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철주, '자연의 기억(The memory of nature)'
석철주, '자연의 기억(The memory of nature)'
  • 이예진
  • 승인 2017.12.03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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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이예진 기자] 모든 화가는 자연의 예찬자라고 하였던가 “세상의 광활함과 경이로움을 가장 잘 깨달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바로 자연이다” 라고 조지아 오키프가 말한 일상의 문구는 아닐 것이다.

'석철주 작가'.
'석철주 작가'.

그는 “다친 상처가 아물고 그 위에 새 살이 돋아 나듯이 살아있는 것들에는 생명이 깃 들어 있고 생명의 복귀 성향이 있다” 며 했다. 화가 석철주가 식물을 줄기차게 소재로 삼는 것은 그가 생명에 대한 관심이 각별하다는 것을 반증하듯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화려하지는 않아 사람 눈에 잘 띄지 않지만 그 안에 우리 인생의  귀감으로 삼을 만 한 자연계의 이치가 숨어 있는 들풀과 들꽃을 자신의 화면으로 옮겨 놓은 것이 이와 같은 이유가 아닐까 한다.

근래의 미술 작품들이 자극적이고 번뜩이는 것에만 집중하는 세태 속에서 그의 이야기가 자칫 낯설고 먼 과거의 이야기로 비추어 질 수도 있지만 거품이 사라지고 나면 무엇이 소중한지를 깨닫게 된다는 화가 석철주의 확신이 서려 있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석철주, '자연의 기억'. 116.5x91cm, acrylic on canvas, 2010.
석철주, '자연의 기억'. 116.5x91cm, acrylic on canvas, 2010.

한국화에서 출발해 다양한 서양화 기법을 접목해 온 화가 석철주의 ‘자연의 기억’ 시리즈 40 여 점이 비컨 갤러리에 9월14일부터 10월17일까지 우리의 마음을 풍요롭게 해주고 있다.

그는 1999년 ‘생활일기’ 시리즈에서 풀을 소재로 쓰기 시작한 이후 10년을 넘어 풀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전시작품 중에 풀밭 위에 그림자처럼 등장하는 화분이 눈에 선명이 들어 온다.

이것은 그가 중학교 시절 정성을 쏟아 키웠던 화분이 꽃의 감옥으로 느껴졌던 기억들을, 풀숲에 놓아 자유롭게 해주고 싶은 욕구가 작품으로 펼쳐지게 된 것이다.

석철주, '자연의 기억'. 60x60cm, acrylic on canvas, 2010.
석철주, '자연의 기억'. 60x60cm, acrylic on canvas, 2010.

현재의 작업과 미래의 세상에 보여줄 작업 두 가지를 혼용

이를 두고 보여지는 작품과 소재가 다르기에 작가의 작품이 아닌 것 인가 하는 질문도 만들어지게 되지만 이 역시 그가 추구하는 하나의 작업의 본질을 표현하는 작업 방식의 차이일 뿐이라고 한다.

그는 “기존의 표현방법 이라면 서양화처럼 팔레트에 물감을 개어서 만들어 보이지만, 나는 화면을 긁어내서 내부의 색이 배어나오는 방법을 추구하고 있다”고 했다.

“긁는 것은 시간의 중요성이 반드시 결부되는 것으로 물감을 팔레트에 섞어서 수정이 가능할 수 있지만 일필휘지로 그려내는 내 작업은 한 번의 긁음이 이미지로 나오지 않는 경우 처음부터 다시 시작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 했다.

기억의 해체와 재구성을 통한 무한한 자유의 사유의 공간 표현

그가 보여주는 작업은 ‘화면에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 는 것이다. 캔버스에 이미지는 물의 작용에 의해 하단부에서 배어나온 것이다. 초상화의 ‘배면수법’처럼 기층에서 배어 마지막 시간의 흔적위로 스며 나오는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그는 “화면 위에 보이는 것만 생각하지 말고 그 아래의 것이 튼튼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라고” 한다. “독특한 나만의 기법으로 꿈, 마음 속의 어떤 것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고정된 장소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고 보는 사람마다 각자 생각할 수 있게 그림을 그리고 싶은 것”이라고 그간의 작업에 대한 의미를 설명했다.

석철주, '자연의 기억. 60 x 60cm +2, acrylic in canvas, 2010.
석철주, '자연의 기억. 60 x 60cm +2, acrylic in canvas, 2010.

그의 그림은 꽃에 대한 직접적 표현이 아니다. 전체를 자연의 대상으로 표현하며 그리는 것이다. 그의 눈에 들어온 대상은 마음 속에 살아있는 대상의 표현이기에 극 사실적 표현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과거의 이미지를 본 것과 현재에도 연결되어 지는 이미지이기에 고전에 대한 것들을 현대에 이어지게 만드는 작업을 하는 그가 이번 전시에서는 풀 밭에 배가 등장시켰다. 천안 함 사건을 보고서 시의성을 담아 보고 싶었다고 한다.

그는 직설적 방법이 아닌 은유적 방법으로 작업으로 만들어 내고 있다. 이것은 작가 개인의 성격과 결부된 결과라 볼 수 있다. 조용한 작가의 성품으로 인해 과거에는 검정과 백색이 자신이 다룬 색감의 전부 였다고 한다. 그러다 우리의 색을 찾고 싶은 마음으로 오방색도 사용해 봤지만 이제는 자신의 삶을 뒤 돌아 보는 여유를 가지게 되어 자신을 찾는 시간으로 인해 색과 구성의 변화가 나타나게 된 것 같다고 한다.
한국화의 선두주자로 평을 받으며 후학들에게 표본을 만들어 보이고 싶은 화가 석철주.

석철주, '자연의 기억'. 116.5x91cm, acrylic on canvas,2010.
석철주, '자연의 기억'. 116.5x91cm, acrylic on canvas,2010.

그는 우리 화단에 대해 짧은 소견을 말했다. “동양화의 위기설과 함께 이 원인은 바로 지금까지 진행되어온 교육의 방법론적 문제라며, 지금까지 벌어지고 있는 도제식의 교육은 자기 그림을 표현하고 창작하는 후학들의 개성을 말살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며 “ 최근 동양화를 자신의 삶의 표현으로 삼으려는 학생들이 없는 계기를 만들에 한 것” 같다며 “그림에 가식이 있어서는 안될 것 같아요, 솔직함이 우선인데… 세대가 다른 상황에서 내가 걸어온 세대를 후학들에게 무조건 따라 오게 할 수는 없는 것 같아서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모자란 부분에 대한 조언만을 할 뿐이라고” 했다.

모든 작업에 있어서 사소함도 공간과 대응하는 것에 따라 변화된다는 그의 말처럼 같은 작품이라도 공간에 따라 규모나 형체가 달라지게 된다.

작가로서 전시의 횟수도 중요하지만 화가로서 기회가 된다면 충분한 작업량을 마련하고 있을 경우 세상에 공개되는 전시는 단지 숫자 놀음으로 간주 될 것이다. 단 유사한 작품을 반복해서 보여주는 어설픔을 배제하여야 된다는 것이다.

5년 마다 끊임없이 작업의 변화를 세상의 보여주는 것이 본인의 의무이자 화가로서의 생명력을 지속 시킬 수 있다고 하는 그는 미술 시장에서 유명한 작가로 불리리 보다는 화단에 명확한 이름을 남기는 것을 스스로의 목표로 삼고 정진하고 싶다는 것이 화가 석철주의 속내이다.

석철주, '자연의 기억'. 60x60cm, acrylic on canvas, 2010.
석철주, '자연의 기억'. 60x60cm, acrylic on canvas, 2010.

작가 석철주 교수는 동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과 추계예술대학교 미술학부 동양화 과를 졸업했다. 일본금산갤러리,학고재,박영덕화랑,동산방외 16회의 개인전과 1979-81 중앙미술대전 3회 연속 특선,1990년 제9회 미술 기자상  1997년 제6회 한국미술 작가상 2010년 제2회 한국평론가협회 창작부문 대상을 수상 했다.

2008년 상해아트페어,KIAF2008,베이징아트페어,홍콩아트페어등의 그룹 및 초대전을 통하여 작업 세계를 알려 오고 있다.현재,한국미술협회회원,동연회 명예회원,전 영은미술관 입주작가,전가나장흥입주작가와 추계예술대학교 미술학부 동양화 전공 교수로 활동 중이다.

그의 작품들은 국립현대미술관,성곡미술관,서울시립미술관,호암미술관,국회의사당,삼성의료원,경기도미술관,두바이대사관 삼성리움미술관 등에 소장이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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