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병우, '빛과 선의 회화적 풍경 사진'
배병우, '빛과 선의 회화적 풍경 사진'
  • 왕진오
  • 승인 2017.12.0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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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왕진오 기자] “사진은 현대의 붓이다. 문제는 그 붓으로 무엇을 그리는가 하는 것이다. 카메라 기술만 좋다고 모두 다 사진가는 아니다. 나는 예술가이지 사진가가 아니다. 사진은 내가 가지고 있는 감성을 표현하는 도구일 뿐 이다.”

덕수궁미술관 개인전 당시 배병우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덕수궁미술관 개인전 당시 배병우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소나무 사진으로 유명한 작가 배병우는 자신이 바라보는 소나무와 자연은 새로운 것이 아닌 자신이 살아온 생활의 반영이라 말한다.  소나무 와 더불어 꽃과 숲, 바다, 바위, 오름 등 그의 작품에는 천연의 향이 배어 나오는 듯한 자연스러움이 가득하다.

인공적인 자연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정직하게 포착하는 그의 작업에는 빛과 선을 중심으로  한국에 있는 전통과 문화를 자신의 사진으로 담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심도 있게 담겨져 있다.

자연의 다큐멘터리를 그려내는 사진가

그가 담아내는 작품 속에는 사람과 동물에 관심이 없는 작가의 의도가 여실히 드러나 있다. 이에 대해 배병우는 “연출적인 면이 강하다” 는 것이 이유이다.

배병우, 'ahbr1a-133hc'. 153 x 275cm, C-프린트, 2007.
배병우, 'ahbr1a-133hc'. 153 x 275cm, C-프린트, 2007.

“사람을 다루는 것은 나에게는 어렵다. 다큐멘터리는 흥미가 없고, 일견 자신의 작품은 자연의 다큐멘터리라고 볼 수 있다.” 카메라 앵글에 순간적으로 포착한 자연을 '미완성' 이라고 스스로 규정을 한다. 이는 그가 대상을 관찰하고 카메라를 설치하고 시간의 기다림을 통해 자연의 변화되는 과정을 담기 때문에 촬영에 시간적인 요소가 더욱 강하게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사진가 배병우는 사진을 누구에게 특별히 배우지 않았다고 한다. 귀동냥으로 스스로 독학을 해 쌓아온 현장감이라고 한다. 70년대 당시 “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사진 관련 책자들이 자신에게는 가장 훌륭한 교본이었는데, 일본어 책들은 자신의 취향이 아니라고“한다.

배병우, 'sea1a-035h'.C-프린트, 181x306cm, 2007.
배병우, 'sea1a-035h'.C-프린트, 181x306cm, 2007.

어린 시절 3세 때부터 바라보던 풍경을 58세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는 작가는 삶 속에서 나오는 주제를 담아낸 것이라 한다. 자신이 바라보는 소나무와 자연은 “새로운 것이 아닌, 자신이 살아온 생활의 반영이다” 이는 최근 젊은이들이 담아내고 있는 오늘날의 모습 처럼 관점과 생활상의 차이라며 대상과 친숙한 것을 담아내는 것이 사진가의 몫이라고 이야기 한다.

배병우가 사진에 있어서 정신적 멘토로 삼고 있는 사람은 헝가리 출신의 미국 화가 겸 사진가 나즐로 모홀나기(1895-1946)이다. “ 모홀리나기는 사진은 빛 그림이고, 카메라는 연필이라고 했다. 너무나도 가슴에 와 닿은 문구이다.”   “그래서 나는 카메라로 그림을 그린다” 라고 이야기 한다.  또한,  초등학교 시절 그림 잘 그리는 아이였던 작가는 고 1때부터 카메라를 잡았으며 대학교 1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진 작업을 시작 하였다고 한다.

그의 ‘소나무’ 작품이 세상에 넓고 확고히 알려진 것은 2005년 당시 2700만원에 팝스타 엘턴존이 구입을 하면서부터 였다. 올해 6월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워싱턴 한미 정상 회담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배병우의 소나무 사진집을 선물하면서 더욱 공고히 된 상태이다.

배병우, 'snm1a-022h'. C-프린트,135 x 260cm, 1992.
배병우, 'snm1a-022h'. C-프린트,135 x 260cm, 1992.

작가 배병우 스스로 “소나무 전시를 몇 차례 하다 보니까” 주변에서 소나무 작가라는 별칭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 어떤 면에서 보면 틈새를 잘 파악 한 셈” 이라면서도 자신은 우리 민족을 상징 하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하다가 소나무가 가장 적절한 것이라고 결정을 하게 되었다 한다.

배병우에게 문화적으로 소나무의 의미라든지, 우리 역사 속에서 어떠한 의미가 담겨 있는지, 우리 땅 위에서 소나무가 어떠한 의미로서 살아 남고 지금까지 우리와 함께 호흡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유추를 하는 계기로서 받아들여졌으면 한다고 한다.

사진가 배병운는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미술관에서 소나무 사진을 비롯해 그가 나고 자란 고향의 바다와 바위 사진, 오름, 창덕궁 정원 사진 등 초기 작부터 최근 작 97점을 전시하고 있다. 여기에는 스페인 알함브라 궁전을 담은 사진도 함께 하고 있다.

배병우, 'bwn1b-018hc'. 52.5x93cm, C-프린트, 2003.
배병우, 'bwn1b-018hc'. 52.5x93cm, C-프린트, 2003.

2006년 아시아 사진가로는 처음으로 스페인 티션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면서 쌓은 인연으로 알함브라 궁을 촬영하게 됐다. “ 스페인 정부 문화재 정책 담당자가 찾아와 알함브라 궁을 찍어 달라면서 사진이 좋으면 전시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 알함브라 궁이 우리의 정원과 너무 친숙해 많이 놀라게 되었다” 며 “궁 뒤편의 산에 소나무가 빽빽이 들어찬 모습이 남해안과 유사한 부분이 많아 부담 없이 셔터를 누르게 되었다” 고 당시를 이야기 했다.

'25년간 사진을 찍을 수 있다면 행운이겠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를 한다고 하니까 친구들이 ‘가문의 영광’이라고 했는데 정말로 가문의 영광’이라면서 “이번 전시가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라고 술회하기도 하였다.”며 “새로운 작업을 하는데 용기가 될 것 같다.”

그는 중학생때 읽었다는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를 거론하며” 나 역시 이상적인 섬을 만들고 싶었다” 라고 이야기 한다. “예전부터 섬을 사려고 했지만 그때 마다 주위에서 말려 포기 했다” 며 언젠가는 여수 주변에 있는 섬을 사는 것이 꿈으로 간직하고 있다.

최근에는 섬을 사서 기증할 생각도 했다는데 “아트파크를 만들 구상을 하였다” 면서 “만일 기업인이 나서서 하자고 하면 참여할 의향은 있다” 며 사뭇 진지한 의견을 피력했다.

배병우, 'bwn1a-023hc' 153 x 275cm, C-프린트,2003.
배병우, 'bwn1a-023hc' 153 x 275cm, C-프린트,2003.

현재는 남해안의 풍경을 담을 작품을 구상 중인 작가는 “여수 해안에서 제주까지” 라는 테마를 가지고 작업을 시작하고 있다며 “ 자연 속 사람의 모습도 작품에 들어가지 않을까?” 라는 그는 “지난 25년간 소나무와 같은 자연을 담았다면 앞으로 25년은 남해안의 풍광을 기록하고 싶다” 고 밝혔다.

1970년대부터 80년대 까지 건축 잡지의 일을 하기도 한 배병우 작가는 11월초에 창덕궁의 사계절을 담은 사진집을 발간할 계획이라 한다. 이 사진집에는 “건축이 가지고 있는 중요한 요소들을 담은 건축 사진집이 될 것” 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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