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자, 인간을 닮은 도시의 또 다른 생명 유기체_Emotional City
혜자, 인간을 닮은 도시의 또 다른 생명 유기체_Emotional City
  • 이예진
  • 승인 2017.12.02 1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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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이예진] 정신 없이 지나가는 거리의 자동차와 욕망을 채우기 위해 이리저리 방황하며 미로와 같은 빌딩 숲 사이의 거리를 정신없이 헤매는 수많은 생명체들이 도시라는 울타리에 모여 있다.

혜자, 'Alleyscape'. 91x67cm, oil on canvas, 2010.
혜자, 'Alleyscape'. 91x67cm, oil on canvas, 2010.

인간이라고 지칭되는 생명들은 자신의 욕심과 과학이라는 기술을 빌어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 스스로 성장하고 변신하는 또 다른 생명체로서 그 변화의 과정을 발전 시켜왔다.

도시란 과연 우리에게 무엇인가, 인간에 의해 만들어 졌지만 인간에 의해 파괴 되어 가고 본질을 잊어버리는 이종 생명체로서 우리에게 위협적인 공간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곤 한다.

혜자는 이러한 도시가 인간이 만들어낸 소유물이 아닌 자신에게 보이지 않는 에너지로 다가오는 또 다른 생명체라고 인지하고 있다.  “나의 심리적 공간의 상징적 표현이 된 것이 도시인 것 같다.”  “나로부터 시작한 환경에 의해서 내 존재가 변해가는 감정의 모습을 그려보고 싶었다.”며 심리적 공간으로서의 도시를 자신 만의 느낌으로 그려내고 싶었다고 했다.

혜자, 'Arcade'. 227 x 181cm,  oil on canvas,2010.
혜자, 'Arcade'. 227 x 181cm, oil on canvas,2010.

그에게 있어 도시는 정체되어 있지 않고 지속적으로 무언가를 향해 변하고 탐구하려고 하는 인간의 본질과 닮아 있음을 느끼게 하는 것 같다. 바로 이 존재가 그에게 있어 도시는 인간을 닮은 또 하나의 에너지를 지닌 유기체로 보여주는 것이다.

모든 사물과 대상이 갖고 있는 에너지를 탐구하던 작가 혜자는 2008년 ‘Uncertain Scape’ 전시에서는 작업실과 외부 환경이라는 물리적 공간의 경계에서 도시가 지니고 있는 무정형의 에너지에 시선을 돌렸는데, 6월10일부터 7월4일까지 진행되는 ‘Emotional City’ 展 에는 작업실 외부 환경에 들어가 도시가 지니고 있는 생명의 에너지를 자신의 오감을 통해 느끼면서 정체의 본질을 탐구한 작업을 선을 보인다.

혜자, 'Between passages'. 161 x 131cm,  oil on canvas, 2009.
혜자, 'Between passages'. 161 x 131cm, oil on canvas, 2009.

혼돈과 질서로 뒤엉킨 보이지 않는 도시의 에너지

작가 혜자는 눈에 보이는 외형적인 도시를 그리지 않는다. 보인지 않는 무엇인가 힘의 흐름을 이끌어 주는 에너지가 흐르고 있는 도시 내면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그에게 도시의 풍경은 가상과 실재가 혼합이 되어 있고, 알 수 없는 에너지들이 혼돈과 질서로 뒤엉켜 있는 듯 하다.

눈이 부실 정도의 화려한 조명들의 어지러움, 형태를 알아 볼 수 없을 정도의 다양한 구조의 건물들, 어두움이 내려앉은 이후 조명으로 인해 새로운 형태로 변신하는 도심의 거리를 걷고 있는 군중들의 모습 등이 그의 작품 속에는 개체가 아닌 하나의 유기적 관계로 연결되고 혼합된 형체로 나타난다.

혜자, 'Night passage'. 130 x 97cm,  oil on canvas, 2010.
혜자, 'Night passage'. 130 x 97cm, oil on canvas, 2010.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도시의 풍경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모습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가상의 모습이 우리 인간이 살아가는 도시의 또 하나의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2008년 그의 작업은 거리의 건물들이 간판들로 포위된 채 욕망에 의해 올려지고 내려지는 건물의 상징성과 함께 사라지고 태어나는 건물들을 찾기 위해 간판을 찾는 것에 착안 했다.  건물이란 구조물은 사라지지 않지만 그 의미를 담은 간판이 사라짐으로 인해 정체성 까지도 사라지는 모습을 담아 내었다.

2년 여의 시간이 흐른 작업에는 도심의 거리를 사람들의 이동 통로이자 다음 공간으로 이동하는 공간으로서 안 과 밖의 경계 영역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 되었다고 했다.

혜자 작가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이후부터 자신에 대한 문제에서 시작한 ‘나’라는 존재가 환경에 대한 변화를 실존적으로 표현한 것이 그림이고, 그 대상은 도시인 것 같다”고 했다.

“이 안에 잠재된 생명 에너지가 계속 변화하는 과정은 시작과 끝이 없을 것 같다” 며 “우리가 살고 있는 주변 자연 조차도 사람들의 모습에서 움직임이 필요한 것으로 살아 있음을 확인 받고 푼 환영의 실존을 느꼈으면 한다”고 했다.

혜자, 'Street junction'. 161x131cm, oil on canvas, 2010.
혜자, 'Street junction'. 161x131cm, oil on canvas, 2010.

그것은 바로 “제 주변의 일상을 보고 느끼는 것을 상징적으로 도시라는 풍경을 통해 그려내고 도시와 거리는 생명의 과정으로 탄생 이전의 순간을 시각적으로 그려내고 싶었다.”고 그가 느끼는 도시의 느낌을 관객들도 동일한 시각적 환영을 함께 가지기를 희망하고 있다.

작가 혜자는 수학을 전공한 후 일반적인 삶의 흐름인 사회로의 취업을 한 이후 자신의 생활이 진정한 삶인가에 대한 의문과 미래에 대한 반추를 한 결과 틀에 박힌 삶에 대해 자신이 진정으로 갈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았고, 자신의 고민을 예술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것이 그림이라는 결론을 낸 이후 붓을 잡게 되었다고 했다.

혜자,'Passage'. 130x97cm, oil on canvas. 2010.
혜자,'Passage'. 130x97cm, oil on canvas. 2010.

지금도 작업이 완성된 이후 만족감이 아닌, 또 다른 부족함으로 인해 이것을 채우는 과정으로서의 작업을 지속할 것 같다고 이야기 한다.
그는 전시에 등장하는 작품처럼 스스로에게 항상 세상을 크게 보는 것이 아닌 주변을 바라보면서 세상과 함께 소통하며 묵묵하게 주변의 상황을 지켜보며 흔적을 남기고 싶은 화가로 남고 싶어 했다.

“내 주변을 우선 살피며 느끼고, 그를 소통하려는 삶을 열심히 살아가고 싶어 묵묵히 정진하고 싶어요, 현 시대는 보여지거나 많은 상황에 혼란스러워도 자신에게는 늘 그렇게 살수 있고 그렇게 살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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