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관진,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채움 그리고 비움"
오관진,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채움 그리고 비움"
  • 진오성
  • 승인 2017.12.02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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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진오성 기자] 미처 빚다 만 듯한 투박한 막사발, 세련미가 일품인 분청사기에서부터 세상의 모든 넉넉함과 온유함을 끌어안은 달 항아리까지 그의 작품에 들어있는 소재들은 우리네 삶과 친숙한 이미지들이다. 멋을 부린 것이 아니라 보기만 해도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우리 조상의 얼이 가득한 것들이다.

'오관진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오관진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작가 오관진이 화면에 주요소재로 사용한 이 물건들은 그가 추구하는 울림을 위한 사전 포석이라 할 수 있다. 비움으로 채워지고 다시 비워내는 순환의 과정들은 과거 전통적인 채색화나 필묵만으로 생의 서사를 이야기 하던 작품들과 함께 오늘날 그 어떤 대상을 담아내는 작업에서도 필수적인 요소로서 들어가 있는 의미이다.

그가 비움과 채움이라는 화두를 자신의 작업에 꾸준히 올려놓고 있는 것에 대해 “사람이 욕심을 취하는 것 때문에 현대 사회의 문제가 많은 것 같다.”며 “욕심을 비우는 것을 작품으로 보여주기 위해 비움과 채움을 고민하였다고” 했다.

오관진, '비움과 채움'. 90 x 73.1cm, 한지에 혼합재료, 2011.
오관진, '비움과 채움'. 90 x 73.1cm, 한지에 혼합재료, 2011.

이를 위해 함지박, 도자기 등을 모티브로 작업을 전개해왔다고 한다. 일상에서 사용되기 위해 도자기가 뜨거운 열을 이기고 균열의 상처를 보듬고 세상에 나와 무엇을 담아야 할지 사전에 만들어진 것은 아닌 것 같다고 한다.

그저 만들어진 그 크기대로 모든 것을 담는 것이라 했다. 새로운 것을 채우려면 반듯이 가지고 있는 것을 비워야 맑은 소리가 들리게 된다는 것이다.

4년 여전부터 비움과 채움이라는 모티브로 작업을 전개하고 있는 오관진이 최근에는 어울림의 개념으로 다른 모티브를 화면에 들여놓았다.

문방사우와 뒤주에 올려놓아도 잘 어울리는 사방탁자 등이 등장한다. 사람과 사람이 어울려 하나가 되면 힘이 강하게 되는 방향으로 최근 작업의 변화를 전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관진, '비움과 채움'. 73 x 60cm, 한지에 혼합재료, 2011.
오관진, '비움과 채움'. 73 x 60cm, 한지에 혼합재료, 2011.

삶 속에서 들리는 우리의 맑은 울림

작가 오관진에게 울림은 삶에 대한 깊이를 통찰하는 명상이 강하게 들어있다. 보편적 미의식과 한국적 정서를 투영하고 있다는 것을 작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의 모티브에서 찾으려는 것이 너무 많은 것 같다는 그는 박물관을 자주 찾는다고 한다. 국립중앙박물관과 아모레 퍼시픽, 리움미술관의 도자기를 만나러 가는 것이다. 매번 보는 도자기이지만 볼 때 마다 그 안에 담겨있는 숨소리를 새롭게 느끼게 되어 작업을 하다가도 어느 순간 박물관의 도자기 앞에 서 있게 된다는 것이다.

오관진, '비움과 채움 (龍의夢)'. 130 x 97cm, 한지에 혼합재료, 2011.
오관진, '비움과 채움 (龍의夢)'. 130 x 97cm, 한지에 혼합재료, 2011.

도자기에 매료된 그가 최근의 조화를 위한 다양한 모티브를 접목을 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세계 각국의 도자기에 관심을 가지려 한다고 했다. 한,중,일 도자기가 틀리듯이 유럽의 자기들 아랍권과 동남아 권에서 만들어진 도자 자료를 모으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것과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찾기 위한 그의 노력의 일환으로 여겨진다.

화가 오관진에게 작업은 자신의 평생 직업과도 같다고 한다. 여느 일반인들이 직장생활을 하듯이 자신은 전시를 앞두고 작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밥 먹듯이 그리고 공기와 같이 호흡하는 것 처럼 꾸준히 매일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고 한다.

오관진, '비움과 채움(달항아리)'. 73 x 91cm, 한지에 혼합재료, 2011.
오관진, '비움과 채움(달항아리)'. 73 x 91cm, 한지에 혼합재료, 2011.

이는 작가로서 자신의 현재를 보여주기 위한 최소한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자기만의 화업을 이루기 위해 묵묵히 붓을 들고 화면을 채워가는 과정에는 복잡한 생각이나 상념이 들어갈 틈이 없는 것 이다.

한번 붓을 잡으면 무아지경에 빠질 정도로 집중하는 그는 부지런하게 실험하고 연구한 작가주의를 충실히 완수하기 위해 자기 자신과도 타협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지독할 정도로 부지런한 그의 여정은 현재의 작업에 만족하지 않고 완성품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이른 새벽 붓을 드는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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