며 차지도 않으며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아 비교적 중성적인 느낌의 알루미늄을 선택했다. 그는 이를 통해 욕심을 버린 ‘순수한 조각적 사고’를 조형화 하고자 한다.

오늘날 우리는 늘 새로운 자극을 찾아 헤맨다. 또한 작품을 볼 때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기예 보다는 아이디어의 오리지널리티가 더 중심이 되는 경향도 없지 않다.

엄태정, 'Untitled 8'. 250x110x31cm, Alumiunm, Steel, 2008.
엄태정, 'Untitled 8'. 250x110x31cm, Alumiunm, Steel, 2008.

이에 부흥하듯 미술계에서는 새롭고 다양한 매체들이 활발히 활용되며 현 시대의 감성과 발랄한 유행을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포스트모던적인 분위기 속에서 한 예술가의 삶과 정신이 깃든 무거운 금속 조각은 대중의 흥미와 호기심을 단번에 끌기 힘들지도 모른다.


아주 잘 단련된 인간의 솜씨를 가진 엄태정은 이러한 고전적 예술가의 덕목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질료가 가지는 고유한 물성을 드러내면서 인간과 물질의 관계를 성찰한 모더니스트다.

다채롭고 변화 무쌍한 문화에 젖은 오는, 예술의 의미와 예술가의 자세에 대해 제고하는 의미에서 모더니즘의 화석처럼 견고하고 고집스러운 엄태정의 조각이 설 자리를 다시금 마련해야 한다.

존재 하는 모든 것에는 유한이라는 수식어가 내재되어 있다고 한다. 살아 있는 것이든, 생명이 없는 것이든 우주 속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생성과 소멸이라는 큰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우리 삶 가까이에 변치 않는 것, 영원할 수 있는 것이 한가지 있다면 그것이 바로 예술일 것이다. 

다양한 금속 재료들을 통한 그 표현의 풍부함이 엄태정 작가의 예술 세계의 유연성을 더함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작업을 통해 잃어버린 현대인의 물질적 꿈이 되살아 나길 염원하는 시간으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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