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와 침묵의 화가 박항률...'This Stillness is Bliss'
고요와 침묵의 화가 박항률...'This Stillness is Bliss'
  • 왕진오
  • 승인 2017.12.03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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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포=왕진오 기자] 고요와 침묵의 화가 박항률이 가슴에 담아 두었던 위로의 언어들, 시 같은 그림을 가나아트부산에서 11월4일부터 28일 까지 세상과의 만남을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박항률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박항률 작가'.(사진=왕진오 기자)

그는 자신의 그림에 대해 “오늘도 붓끝으로 시를 그린다. 간혹 그림이 시가 되기를 혹은 시가 그림이 되기를 바라면서…, 어린 시절 나에게 시적 감성을 일깨워주고 하얀 나라로 떠나버린 꿈 많던 사촌 누이의 모습이 떠오른다” 라고 함축적으로 말한다.

그는 지난 2009년 발표한 자신의 시집 ‘그림의 그림자’에 게재한 시어를 통해 자신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 했다. “볼이 발그레하던 시절의 무모한 야망, 꿈을 먹으리, 꿈을 먹으리. 100년을 사는 하루살이 처럼, 해를 등지고 별을 잊은채, 하물며 뽀얀 갈빛 먼지가 머릿속을 송두리째 흐트러놓은 꿈은 허망한 착각. 나는 누구일까? 삶을 재촉하는 하이 얀 대낮 고리타분한 바깥으로 달음질쳐 허우적대는 내 몸이 후즐근하게 지쳐 쓰러진 휴식의 방, 어두움이 깔리면 슬며시 찾아 드는 의문. 나는 누구일까? 모래알 같은 순간들에 쫓겨 지친 영혼을 못내 곧추 세우는 거추장스런 옷 매무새 내가 있음을 낭비하며 사는 스러지는 세월 속에 잠시만이라도 나를 들여다보고 싶다.”

박항률,'새벽'. 80 x 116.5cm, Acrylic on canvas, 2010.
박항률,'새벽'. 80 x 116.5cm, Acrylic on canvas, 2010.

명상 그리고 평온을 위한 고요한 정진

그의 작품에 줄곧 보이는 이미지인 소녀와 인물들은 어려서 마음 속에 담아두었던 사촌 누이와 동생 그리고 어머니가 먼저 떠오르지만 그들을 바로 그려낸 것은 아니다라고 한다. 화가 박항률이 그들의 느낌을 가지고 상상해서 그려낸 것이다.

10 여년 동안 같은 주제로 작업 되어온 그의 작품에는 생각에 잠긴 인물, 명상을 하고 있는 인물 그리고 이것과 어울리는 풍경과 정물이 주요 소재 였다. 더욱이 그의 명상은 복잡하고  기계적인 세상에 생활 속에서 이루어 질 수 있는 명상적 소재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박항률, '비밀 이야기'. 182 x 227cm, Acrylic on canvas, 2010.
박항률, '비밀 이야기'. 182 x 227cm, Acrylic on canvas, 2010.

박항률 작가는 “그림의 주제에 등장하는 것이 정오의 명상, 새벽, 순간적인 시간들에 관심을 두었다”며 “순간적 시간에서도 명상이 이루어 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이 역시 찰나가 아닌가” 라고  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오브제나 기하학적 추상 작업을 하다 현재의 인물을 주로 그리게 됐다고 한다. 특히 1991년에 시집을 발표하면서 현재의 작업으로 방향이 변화 된 것 같다고 한다. 앞으로도 자신의 작업의 방향이 크게 변화 될 것 같지는 않다고 하는 그의 작업에 새롭게 가미된 것이 있다. 바로 우리의 전설적인 것으로 신화적인 이야기들을 우리의 생활 속의 것을 담보하고 싶다고 했다.

박항률, '기다림'. 53 x 45.5 cm, Acrylic on canvas, 2010.
박항률, '기다림'. 53 x 45.5 cm, Acrylic on canvas, 2010.

그는 “화가로서 변화된 작품 세계 속에서 길을 걷던 사람이 문득 자신의 작품을 본 이후 작은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다며, 불특정 다수가 좋아해주는 화가로 남고 싶다”고 미래의 자신을 희망하고 있다.

부산에서 선을 보이는 작품들에는 낯과 꿈 그리고 비밀 이야기 등의 주제가 가득 담겨져 있다고 한다. 과거에도 비슷한 작업을 선을 보였지만 ‘비밀 이야기’ 란 그림을 통해서  우리 생활 속에 녹아 있는 선조의 생각을 오늘에 접목해 본 시도로 여겨지기를 희망했다.

박항률이 우리 고대사와 생활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기 위함 이라고 한다. 그가 화 업을 진행하며 가진 화 두인 ‘나는 누구인가’ 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생각되어지는 면모이다.

1994년 몽골 여행 당시 보았던 현지 부족민들의 생활상에 크게 자극을 받은 작가는 우리 문화 속에 담겨있는 과거를 현재 생활 속으로 들이고 싶다고 한다. 그래서 인지 이번 전시에 보여주는 작업과 병행하여 민족성에 대한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화면으로 보여주고 싶어 한다.

박항률, '기다림'. 72[1].7x60.6cm, Acrylic on canvas, 2010.
박항률, '기다림'. 72[1].7x60.6cm, Acrylic on canvas, 2010.

마음의 명상, 그 속에서 찾고 싶은 그의 긍극의 이상은 우리 민족의 정서가 아닐까 한다. 새로운 것이 아니라 바로 나는 누구일까 라는 근본적 물음에 대한 답을 그가 여행을 통해 느낀 다음 글을 통해서 그의 작품에 담긴 정서를 파악 할 수 있는 것이다.

“새가 자유롭게 허공을 날아 나의 머릿속으로 날아들 때 이미 상상의 여러 가지 씨앗을 뿌려주고 그 씨앗들이 발아할 때는 신선한 새로운 형태들을 던져주고 있는 것이었다. ‘머리 위에 새’ 는 잠자리로 변신하면서, 나비,비어,인면조, 정자와 소나무, 꽃, 나룻배로 거듭나게 되고, 더불어 그 이미지들은 자아를 스스로 들여 다 보며 미명에서 깨어남이나 홀로 고요 속에 침잠 되어 있는 그리움을 지니는 뜻으로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베네치아의 바다 안개를 헤치고 날아온 비둘기는 나의 머리 위에 화려한 영혼의 향기를 뿌려주었고 무한한 상상의 세계로 이끌어주었던 것이다. 또한 여행은 분명 나에게 꿈의 무대였고, 그 꿈은 너울너울 나의 그림 속으로 작은 참새가 되어 날아와 앉은 것이다.”

박항률, '새벽'. 33 x 28cm, Acrylic on canvas,2010.
박항률, '새벽'. 33 x 28cm, Acrylic on canvas,2010.

화가 박항률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과 홍익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는 세종대학교 예체능대학 회화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1977년 한국청년작가회관에서 개인전을 시작으로 갤러리 서미,갤러리인데코,웨스턴 온타리오,인사아트센터,예술의 전당 그리고 KIAF, 가나아트센터에서 개인전을 전개해 오고 있는 그의 작품은 하나은행,제네바 한국 대표부,삼성의료원,성곡미술관,금호미술관 등에 소장이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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