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 '빛으로 쓴 사랑의 순례길, 나 거기에 그들처럼'
박노해, '빛으로 쓴 사랑의 순례길, 나 거기에 그들처럼'
  • 왕진오
  • 승인 2017.12.03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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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왕진오 기자] 만년필 대신에 빛을 담는 카메라를 들고 아프리카, 중동, 중남미의 가난과 분쟁의 현장에서 그 삶의 존엄과 계속되는 고통과 슬픔을 공유하고자 지난 10여 년 동안 사랑의 순례 여정을 지속해온 작가 박노해가 그간 지구 시대 인류 절반의 진실인 흑백 사진 120점을 우리에게 10월7일부터 2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우리들에게 선을 보였다.

'박노해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박노해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한 장 한 장 심장의 떨림으로 촬영한 박노해의 사진은 오늘 ‘최후의 영토’에서 살아 숨쉬고 있는 ‘최초의 사람’을 통해 오래된 희망을 찾아 나서는 치열한 여정의 기록으로 오늘 위기에 처한 현대 문명과 우리 삶에 대한 깊은 화두를 던진다.

지구 마을 민초의 강인한 삶에 바치는 ‘빛으로 쓴 시’

박노해 사진에는 충격적인 장면과 극적인 이미지를 발견하기 어렵다. 오히려 그의 사진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에게는 폐허 속에서도 삶을 일으켜 세우는 강인함과 전통적인 생활 방식을 살아가는 자부심이 엿보인다.

그는 “단 한번도 그들을 한 번도 연인의 눈으로 보거나 자선과 구호 대상으로 보거나 가슴 뛰는 삶의 대상으로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들의 삶 속으로 스며 들어가 기록한 그의 사진 한 장 한 장 마다 에는 그래서 詩가 담겨 있는 것이다.

박노해, '수장될 위기에 처한 8천 년 된 하산케이프'.Hasankeyf, Kurdistan, Turkey, 2006.
박노해, '수장될 위기에 처한 8천 년 된 하산케이프'.Hasankeyf, Kurdistan, Turkey, 2006.

그의 사진에 대해 전시 기획자이자 한국매그넘에이전트 대표인 이기명은 “박노해는 ‘사랑이 없다면 나는 살아도 산 것이 아니다’는 영혼의 부르짖음으로 지구 위를 아프게 흘러가는 사람들 곁에서 사랑의 순례를 계속해왔다. 그는 현실을 최대한 비참하게 보여주지도, 최대한 아름답게 보여주지도 않는다.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삶을 포기하는 강인한 모습에서 그는 인간의 신성함과 위엄을 응시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의 사진은 지상의 가장 작고 힘없는 사람들을 담고 있지만 놀랍게도 그 작은 사람들은 자신의 슬픔을 모두의 슬픔으로 승화 시키는 크나큰 존재로 확장된다. 박노해의 흑백 사진 속에서 붉고 푸른 생명들이 피어 오르고, 이 땅에 목숨 얹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두런거리는 음성과 아우성치는 함성이 들려오는 듯하다. 세계는 땅은 다 다르다고 삶은,사람은,행복은 저마다 다 다른 길이 있다고 우리 모두는 고유한 다름이 있기에 존엄한 존재라고 아름다운 것들은 다 제자리에 있다고” 그의 사진에 대해 이야기 했다.

박노해, '천오백 년 된 우물에서 생명수를 긷다'.. Naga, Nubian, Sudan, 2008.
박노해, '천오백 년 된 우물에서 생명수를 긷다'.. Naga, Nubian, Sudan, 2008.

흑백 필름에 담은 정통 아날로그 방식 인화한 작품

박노해는 수동식 흑백 필름 카메라와 35mm 렌즈 하나만을 쓰는 작업 조건의 한계를 스스로 선택했다. 도구의 단순성은 현장에서 관계에 의지할 수 밖에 없게 하기에 그는 가까이, 더 가까이 다가가야만 한다.

이를 통해 그는 가장 단순한 것으로 가장 깊은 것을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정직한 노동과 가난하고 소박한 민초의 삶 그 자체가 아름다움의 실체다”라는 그의 말처럼, 박노해의 사진 미학은 단순하고, 단단하다,단아하다.

박노해, '폭격더미에서 살아나온 사나 샬흡(13세)'. Qana, Lebanon, 2006.
박노해, '폭격더미에서 살아나온 사나 샬흡(13세)'. Qana, Lebanon, 2006.

간편한 디지털 만능의 시대임에도 그는 첫 사진전부터 필름 카메라로 기록하고 전통 흑백 아날로그 방식으로 인화한 작품을 선보였다. 그의 사진의 계조의 깊이와 예술성으로 국내외의 주목을 받았으며 그는 가장 오래된 것이 가장 최신의 것임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특히 이번 전시 기간 해외에서도 보기 드문 1m 길이의 정통 아날로그 방식으로 인화한 120점의 작품을 통해 감동을 배가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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